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韓 혁신경제..꽉 막힌 규제·기존 산업 반발 '발목'

2018. 4.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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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2Oㆍ공유경제 쑥쑥…한국은 ‘남 얘기’
- 카풀앱 논란 대표적…기업 투자 해외로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아침에 후다닥 집을 나서면서 스마트폰을 켠다. ‘카카오T 택시’로 부른 택시로 출근길 지각을 면하고, 배가 출출해지는 오후에는 ‘배달의 민족’으로 시킨 피자로 허기를 달랜다. 주말에 떠난 제주도 힐링여행은 ‘에어비앤비’로 숙박요금을 아낀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며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교통, 배달, 숙박, 여행, 부동산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O2O)한 새로운 서비스들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공유경제 서비스도 세계적인 신산업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으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남의 나라 얘기‘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야심차게 시장에 뛰어들지만, 규제에 부딪쳐 제대로된 서비스를 하기 어렵거나 기존 산업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 일쑤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사업 아이디어 실현을 막는 법ㆍ제도 환경,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어려운 환경,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막는 정책 등이 ‘스타 벤처(유니콘 기업)’ 탄생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대표적인 것이 카풀(승차공유) 서비스다. 미국의 경우 차량 호출ㆍ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가 부상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때문에 정해진 출퇴근 시간 외에는 서비스 제공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작년 말부터 카풀 앱 ‘풀러스’, ‘럭시’ 등 카풀서비스와 기존 택시업계의 갈등이 불꽃 튄다.

카풀업계는 낡은 규제가 혁신서비스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택시업계는 카풀서비스가 불법 유상 운송 알선행위에 해당하고 택시 시장을 좀먹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끝장토론(해커톤)을 통해 양측의 합의점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택시업계의 지속적인 보이콧으로 이마저도 지지부진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의 공유경제 투자는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이미 S㈜와 현대자동차는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투자를 진행했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 역시 홍역을 앓았다. 지난해는 정치권 일각에서 배달 앱의 수수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배달의 민족’ 내 광고 플랫폼 전략까지 문제삼았다. 또, 작년 말에는 소상공인연합회가 네이버의 ‘배달의 민족’ 투자에 대해 “골목상권 침탈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역시 규제완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작년 7월 출범한 한국푸드테크협회는 식품안전위생법의 온라인 중개거래와 관련한 규제 완화를 위해 정부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경연은 설립된지 10년 이하,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 236개사의 80.5%가 미국, 중국, 인도에 몰려있다고 지적한다. 이중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업종은 공유경제 분야다. 반면, 우리나라는 쿠팡,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등 단 3개의 유니콘 기업만 보유했을 뿐이다. 공유경제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 환경 탓에 이와 관련된 유니콘 기업은 전무하다.

구글그램퍼스 서울과 아산나눔재단의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누적투자액 기준 글로벌 스타트업 100대 기업 중 70%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했을 경우, 법 규제 위반에 해당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스타트업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 해외기업들은 자국의 창업과 혁신에 대한 정책적 지원 속에 무섭게 성장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신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과거의 규제 프레임으로 인해 혁신적 도전이 좌절을 맞는다”고 비판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세계 공유경제 시장이 연평균 78% 성장하며 오는 2025년에는 3350억달러(35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역시 공유경제 시장이 연평균 65%씩 성장 중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규제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서비스 자체를 진화시키거나 개선시키기 보다는 관련 법ㆍ제도 분석, 기존 산업의 반응 파악 등에 더 주력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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