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차트 1위'도 못 믿겠다?

이혜인 기자 2018. 4. 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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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작년 10월 발매된 닐로의 ‘지나오다’가 차트 정상 차지하자 뒷말
ㆍ“별 계기 없이 고속 역주행”…소속사 “SNS에 많이 소개한 게 전부”

가수가 음반을 발매하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노래가 재조명을 받고 입소문을 타면서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것을 ‘역주행’이라고 한다. 최근 신인가수 닐로의 ‘지나오다’라는 노래가 역주행하며 일주일이 넘게 국내 음원차트 1위에 올라 있다. 그런데 이 역주행이 자연스러운 입소문이 아니라 조직적인 ‘SNS 마케팅’으로 수요를 끌어올린 것이라는 의혹이 일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1시.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차트 1위에 닐로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발매된 닐로 앨범 <어바웃 유(About You)>의 타이틀곡인 ‘지나오다’는 빠른 속도로 역주행해 차트에 진입했다. 지난달 마지막주부터 멜론 차트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더니 2주도 안돼 1위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다. 최근 컴백한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위너도 모두 닐로보다 낮은 순위에 있어 더욱 눈에 띄었다.

닐로의 1위 등극을 지켜본 사람들은 SNS를 통해 ‘저 노래가 왜 1위냐’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과거에도 신인가수들의 발라드가 역주행한 사례가 많았지만 닐로의 경우는 양상이 좀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윤종신의 ‘좋니’, 문문의 ‘비행운’, 멜로망스의 ‘선물’ 등도 앨범 발매 한참 후 역주행으로 장기간 차트 1위를 점령했다. 그러나 이들 노래는 특별한 이슈들이 나온 후 역주행이 시작됐다. ‘좋니’는 윤종신이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에서 라이브를 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역주행했다. ‘비행운’은 가수 아이유와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이 추천하면서 주목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닐로의 노래는 특정한 계기가 없으면서 역주행 속도는 앞선 경우들보다 훨씬 빨랐다. 가온차트의 김진우 연구위원이 지난 16일 ‘닐로 사태 팩트 체크’라는 글을 가온차트 사이트에 올린 것을 보면 ‘지나오다’는 별다른 이슈 없이 역대 최단 시간에 1위에 오른 역주행 곡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 역주행 곡들에서 나타나는 바닥을 다지면서 순위가 상승하는 모습이 (‘지나오다’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며 “역주행을 유발한 만한 직접적인 사건과 계기를 딱히 찾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신인가수 닐로가 지난해 10월 낸 앨범 <어바웃 유(About You)>의 타이틀곡인 ‘지나오다’는 최근 ‘역주행’하면서 음원 차트 상위권(위)에 진입했다. 멜론 사이트 캡처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닐로의 소속사인 리메즈 엔터테인먼트가 ‘스텔스 마케팅’으로 ‘지나오다’의 음원 순위를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텔스 마케팅이란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상업적인 홍보 게시물이라는 것이 티나지 않게 글을 올려 홍보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최근 들어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일소라)’ ‘역대급 노래 동영상’ 등 팔로어수가 100만~300만명이 되는 페이지들에 닐로의 노래와 관련된 게시물들이 자주 보였으며, 마치 보통 사람들이 노래가 좋아서 마케팅과는 상관없이 추천을 하는 것처럼 게시물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일소라’ 페이지에서 닐로의 노래를 부른 한 SNS 이용자의 동영상을 공유했는데, 그가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직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에 힘이 실렸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는 페이스북 등 SNS에서 음악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통해 음원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다.

이시우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페이스북, 유튜브 위주의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통해 좋은 음악을 많은 분들께 소개해드린 것이 전부”라며 “단순히 저희가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했다고 순위가 오르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은 맞지만, 그 안에서 매크로를 쓰거나 불법적인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적은 없다”고 했다. 또한 “닐로의 노래를 부른 영상을 올린 것이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직원은 맞지만 (우리 회사) 매니저이기 전에 그 친구도 가수가 꿈이어서 (‘일소라’ 페이지에) 영상을 보내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닐로 1위로 인해 스텔스 마케팅이라는 마케팅 수단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나온다. 음반 기획사 관계자는 “음반이 나오면 ‘일소라’ 같은 페이지에 수십에서 수백만원을 주고 포스팅을 부탁하는 것은 일반적인 마케팅 방법”이라며 “많은 팔로어수가 허수가 아닌가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페이지에서 보고 음악 들으러 왔어요’라는 댓글들을 보면 돈을 주고 게시물을 올려달라고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음원차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뷰티나 맛집 블로그에서 돈을 받고 글을 쓴 것에 대해 반감이 있듯이, 음악 홍보 영상도 돈을 받고 만들어서 올린다는 것에 반감이 생기는 것 같다”며 “그러나 매크로 같은 불법적 방법으로 사용자수를 늘리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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