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땅콩회항' 땐 급하더니..'물벼락'엔 느긋한 한진 총수 일가

노정연 기자 2018. 4. 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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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명품 ‘몰래 반입’의혹에 조현민 모친의 ‘일상적 갑질’도 드러나
ㆍ관세청·해양부·경찰 조사에도 대한항공은 ‘총수 감싸기’ 급급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한진 총수일가 갑질 파문이 거세게 번지고 있지만 정작 총수일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들이 책임을 외면한 채 ‘시간 보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이 알려진 지 8일째인 20일에도 논란은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 한진 총수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개인 물품을 회사 물품으로 속여 들여오는 방식으로 운송료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직원 증언이 나오면서 비리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치기 어린 재벌가 3세의 ‘갑질’ 논란 정도로 여겨졌던 이번 파문이 총수일가의 조직적인 배임·탈세 등 비위 의혹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조 전무의 어머니도 갑질 파문의 한가운데 섰다. 운전기사와 가정부, 호텔직원 등에게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 하얏트 호텔의 조경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화단에 심겨 있던 화초를 뽑아 얼굴에 던졌다는 증언과 함께 2013년 조양호 회장 자택 리모델링 공사 당시 작업자에게 욕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취 파일이 공개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언론 인터뷰나 SNS 등에서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해외에서 명품을 산 뒤 세관을 거치지 않고 직원을 통해 자택으로 들여왔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상주직원 통로로 관세 신고 없이 빠져나갔다는 것이 요지다. 품목도 명품뿐 아니라 양배추·체리 등 식재료까지 다양하다.

파문은 날로 확산되고 있지만 사건의 당사자인 총수일가는 묵묵부답이다. 조 전무는 논란 발생 초반인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을 통해 사과한 후 일주일째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앞서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국민 비판에 직면했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논란 발생 일주일 만에 한진 계열사 모든 직위를 내려놓은 바 있다. 당시보다 사회적 여론은 더 나빠지고 있지만 책임질 일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공식채널인 대한항공 측은 이 이사장과 관련된 논란에 “회사 외부에서 벌어진 일이라 확인할 수 없다”라며 사실 확인을 회피하고 있다. 조 전무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경찰조사가 끝난 후 회사차원에서 적절한 추가조치를 할 예정”이라는 기존 입장만 반복할 뿐 향후 계획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너일가의 잘못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회사 임직원들 또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감싸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관련 당국의 수사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섣불리 잘못을 인정했다가 수사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해 최대한 입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부와 조현아·조원태·조현민 등 3남매가 최근 5년간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조사 중이다. 국토해양부는 미국 국적의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가 된 점을 감사하고 있고, 경찰은 갑질 파문을 수사 중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정치 이슈에 기대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시간 보내기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주 안으로 조 전무가 ‘사퇴’ 결정을 담은 공식입장을 발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에 시간 보내기가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늦을수록 회사의 상처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총수일가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는 상황에서 입장발표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을 것”이라며 “총수일가가 직접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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