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에 속옷까지..대한항공 총수 일가 밀반입팀 뒀다"

오원석 2018. 4. 2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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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소홀한 새벽 비행편 이용
별동대 5~6명이 물품 별도 관리
뉴욕발 인천행은 '직구용 수송선'
'사내 물품' 코드 받아 운임 안 내
SNS엔 조양호 회장 부인 욕설 파일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관들이 19일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조 전무의 휴대전화 총 4대를 압수했다. [연합뉴스]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필요한 물품을 밀반입하기 위해 내부 전담팀을 운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주로 감시가 소홀한 새벽 시간 항공편을 이용해 가구나 인테리어 용품부터 아동복·속옷·소시지까지 다양한 물품을 들여왔다는 게 직원들의 이야기다.

익명을 요청한 대한항공 직원 A씨는 19일 “인천에 들어오는 특정 비행기는 총수 일가의 거대한 ‘직구용 수송선’이나 다름없다”며 “장녀인 조현아(44)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물품이 특히 많았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인천공항에는 70~80명으로 운영되는 대한항공 수하물운영팀이 있다. 승객 위탁수하물 관련 업무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운영팀 내부에 총수 일가의 수하물을 별도로 관리하는 ‘별동대’가 존재한다고 한다. 5~6명으로 구성된 이 직원들은 내부에서 ‘지원업무전담’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들은 평소 수하물운영팀의 일반 업무를 수행하며 총수 일가의 물품도 관리했다는 것이다. 총수 일가는 특히 뉴욕발 인천행 KE086편으로 자주 개인 물품을 들여왔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뉴욕 비행편으로 오만가지 물건이 다 왔고 주로 조현아 사장의 물품이 많았다”며 “카터스(미국 아동복 브랜드) 쇼핑백과 속옷, 소시지 등 식자재도 들여왔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지난 2013년 5월 미국 하와이에서 쌍둥이를 출산했다. 소시지 같은 육가공품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지정검역물’로 분류돼 검역 대상이다. 검역증명서가 있어야 반입할 수 있고 편법으로 반입하다가 적발되면 전량 폐기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현지 가공공장 및 포장상태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 보통은 육가공품 수입업자가 발급받는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개인 물건들이 회사의 내부 물품으로 둔갑해 들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한항공의 또 다른 직원 B씨는 “총수 일가의 물건들은 INR(사내 물품 운송) 코드를 받아 회사 물건인 것처럼 들여와 운임을 내지 않았다”며 “150kg이 넘는 가구나 인테리어 용품이 도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B씨는 “화물이 나오면 대한항공 승합차가 기다렸다가 후다닥 화물을 싣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2015년 1~5월에는 영국산 십자수가 같은 방식으로 인천공항에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한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영국산 십자수가 구치소 안으로까지 전달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혹이 잇따르자 관세청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부와 조현아 사장, 조현민 전무, 조원태(43) 대한항공 사장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지난 2013년 실시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 리모델링 공사에서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작업자들에게 욕을 했다는 주장과 함께 녹음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파일에는 한 여성이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잘라. 아우 저 거지같은 놈. 이 XX야. 저 XX놈의 XX. 나가”라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녹음돼 있다.

한편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의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조현민 전무의 업무용·개인용 휴대전화 2대와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의 휴대전화 2대 등 총 4대를 압수했다. 또 이 임원의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자료도 확보했다.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공항동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광고대행업체인 H사 광고팀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이 든 유리컵 등을 던진 것으로 알려지며 갑질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조 전무가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렸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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