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현민 '물컵 갑질'의 나비효과..조양호 일가 탈탈 털리다 [더(The)친절한 기자들]

황춘화 2018. 4. 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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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더(THE) 친절한 기자들]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일상적 갑질 잇따라 폭로되고
탈세·항공법 위반까지 적발..관리 못한 국토부는 자체 감사
재벌 2·3세들의 경영세습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2014년 8월20일 인천 중구 운서동 그랜드 하얏트 인천 웨스트타워에서 열린 호텔 개관식에 참석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12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 대행업체와의 회의 자리에서 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렸다는 의혹이 처음 보도됐습니다. 보도 8일만인 19일 경찰은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경찰은 이날 조 전무의 개인·업무용 휴대전화 2대와 물컵 사건이 일어난 날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들의 휴대전화, 컴퓨터를 압수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직원 간 말 맞추기나 회유·협박 시도 등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조 전무가 “(얼굴에) 물을 뿌리지 않았다.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지면서 물이 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대행사 직원 2명으로부터 조 전무가 뿌린 물에 맞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단, 직원 2명 가운데 1명은 처벌을 원치 않았으며, 나머지 1명도 강하게 처벌 의사를 밝히진 않았다고 하네요.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물론 대한항공의 ‘해명’처럼 물컵을 던졌을 경우, 사람을 향해 던진 거라면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돼 화해·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받게 됩니다.

사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보면,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지금 조 전무의 폭행 사건 수사를 걱정할 상황이 아닙니다. 조 전무의 갑질을 시작으로, 오너 일가의 각종 문제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잇따른 폭로를 살펴보면, 단순 오너 일가의 막말·갑질을 넘어 탈세 등 심각한 범죄 행위도 포함돼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한항공 관련 청원 및 제안이 979개(20일 오전 10시 현재) 올라와 있습니다. 단순히 조 전무에 대해 처벌해 달라는 것 뿐 아니라, 언론에 보도된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의혹을 밝혀달라는 건데요.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조현민 전무 갑질의 나비효과를 ‘더 친절한 기자들’이 정리했습니다.

갑질 폭로 뒤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는 조현민 전무와 조현아 사장.

■ 그 언니의 그 동생? 그 엄마의 그 딸?

조 전무의 갑질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잊고 싶은 과거들을 소환해 냈습니다. 가장 먼저 ‘땅콩회항’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회자됐습니다.

조현민 전무의 물컵 투척이 폭로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3년 4개월만에 경영복귀를 알린 때였습니다. (▶관련기사: ‘땅콩 회항’ 물의 조현아, 결국 사장으로 복귀) 조현아 전 부사장이 법적·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집행유예가 끝나기도 전에 사장으로 복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기상조…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던 차였습니다. 비난이 빗발하던 그 시기 조현아 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무가 또다시 갑질을 저지른 것이죠.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국민들의 공분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기에 15일 조현민 전무의 폭언과 욕설이 담긴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물컵 사건이 단 한 차례의 실수가 아니라 일상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에이 XX, 찍어준 건 뭐야. 그러면. 너네 장난하냐? 사람 갖고 장난쳐? 어우 열받아. 어우씨” 등 조현민 전무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제보받아 보도했습니다. “워낙 일상적인 일이라 시점을 밝히지 않으면 언제였을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제보자의 발언이 더욱 충격적이었죠.

20일엔 조 전무의 막말이 또 폭로됐습니다. 역시나 스스로 분노를 삭히지 못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XX 시끄러워! 참, 또 뒤에 가서 내 욕 진탕하겠지? 억울해 죽겠죠?”, “사람이 정말 아우, 씨” “당신 월급에서 까요. 징계해! 나 이거 가만히 못 나둬 어딜! 징계하세요!” 등의 발언이 담겨 있었습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 ‘막말의 원조’는 조현민의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라는 폭로도 나왔습니다. 이명희 이사장이 운전기사·가사 노동자·직원 등에게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고, 자택 공사를 하던 작업자에게 폭언을 하는 음성파일도 공개됐습니다. 이 이사장이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작업자에게 “아우 저 거지 같은 놈”, “다 잘라버려야 해”, “저 XX놈” 등의 막말을 쏟아냈죠.

JTBC는 인천 하얏트 호텔의 한 직원이 이명희 이사장인 줄 모르고 “할머니”라고 불렀다가 폭언과 욕을 듣고 그날로 해고됐다는 사실도 보도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을 때, 직원들이 ‘그래도 현아가 제일 나은데…’라고 말했다”며 “이명희 이사장이 하는 행동이 지금 조현민·조현아가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 대한항공 오너 일가 ‘명품 밀반입’ 탈세 의혹

대한항공의 직원입니다. FACT 중심으로 몇가지 취재 내용 조언 드려볼까 합니다. (중략)

4. 절세의 제왕

총수 일가 여성들의 못말리는 명품 사랑. 해외에 나갈 때마다 수백~수천만원 어치의 쇼핑을 즐기곤 합니다. 문제는 한국에 반입하는 과정에서 관세를 납부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는 점입니다. 정리하면, 해외에서 다양한 쇼핑을 즐긴 후 해당 지역 대한항공 지점에 쇼핑한 물건을 ‘던지고’ 이후 쇼핑품목은 관세 부과 없이 평창동 자택까지 안전하게 배달됩니다. 명품 가방부터 가구, 식재료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이 과정 전반에서 위법의 정황은 차고 넘칩니다.

