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정전·휴전? 비슷해보여도 전혀 다른 의미라고요?

이현우 2018. 4. 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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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간 종전협의 문제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종전(終戰)'이란 단어가 남북문제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다음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란 예측들이 나오면서 1953년 6.25 전쟁 결과 체결된 정전협정과 이후 65년째 지속 중인 휴전상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종전과 정전, 휴전은 의미가 비슷해보이지만 외교적으로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 용어들이다. 먼저 종전이란 양국간 지속되던 전쟁상태가 완전히 종료됐음을 전쟁당사국 간에 확인하는 것이다. 평화협상을 위한 전 단계로 종전협정이 맺어지기 전까지는 전쟁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돼 전쟁당사국들간의 공식적인 외교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정전(停戰)과 휴전(休戰)은 과거에 혼동돼서 많이 사용된 개념이라 뜻이 거의 같다고 알려져있지만, 명확히 구분하면 큰 차이가 있다. 정전은 전선에서 전투 중인 양국 군대가 무의미한 소모전을 멈추거나 협상을 시도하기 위해 잠시 교전을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정전은 전체 전선 중 일부 전선에 한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전면적으로 선포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정전으로는 1914년 12월24일,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과 독일군이 벨기에 이프르에서 맺은 '크리스마스 정전'이 있다. 서로 캐롤을 부르다가 전선 군인들끼리 갑자기 맺어진 정전은 당시에도 크게 회자됐었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4년 12월24일, 당시 대치중이던 영국군과 독일군이 서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다가 소규모로 정전협정을 맺고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 '크리스마스 정전' 사건이 발생했었다.(사진=위키피디아)

휴전은 정전처럼 전선 군인들끼리 교전을 잠시 중단하는 수준이 아니라 양국 정부나 총사령관 등 대표자들이 공식협상을 통해 전체 전선에서 전쟁상태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단계적인 정전을 먼저 실시하고, 이후 전쟁 당사국 대표들끼리 모여 휴전협정을 체결하는 수순을 가진다. 전쟁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경의 전선을 마주보고 대치상태가 이어지지만, 전면적인 전투상황이 추가로 발생하진 않는 상태를 뜻한다.

남북한의 대치상황은 1950년 6.25 전쟁 발발 이후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 의해 사실상의 휴전상태가 7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매우 특수한 경우다. 한반도 지역은 전 세계에서 정전협정으로 인한 휴전상태가 가장 긴 지역에 속한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정식 제목은 '유엔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 (Agreement between the Commander-in-Chief, United Nations Command, on the one hand, and the Supreme Commander of the Korean People’s Army and the Commander of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 on the other hand, concerning a military armistice in Korea)'으로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인 마크 웨인 클라크(Mark Wayne Clark) 사령관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자격으로 참석한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자격으로 참석한 펑더화이(彭德懷) 3자가 협정의 당사자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문에 서명 중인 마크 웨인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의 모습(사진=국가보훈처)

당시 우리나라는 최대 교전 당사국이었으나, 이승만정부가 정전협정 자체에 반대해 서명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 대표로는 최덕신 육군소장이 배석했지만, 협정문에 사인하지 않았던 것.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한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이 아예 아니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당시 한국군도 유엔군사령부 휘하에서 전쟁을 치른 연합국 일원이고 유엔군사령부가 전체 연합군을 대표해 조인한 것인만큼 현실적으로는 한국정부도 정전협정 당사자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에서는 6.25 전쟁에 대한 종전, 평화협상은 미국과, 남북한 대치 상황 및 국지도발 문제는 남북한 평화협상으로 분리해서 접근하려는 시각이 강하다.

만약 다음주 남북정상회담과 5월~6월 사이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협정과 나아가 평화협정을 위한 초석이 마련될 경우, 남북한의 휴전상태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협정은 곧 평화협정으로 가는 기반이며, 남북한은 물론 북미간의 외교정상화가 예상되고 한반도 주변 4개 열강들과 남북한의 관계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추정된다. 종전협정이 발효되면, 군사적 대치 상황이 줄어들고 휴전선 대치 상황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각에서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사라져 주한미군이 모두 철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주한미군 문제의 경우에는 북한이 내건 비핵화 조건에서 일단 제외된 상태다. 혹시 주둔 근거가 사라진다고 해도 별도 협정을 통해 주둔 근거를 마련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주일 미군의 경우, 1952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가 해체되고 일본의 주권이 회복되면서 기존 주둔 근거가 사라진 적이 있었지만, 이후 상호협력 및 안전보장조약 체결로 사실상 영구주둔하게 된 전례가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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