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일본에선 '귀엽다'가 찬사.. 늘씬한 한국 걸그룹 보고 무섭다는 남자들도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2018. 4. 2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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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일본 여성 평균 키보다 작지만 '작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오누키 기자, 한국 여성 평균 키보다 크지만 '크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는 김 기자. 두 사람의 인식 차이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오: 제 키가 154㎝예요.

김: 앗,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해도 괜찮아요?

오: 어때요. 일본 사람이 전반적으로 작아서인지, 작은 걸 신경 안 쓰는 분위기 때문인지 작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고민한 적도 없고요. 한국 생활하면서 뒤늦게 내가 작은 건가 싶었죠. 하루는 한국 친구가 농담한답시고 "오누키는 키 작은 게 참 아쉬워" 그러는 거예요. 얼굴은 아예 안 되니 키라도 커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안 됐다는 뜻이었는지. 하하.

김: 대놓고 키 얘기를 했다고요? 그 친구는 친해서 무람없이 한 말이라 하겠지만 위험 발언이네요.

오: 미(美)의 기준 차를 또렷이 느꼈죠. 일본에선 '귀엽다(가와이)'를 찬사라 생각하는데 한국에선 '예쁘다'가 칭찬이잖아요. '귀엽다'엔 기본적으로 작고 아담하단 뉘앙스가 있죠. 그래서 작은 키를 되레 좋아하고. 큰 키는 너무 부담스럽다고 해요. 늘씬한 한국 걸 그룹들 보고 '무섭다'고 하는 일본 남자들도 있으니까(웃음). 반면 한국에선 '예쁘다'에 큰 키가 기본 조건처럼 들어가죠.

김: 일본에서 전철 탔을 때 갑자기 키가 커진 느낌이었어요. 한국에선 평균보다 조금 큰데 일본 사람들이 확실히 작더라고요.

오: 한국 부임받아 갔을 때 첫 느낌이 '크다'였어요. 집도 크고, 건물도 크고, 사람도 크고. 180㎝ 넘는 남고생, 170㎝ 넘는 여고생들이 꽤 많았어요. 일본 문부과학성 조사 보면 2017년 만 17세 남학생 평균 키는 170.6㎝, 여학생 평균 키는 157.8㎝거든요.

김: 학교 다닐 때 늘 한국은 '작다'는 식으로 배웠어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작은' 나라이고, 체구도 '작다'고 배웠어요. 그래서 한국은 뭔가가 작다는 콤플렉스가 무의식중에 자리 잡았는데 나중에 보니 잘못된 교육이었어요. 비교 대상을 어디에 뒀느냐는 문제였지요. 서양인보다 작은 편이지 동아시아로 비교 대상을 줄이면 한국인이 가장 큰 편인데 말이죠.

오: 키가 큰 사회인데 키 콤플렉스가 왜 심한 걸까, 의문이었어요. 곰곰 생각해보니 큰 걸 미덕으로 생각하니 키도 커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작으면 열패감 느끼고. 아이에게 키 성장 주사 맞히는 한국 가정을 취재한 적이 있어요. 부모가 160㎝ 정도였는데 중 2 아들이 5년째 성장 주사를 맞고 있었어요. 애 엄마가 "작은 키를 물려줘 미안하고 너무 작으면 왕따 당할까 봐 선택했다"고 했어요. 일본에선 주사 거부증이 있는 데다, 성장 주사는 생소해요. 키가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가 되는구나 생각했어요.

김: 영국에 연수 갔을 때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어요. 영국 학교에선 아이들이 칠판을 마주 보고 일렬로 앉는 게 아니라 키 상관없이 자유롭게 둘러앉아 수업을 했어요. 키를 아예 신경 안 썼어요. 그런데 한국 돌아와 학교 갔더니 우리 때 '키 번호'가 있는 거예요. 애가 반에서 두세 번째로 작았어요. 키 걱정이 그때부터 시작됐어요. 사회 환경이 키를 의식하게 하는 듯해요.

오: 키 순서대로 일렬로 서는 것. 일본식 군대 문화죠. 아직도 일본에선 그러는데 늘 그래 왔으니 당연히 그런 거라 생각해요. 불만도 없고요. 그나저나 일본 돌아오니 한국의 크기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김: 한국의 크기?

오: 귀국할 때 딱 하나 가져오고 싶은 게 있었어요. 킹사이즈 침대. 그런데 일본 집은 작아서 킹사이즈 침대를 들일 수가 없어서 포기했죠. 아, 그리운 한국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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