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손 놓은 국회..군산 "7만명 생계 위기" 호소

박용하·김재중 기자 2018. 4. 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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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고용위기지역의 눈물

19일 오전 서울지방조달청에서 범정부 추경 대응 태스크포스 회의에 앞서 각 부처 관계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은 대규모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지역에선 인구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어요. 정부나 국회에서도 이런 고통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19일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추경 대응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위기에 몰린 지역의 고충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자동차와 조선업 위기로 고용위축이 우려되는 군산·거제·통영·고성·창원 진해구·울산 동구 등 6곳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회의에는 이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해 지역경제 상황을 설명했으며,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통과를 위해 중앙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를 보면 군산·통영·거제·고성의 고용률은 2016~2017년 사이 적게는 2.5%포인트에서 많게는 4.9%포인트까지 하락했다. 반면 실업률은 0.9~4.0%포인트가량 상승했는데,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예상되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지엠 사태 등을 맞고 있는 군산시 측은 “제조업 종사자의 47%가 일자리를 상실할 위기이며, 인구의 26%(7만명)가 생계위기에 내몰린 상태”라고 밝혔다. 통영 역시 제조업 종사자의 39%(약 1340명)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조선소 인근의 아파트들은 벌써 가격이 20~30% 폭락했다.

울산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자영업자 폐업이 부쩍 늘었다. 음식점 등 식품위생업 분야 사업장의 폐업은 2년간 29.6% 늘어났으며, 숙박업소 등 공중위생업 분야는 40%나 증가했다. 인구 감소도 빨라져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4년 만에 총 8863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은 국회에서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켜 실업자와 자영업자를 시급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경 예산안에 반영된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205억원 규모)와 전직 실업자 능력개발 지원(817억원), 소상공인 일반경영 안정자금 융자(1000억원)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한준수 군산 부시장은 “추경안이 상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각 부처에서도 추경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지역의 지원사업이 표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당장 5월이 되면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자들이 1000명 이상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추경이 없다면 이분들을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지역의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자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융자 관련 지원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근심은 깊어가고 있지만 국회는 ‘개점휴업’을 계속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추경 예산안 논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차관은 “추경안 통과가 늦어질수록 지역의 위기가 커질 수 있다”며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4월 임시국회가 시작은 했지만 회의를 열지 못하고 회기가 거의 끝나간다”면서 “정부가 어렵게 마련한 추경안은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청년실업률이 11.6%, 체감실업률이 24%로 사상 최악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군산과 통영, 거제처럼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대량실업과 연쇄 도산으로 지역경제가 신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정부의 잘못이 있다면 야단쳐 주시되 청년과 지역경제는 도와주셔야 할 것 아닌가”라며 추경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했다.

<박용하·김재중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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