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까지만 품는 사회..장애 취업준비생도 희망 원한다

대구CBS 류연정 기자 2018. 4. 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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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픽사베이)
여느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시험이 다가오면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는 이들.

함께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풋풋한 모습.

장애를 앓고 있는 20대의 대학생활은 비장애인의 일상과 다를 것 없었다.

하지만 대학, 우리 사회는 아직 딱 거기까지만 이들을 품어 주고 있다.

◇장애인 대학 진학률 높지만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아

최근 대학에 진학하는 장애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경북대에 따르면 올해 학부와 대학원에 재학중인 장애인 학생은 모두 103명으로 8년 전인 201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장애 청소년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이 개선된데다 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비장애인보다 수 배 많은 노력을 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한 장애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 적용 대상인 민간기업 2만7012곳의 장애인 고용률은 2.61%였고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04%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의 꿈이나 전공과 달리 공무원 시험으로 방향을 트는 장애인들이 많다.

그나마 공공기관은 장애인 고용률이 높고 각종 지원도 잘 되기 때문이다.

경증 장애를 갖고 있는 김모(21·여)씨는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한 김씨는 "저는 경증 장애라 이것 때문에 꿈을 포기한 건 아니다. 하지만 사기업은 근무 환경 등에서 장애인을 지원해주는 부분이 적다 보니 사기업을 지원하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건 맞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애인도 조금만 도움을 주면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활동보조인이 상시 도움을 줄 수 없고 야근 등 혼자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불편함이 클 거라고 예상했다.

◇중증 장애인에게 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

그래도 김씨 같은 경증 장애 학생은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중증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취업 자체가 어려워 힘들게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씨는 "주위의 장애인 친구들이 다들 취업 고민을 많이 한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준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대기업에 들어간다 해도 활동 보조인이 없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기 어려워 오래 못버티는 선배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장애인들도 많은데 저는 이건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장애인이 사회에 함께 어울리지 못하게 되고 고립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좋게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김정숙 장애학생지원센터장 역시 "중증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단순 노무밖에 없다. 그렇게 힘들게 학교를 졸업했고 전공 분야에서도 뛰어나지만 사회에서 받아줄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센터장은 실제로 학업이 우수한 장애인들이 꿈을 져버리거나 졸업 후 집에서 홀로 생활하는 경우를 볼 때면 우리 사회가 장애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고용률 높이는 것과 서로 돕는 문화 정착해야

"대기업 장애인 고용의무 늘린다"

지난 19일 정부는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제5차 장애인고용촉진과 직업재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본 김씨는 "별로 반갑지 않다. 고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이 일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시킬 대책이 없으면 장애인들이 대기업에 가려고 마음 먹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고용부담금 기준을 높이는 등 정부 차원의 규정 마련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실제로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무작정 고용만 늘린다고 장애인 인권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장애 직원에게 필요한 활동보조인, 직무지도원을 따로 두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일부 대기업에서는 의무 고용률을 어기고 차라리 부담금을 내고 마는게 현실이다.

결국 기업은 이런 지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워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고 장애인은 그로 인해 고용 기회를 잃거나 고용 후에도 불편함을 겪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결국 장애인 문제가 남의 문제라는 인식을 버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정부가 이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수는 251만여명.

이는 전체 인구수의 5%에 달하며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인구까지 감안하면 장애인 취업과 자립에 대한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가 기업에 고용된 장애인의 활동 보조를 지원해 주거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대학에서 실시하는 장애 학생 도우미 제도를 벤치마킹해 동료들이 장애인의 활동 보조를 분담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센터장은 "학교가 도우미 제도 등으로 장애 학생을 도와주고 있는 것처럼 직장에서도 장애인을 동료로 끌어안아야 한다. 장애 학생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전은애 회장은 "장애인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과연 행복한 나라라고 할 수 있냐. 자립을 통한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해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지원해줘야 한다"며 " 장애인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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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류연정 기자] mostv@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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