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데이터도 없이 '폐기물 대란' 막는다는 정부

강종구 2018. 4. 19. 10: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래빗 #데이터정책제안 4회
'폐기물 대란' 정부 대처가 안 먹히는 이유
# 최대 2년 후에야 파악하는 폐기물 현황
폐기물 대란, 유독 '가격' 문제로 보는 이유
# 환경부 매달 갱신 자료는 '폐기물 가격' 뿐
현장감 없는 공공데이터 공개청구 '무용지물'
'페기물 데이터' 실시간 파악을 제안합니다

 
[편집자 주] '데이터 정책제안'은 뉴스래빗이 고심 끝에 내놓는 콘텐츠입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하는 공공데이터엔 수많은 사실들이 담겨 있습니다. 공공행정 과정에서 도출된 만큼 독자의 삶에도 큰 의미일 수 있죠. 뉴스래빗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발굴하기 위해 자주 활용합니다.

다만 접근성과 사용성이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한국도로공사편, 서울시편, 정보공개청구편을 통해 공공데이터의 부족한 '2%'를 조명했습니다. 

질 좋은 데이터저널리즘 콘텐츠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뉴스래빗이 공공데이터 수집 및 정제, 분석 등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이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데이터 관련 정책을 정부 및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 제안합니다. 

뉴스래빗 [데이터 정책제안] 4회에선 '폐기물 대란'의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산하 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을 다룹니다.
 

환경부 산하한국환경공단은 매년 폐기물 관련 통계자료 6종을 공개합니다. 폐기물이 얼마나 발생하고 얼마나 처리되는지, 쓰레기 종량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상세히 조사합니다. 

그 중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은 플라스틱, 비닐, 스티로폼 등 최근 대란이 일어난 폐기물 현황을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뉴스래빗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대란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 대책의 방향은 옳은지 판단해보고자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럴 수 없었습니다.

#1. 현재 폐기물 발생량을 모른다고?
= 최대 2년 후에나 알 수 있는 폐기물 현황

한국환경공단이 공개한 '최신' 자료는 2016년자입니다. 2016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벌써 2년 이상 지난 데이터인 셈입니다. 한국환경공단 담당자는 "1년이 끝난 후 집계를 시작해 다음 해 말에 공개하는 자료"라고 설명합니다.

대란이 한창인 지금의 상황을 1년이 더 지난 2019년 12월에야 파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담당자의 말대로라면 정부는 이번 폐기물 대란의 핵심인 전국 재활용 폐기물 실시간 발생량을 모르고 있습니다. 지금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처리 가능한 폐기물 양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치가 정부 정책 입안자들에게 없는 겁니다.

몇몇 언론은 이번 대란을 보도하며 폐기물 배출량이나 처리량을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담당자는 이에 대해서도 "2016년 자료를 보고 쓰시지 않을까"라고 추측했습니다. 2018년 최신 자료는커녕 2017년 자료조차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 무시했다는 보고서 내 데이터도 '2014년'
= 4년 전 데이터로 옥신각신, 2018년의 현실

2016년 환경부는 연구 용역을 통해 '재활용제품 수요 창출을 위한 재활용 시장 실태 조사 연구' 보고서를 받아봤습니다. 이 보고서 연구(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작성) 용역에 무려 4900만원을 썼죠. 그렇다면 이 2016년 연구 용역 보고서의 토대가 된 전국 폐기물 발생량 데이터는 몇년도 자료일까요.

역시나, 인용된 최신 데이터는 더 2년 전인 2014년 자료였습니다. 최근 여러 언론이 폐기물 수급 대란 가능성을 인지하고서도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쏟아부었는데요. 2018년인 현재 우리 사회가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하는 근거로 거론하는 용역 보고서 속 데이터는 무려 4년 전 데이터인 겁니다.

#3. 폐기물 대란, 유독 '가격' 문제로 보는 이유
= 환경부 매달 갱신 자료는 '폐기물 가격' 뿐

정부가 유일하게 월 단위로 파악하는 수치는 '가격'입니다. 한국환경공단은 재활용 자원의 가격을 매월 25일 공개합니다. 폐지, 폐플라스틱, 폐유리병, 폐금속캔, 폐타이어 등의 월 평균 가격을 매월 조사해 보고서를 만들죠.

정부는 매월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이 '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이번 대란을 긴급 수습했습니다. 업체들에 급락한 재활용품 가격을 감안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업체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4. 데이터도 없이 대란 막겠다는 정부 
= '폐기물 대란' 정부 대처가 안 먹히는 이유

정부는 대란이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업체 규제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완화해야 할까요. 선매입하겠다는 폐지는 어느 정도 매입하는 게 적당할까요. 숫자 없는, 정밀하지 못한 대책이 또 다른 실책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론은 정부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질타했습니다. 예방은커녕 사후 대응에 그쳤고, 그마저도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알면서도 못 고쳤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경입니다. 청와대는 지난 2일 "정부가 잘못했다. 야단맞아야 한다"며 대응이 부실했음을 인정했습니다.

일각에선 수거 업체만의 문제도, 중국이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만도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대란이 재활용 업체와의 협상만으로 단순하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입국의 태세 전환, 재활용품 시세 급락, 업체의 집단 행동 등 갑작스런 변화가 또 다시 있다면 '대란'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5. 정부 '페기물 데이터' 실시간 파악해야
= 현장감 없는 공공데이터, 공개청구 '무용지물'

정부는 현재 폐기물 현황 자료를 행정 편의에 맞춘 일정으로 제작합니다. 이미 데이터가 고정된 후에 취합을 시작하고 정제하는 시간까지 가집니다. 이렇게 제작하니 정부의 현장감이 1~2년 가량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개된 시점엔 이미 철지난 데이터이니 쓰임도 마땅치 않습니다. 자료가 주로 어디 쓰이는지 묻자 한국환경공단 담당자는 '학생 연구용'이나 '지자체 교부금 산정 참고 자료', '소각장 설립 기초 자료' 등 미지근한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습니다.

사실 뉴스래빗이 이 같이 최신 폐기물 데이터 집계가 최대 2년이나 늦다는 사실을 파악한 경위는 '정보공개청구' 였습니다. 재활용 대란, 폐기물 대란이 발생했지만 현재 폐기물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제대로 처리가 안되는 폐기물 규모는 얼마인지 같은 '대란의 핵심'을 정부와 산하 공공기관에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환경공단에 2018년 최근 폐기물 데이터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지만 돌아온 답은 안타까웠습니다. 2018년 폐기물 데이터는 아직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공개청구를 할 데이터 자체가 공공데이터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정보공개청구 역시 무용지물입니다.

정부는 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근본적 해결, 즉 예방하려면 폐기물 동향을 그때그때 파악할 수 있어야겠죠. 이를 위해선 최신 데이터가 필수적입니다. 이번 대란으로 그 필요성이 입증된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뉴스래빗이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수시 갱신을 제안합니다 !.!

 
다른 뉴스래빗 데이터 정책제안에도 함께 참여해주세요 !.! 
좌표= http://bit.ly/데이터정책제안


데이터 정책제안 ? 질 좋은 데이터저널리즘 콘텐츠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뉴스래빗이 공공데이터 수집 및 정제, 분석 등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이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데이터 관련 정책을 정부 및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 제안합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뉴스래빗 페이스북 facebook.com/newslabi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lab@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글방]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