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범행동기 번복·선플 강조..법정공방 대비 포석?

2018. 4. 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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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소행 위장→인사추천 거부 불만".."댓글조작→선플운동" 주장
공모관계·고의성 부인..전문가 "선플 강조는 양형참작 전략"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예나 기자 =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모(48, 필명 '드루킹')씨가 범행동기에 관한 진술을 번복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광범위한 '댓글조작' 불법행위를 의심받는 상황이지만, 지지하는 인물에 대한 '선플운동'을 한 것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런 드루킹의 진술 번복과 불법행위 정황에 관한 반박 주장은 앞으로 이어질 검찰 후속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구속된 이후 2차례 경찰과 접견 조사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새 정부 들어서도 경제민주화가 진전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불만을 품었다. 일본 오사카 총영사 인사 추천을 거절한 김경수 의원에게도 불만이 있어 우발적으로 댓글조작을 지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수진영 소행으로 보이려는 의도"라고 밝혔으나 진술이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어떻게든 김 의원과 엮여 가면 자신의 죄가 되레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실제 김 의원과의 공모관계가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기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기보다 김 의원과의 관계를 물고 늘어지는 전략을 선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김씨의 진술 변화가 김 의원의 해명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김씨와 김 의원 사이에 어떤 공통의 이익이 있었던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김씨가 김 의원에게서 특정 언론보도 주소(URL)를 전송받은 뒤 '처리하겠다'고 답변한 사실에서 드러나듯이 서로 암묵적인 이해관계가 맞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 의원이 김씨의 활동에 대해 뭔가 격려해주고 인정도 해주고 이로 인해 김씨가 뭔가 대가를 바란 것일 수도 있다"며 "지시 관계가 명확하진 않아도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향후 경찰 수사는 김 의원과 김씨 사이의 공모관계를 비롯해 지시·보고·묵인 유무, 공통의 이해관계 여부 등을 규명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씨는 일반인 신분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김 의원으로부터 특정 기사 링크를 전달받고, 간단히 답변한 사실만으로는 김 의원에게까지 형사상 책임을 따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결국, 김 의원의 형사상 책임 여부를 가늠하려면 김 의원이 드루킹 측의 불법 매크로 사용이나 타인 아이디 명의도용 등 불법행위를 알았고 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 수사 눈치보기 의혹' 속 경찰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이 20일 김모(48·필명 '드루킹')씨의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을 소환 조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청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 김씨와의 연관성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전달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사 입구. 2018.4.20 saba@yna.co.kr

일각에서는 범행동기에 대한 진술 변화를 두고 김씨가 김 의원과의 공모관계를 부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에 대한 반발이 범행의 동기였다는 점을 강조해 공모관계를 부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 김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됐거나 정치권과 언론 등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김 의원이 내놓은 입장이 드루킹 측에도 '참고자료'가 돼 양측 진술이 결과적으로 '말맞추기' 양상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김씨가 선플 운동을 해왔다고 강조하는 점도 향후 경찰과 검찰 수사 및 법원 재판 과정을 노린 포석으로 보인다.

자신이 '타깃'으로 삼은 특정 정치인이나 세력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악성 댓글조작이라면 형사처분이 뒤따를 수 있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을 지원·후원하기 위한 자발적인 '선플 운동'이라면 얘기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각종 사실과 관련해 범죄 의도나 고의성을 부인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형사사법 절차에서는 고의범 처벌이 원칙이며 부수적·예외적으로 과실범도 처벌한다. '뇌관'인 고의성을 제거하면 그만큼 가벌성이 떨어지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김씨에게 인터넷 언론보도 주소(URL)를 보내며 "홍보해주세요"라고 요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선플 운동을 기대하며 URL을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초기에는 선플 운동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선플 운동의 내밀한 의도가 과연 무엇이었을지는 파악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선플 운동을 강조하는 것은 재판 과정에서 양형 등을 염두에 둔 진술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순수한 목적의 선플이라면 기소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김씨 역시 재판 과정에서도 이런 점이 고려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김씨가 선플 운동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자신의 행동이 이전 정권 때 벌어진 조직적인 여론조작 사건과는 다르다는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고 싶은 정치적 목적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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