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대비 한국 최저임금, OECD 3위..미국·일본 보다 높아

박태희 2018. 4. 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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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로자가 실제로 받는 최저임금은 9045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중 11위로 조사됐다. 또 국가의 소득 수준(GNI·국민총소득)을 반영해 산정하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OECD 국가의 최저임금을 비교해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가 실제로 받는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최저시급 7530원보다 1500원 이상 많았다.


주휴수당 의무화로 실질 최저임금은 9045원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에 '주휴수당'을 의무화하고 있어서다. 근로기준법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무자에게 1주일에 1일분 이상의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일부 파트타임 직을 제외한 생계형 근로자들이 대부분 주 15시간보다는 더 일하기 때문에 실제 고용주들이 지급하는 최저임금은 최저시급에서 주휴수당을 더한 9045원이란 얘기다.
주휴수당 개념은 고용노동부도 고시하는 '최저임금 월급'에도 반영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월급을 월 174시간의 근로 대가인 131만220원(시급 7530원×월 174시간)에 주휴수당 26만3550원(시급 7530원×월 35시간)을 포함한 157만3770원으로 고시했다.

한경연의 정조원 고용창출팀장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우리보다 1인당 소득이 높은 미국(8051원), 일본(8497원), 이스라엘(8962원)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OECD 국가 가운데 주휴수당 지급을 법으로 의무화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대만·터키 정도다.
서울 명동 한 음식점에 직원을 구하는 안내문이 걸려있다.[중앙포토]


국민소득 반영하면 폴란드·프랑스 이어 3위
국민총소득(GNI)을 반영해 비교하면 최저임금의 국가별 상대적 수준이 보다 뚜렷해진다. OECD 회원국에는 멕시코처럼 1인당 소득이 8000달러대인 나라부터 룩셈부르크처럼 7만 달러를 넘는 나라도 있다. 최저임금을 단순히 수치로만 비교해서는 '그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7530원)과 2016년 GNI(2만7561달러)를 각각 지수 100으로 놓고, 주휴수당을 포함한 9045원을 대입하면 한국의 최저임금 지수는 120.1이 된다. 이는 폴란드(130.5)와 프랑스(120.5)에 이어 세 번째로 '최저임금을 그 사회의 소득 수준에 비해 후하게 쳐주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우리의 두 배 가까이 되는 미국(50.6)은 물론 호주(117.2), 영국(102.7), 일본(77.8) 등 부자 나라보다 높은 수치다.

또 현행 제도하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더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는 '고정급+일부 고정수당'만 최저임금으로 포함한다. 주로 대기업에서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은 제외된다. 사업주가 실제 지급하는 임금이 고시 최저임금보다 많아도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기상여금 없이 최저임금만 받는 중소기업 근로자와 연간 정기상여금 800%에 주휴수당 2일분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를 비교하면,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일 때에는 임금 차이가 1771만원이지만, 시급 1만원이 되면 임금 차이가 2352만원으로 벌어진다.

한경연의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최저임금은 임금체계 전반에 연동돼, 최저임금이 오르면 주휴수당·퇴직금 등 법정 인건비와 정기 상여금이 줄줄이 오른다"며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조정하는 작업 없이 일률적으로 올리는 방식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입범위 수정 안 하면 대-중소기업 격차 더 커져
현재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정은 국회로 공이 넘어가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와 재계의 합의를 끌어내는데 실패하자 공을 국회로 넘겼다. 국회 환노위는 최근 고용노동소위원회를열고 양측의 의견을 들었으나 상여금·복리후생비·숙박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자는 사용자 측과, 이를 반대하는 노동자 측 간에 의견이 맞서고 있다.
신영선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가 정기상여금과 숙박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한다"며 "급격한 인상의 충격을 줄이고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산입 항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측은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희석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 결정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야가 최근 불거진 댓글 공방으로 대치 중인 데다 곧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어 최저임금 산입 범위 결정은 상반기 내에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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