자본은 국민이 대고, 수익은 오너가 챙기고..

김덕훈 2018. 4. 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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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항공의 이런 오너 리스크 문제에 대해 심층 취재한 김덕훈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기자, 대한항공하면 이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지는 항공사잖아요. 요새 여론이 많이 안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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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새로운 폭로에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대한항공 국적기 자격을 박탈하라"는 글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앵커]

시민들, 왜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겁니까?

[기자]

네, 다양한 분석이 있는데요, 일단 회사명에 '대한' 'KOREA'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이렇게 사실상 국민기업으로 인식되는 점이 작용하는 듯 합니다.

[앵커]

과거 역사를 봐도 원래 대한항공이 공기업 아니었나요?

[기자]

1962년 대한항공'공사'로 설립했다가, 정부가 고 조중훈 회장에게 회사를 매각합니다.

이후 아시아나 항공이 등장하기 전까지, 정부가 사실상 독점 영업을 보장해주면서 급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제 기억에 과거 대한항공이 혼맥으로 얽혀 정경유착이란 비난도 받았던 거 같은데요.

[기자]

요즘 각종 갑질 의혹의 당사자로 떠오른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 이야기인데요.

이 씨는 1973년에 조양호 회장과 결혼하는데, 이 씨는 이재철 당시 교통부 차관의 딸이었습니다.

당시 교통부는 항공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였고요.

60~70년대는 아시다시피 정경유착이 극심했던 시기 아닙니까?

물론 이 혼사 이후 대한항공은 더욱더 성장하게 됐죠.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는 이명희 씨가 그룹 내에서 목소리가 높은 이유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앵커]

문제는 대체 한진가 사람들의 이런 갑질이 대체 왜 이렇게 심한가 인데, 어떤 구조적 이유가 있는 겁니까?

[기자]

우리나라 재벌 대부분이 마찬가지겠지만 한진 역시 오너들의 자동승계와 그 뒤 이어지는 황제경영이란 공식,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보통 재벌들이 대형사건을 겪으면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그나마 변화를 꾀하는데요.

오히려 대한항공은 반대로 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진가는 지난 2000년대 형제들끼리 짝을 지어 경영권 다툼을 벌였는데요,

이 다툼이 끝나자 3세들을 대거 경영 일선으로 등장시킵니다.

오너 일가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도 변화보다는 오히려 총수 일가의 지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온 겁니다.

[앵커]

경영 실적은 어떻습니까.

사실 물의를 좀 일으키더라도 경영을 잘 한다면, 다른 문제는 좀 넘어갈 수 있을텐데요.

[기자]

네, 경영을 잘하냐 못하냐 평가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합니다만, 이 지표를 함께 보시죠.

한진그룹 부채 비율 전체 평균은 500%가 넘습니다.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2016년 한 때 1,270%를 넘기도 했습니다.

앞서 김준범 기자가 설명했듯이 이렇게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는 동안 조양호 회장과 3남매는 계속해 그룹 내 직책을 늘려갔습니다.

결국 유가나 환율, 항공기 임대 비용 등 외부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회사 사정은 일단 나빠졌고, 본인들이 물의도 계속 일으키는데, 총수 일가는 한 번도 책임진 적이 없습니다.

이걸 책임 경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앵커]

자, 그럼 대한항공은 민간기업이니 정부가 손을 쓸 수도 없는 문제고, 주주들이 나서서 견제하는 수밖엔 없을 텐데요, 어떤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쉽지 않은 문제인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건 아닙니다.

대한항공이 포함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를 한 번 볼까요.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나머지 모든 계열사를 거느리는 핵심기업인데, 국민연금이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11.9%, 12.6%씩 보유한 2대 주주입니다.

재벌 계열사 중 국민연금 지분이 이렇게 많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돈, 공적인 자본입니다.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면, 최소한 총수 일가의 전횡이 반복되는 것 만큼은 상당 부분 견제할 수 있을 겁니다.

김덕훈기자 (stand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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