조현민 갑질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 전체의 문제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조 전무 갑질 이후 대한항공 블라인드 앱에는 오너 일가의 비리에 관련된 글이 정리돼 올라왔는데, 그 가운데 고가 물품을 세금 없이 국내로 들여온다는 의혹도 있었습니다. 이는 사실로 보입니다.

19일 <한겨레>가 확보한 문서와 대한항공 직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오너 일가는 수시로 자신들이 쓸 물건을 대한항공 비행기로 들여왔고, 이는 세관을 통과하지 않고 총수 일가에 전달됐습니다. 총수 일가가 사용할 물품이 담긴 박스가 회사 물품으로 둔갑했는데, 문서에는 특별한 화물(Special Cargo)에 ‘케이아이피’(KIP·Koreanair VIP)라고 적혀 있습니다. 케이아이피는 총수 일가 관리 코드입니다. 조양호 회장의 집에서 쓸 가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물품들을 대한항공은 항공기 부품으로 신고했는데요. 항공기 수입 부품엔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대한항공 총수 일가, 고가 명품 밀반입 정황 문서 나와)

관세청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국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살피고, 탈세 관련 구체적인 증언을 확보한 직후 정식 수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 항공법 위반 사실도 뒤늦게 드러나

조현민 전무의 국적은 미국입니다. 1983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조 전무는 성인이 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했습니다. 현행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을 보면, 외국인은 국내 항공사의 대표자나 등기임원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 전무는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 동안 진에어의 등기부상 임원인 부사장으로 재직했습니다. 항공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국토부는 이같은 사실은 지금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조 전무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하지만 조 전무가 현재는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상태라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받아본 결과,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에서 이미 사임한 상태라 현 시점에서 항공사 면허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면허 취소 외에도 과거 불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는지도 검토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토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토부가 대한항공 사주의 불법 행위를 확인할 기회가 세 차례나 있었음에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항공법을 보면, 항공운송사업자가 면허 내용 변경을 신청하면, 담당 공무원은 법인의 등기사항증명서(등기부등본)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진에어가 면허 변경을 신청하는 기간 동안 조 전무는 불법으로 등기이사 자리에 올라 있었지만 국토부를 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국토부가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불법행위를 방치했거나, 봐주기한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관련기사: 국토부, 진에어 감독규정 어기고 ‘미국인 조 에밀리 리’ 봐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 갑질 관련 직무유기로 국토부를 먼저 조사해달라’, ‘대한항공과 깊은 유착관계에 있는 국토부의 적폐청산을 원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국토부는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재벌가의 견제 없는 불법 승계

오너 일가의 갑질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건 결국 ‘회사는 내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현민 등 대한항공 총수 일가 3남매는 총수의 자녀라는 이유로 ‘초고속 승진’을 했습니다. 입사 3~6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는데, 그 사이 이들의 능력이 검증될 시간은 없었습니다.

지금 많은 재벌이 경영권을 3세들에게 물려주는 과정에 있다. 경영능력과 도덕성이 떨어지는데도 총수의 아들이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물려주는 ‘경영 세습’을 법과 제도로 제어해야 한다. 대주주로 남아 배당만 받게 하고 경영에선 손을 떼도록 하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기업소유지배구조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아침햇발] 재벌 3세 갑질, 세습경영이 본질이다, 2018년4월18일 <한겨레>

조현민 물병 갑질의 결론은 재벌의 세습경영 문제로 귀결될 것 같습니다. 회사 안팎에서 총수일가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재벌 1세대가 이뤄낸 경제적 능력을 그의 자녀들이 누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경영권까지 물려준다고요? 운좋게 능력있는 부모를 만났다면 그 덕으로 잘 먹고, 잘 입고, 잘 배우는 것으로 끝나야 합니다. 재벌 2·3세의 경영세습은 경제민주화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청와대 청원에 올라온 글입니다.

조현민 전무는 지난 16일 대기발령을 받았습니다. 앞서 조현아 부사장은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건이 잠잠해지자 사장으로 복귀했죠. 조현민 전무는 어떻게 될까요? 언니처럼 언제그랬냐는 듯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까요? 이번엔 재벌들의 경영세습을 막을 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까요? 조 전무의 ‘물병 갑질’ 사건의 나비효과는 어디까지 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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