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조, 황금주파수 둘러싸고.. 막오른 '쩐의 전쟁'
오는 6월 5G(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을 위한 주파수 경매가 시작된다. 4월 초 5G 주파수 경매를 끝낸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정부는 19일 5G용 주파수의 최저 입찰 가격으로 3조2760억원을 제시했다. 통신 3사의 5G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5G용 주파수 경매 계획을 발표하고 통신업계 의견을 듣는 토론회를 열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다음 달 관련 공고를 내고 6월 주파수 경매를 마칠 계획"이라며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조기 상용화를 계획대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주파수는 데이터가 지나가는 고속도로와 같다. 주파수를 더 많이 확보할수록 넓은 도로에서 차량(데이터)이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어 통신 속도는 빨라진다. 5G 데이터 전송 속도는 현재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최소 20배 이상 빠르다.통신업계 관계자는 "주파수의 대역이 넓을수록 통신 서비스 품질이 좋아진다"면서 "5G망을 통해 자율주행차,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신사업을 펼치려는 통신 3사 입장에서는 유리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소 3조원짜리 주파수 확보 전쟁
경매로 나오는 5G용 주파수는 3.5기가헤르츠(3.42~3.7㎓) 대역과 28㎓(26.5∼28.9㎓) 대역 두 개로 역대 주파수 경매 가운데 최대 폭이 공급된다. 과기정통부는 3.5㎓ 대역에 2조6544억원, 28㎓ 대역에 6216억원을 각각 최저 입찰 가격으로 정했다.
정부가 경매 대가로 최소 3조2760억원을 통신업체들로부터 받겠다는 의미다. 경매는 정부가 정한 최저 가격에서 시작한다. 주파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통신 3사 간 공방이 치열해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통신업계 일부에선 최종 낙찰가 6조원을 훌쩍 넘기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특히 5G 전국망 구축의 핵심인 3.5㎓ 대역 주파수는 인접 주파수 대역과의 간섭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당초 예상됐던 300㎒ 폭보다 줄어든 280㎒ 폭이 경매에 나오면서 통신 3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통신 3사가 당초 예상과 달리 100㎒씩 사이 좋게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업계 1위 SK텔레콤은 가입자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최소 120㎒ 이상의 주파수를 원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현재 기울어진 통신 시장의 경쟁 구조가 5G 시대까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통신업체들 "정부 약속과 달리 비싸"
이날 토론회에서 통신 3사는 주파수 경매 일정에 동의하면서도 "3조원이 넘는 최저 입찰 가격은 큰 부담이 된다"며 반발했다. 과거 주파수 경매와 비교했을 때 정부가 설정한 최저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LTE(4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때 통신 3사가 낸 돈은 약 2조4000억원, 2016년 2차 경매에선 약 2조1000억원이었다. 통신업체들은 5G 투자 비용이 LTE 때보다 최소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5G 주파수의 특성으로 인해 LTE 통신망보다 훨씬 촘촘하게 기지국을 건설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향후 5년간 5G망 구축에 2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영민 과기부 장관이 통신 요금 인하를 단행하면서 5G 주파수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면서 "과도한 주파수 경매 대가는 결국 국민의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 끝나면 본격적인 투자
6월 주파수 경매가 마무리되면 통신 3사는 곧바로 장비업체를 선정해 본격적인 5G망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통신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기술 요구 사항을 담은 제안요청서(RFP)를 삼성전자와 노키아, 중국 화웨이 등 국내외 장비 회사들에 발송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장비 사업자들은 6월부터 통신업체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을 장비 사양에 반영해 본격적으로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통신 3사가 경매로 확보한 주파수를 실제 할당받는 시기는 오는 12월이다. 이때부터는 실제 주파수를 사용해 통신 장비를 테스트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내년 3월 예정된 5G 상용화를 두고 통신 3사가 '최초'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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