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거기 어디?]먹기 아까워..토스트에 내려 앉은 벚꽃

백수진 2018. 4.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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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이 쌓여 있는 듯한 비주얼의 '웨이브토스트'. 이 메뉴가 눈으로 즐기는 토스트로 입소문을 타면서 엠엔디커피는 인스타 성지로 떠올랐다.
벚꽃의 계절이 끝났다. 눈까지 동반한 추운 날씨 속에서 다소 허무하게 떨어져 버린 올봄의 꽃잎들. 그 꽃잎들이 토스트 위로 내려 앉았다. 순백의 테이블 위, 파스텔 톤 꽃잎으로 뒤덮인 듯한 토스트가 놓인 사진이 카페족들의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피드에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다. 봄 기운을 내뿜는 화사한 토스트의 정체는 후암동 카페 ‘엠엔디커피(mnd coffee)’의 ‘웨이브토스트’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엠엔디커피는 탁월한 비주얼의 토스트 아트로 오픈과 동시에 화제가 됐다. 인스타 해시태그 #mndcoffee가 4월 18일 현재 3600개를 돌파했다. 카페 이름뿐 아니라 ‘#웨이브토스트’ 태그로도 게시물이 1000개 넘게 검색된다. 비슷한 톤의 두가지 색깔 크림이 꽃잎만한 크기로 번갈아 칠해진 토스트다. 대부분이 엠엔디커피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엠엔디커피의 메뉴를 따라해 직접 만들어봤다’는 게시물도 많다. 예쁜 토스트의 대명사처럼 입소문이 나면서 홈베이커들이 한번쯤 만들어보는 메뉴가 된 것이다. 이름대로 하나의 ‘흐름(wave)’이다.

엠엔디커피의 웨이브토스트를 따라해 만들었다는 홈베이커의 포스팅. [인스타그램 캡처]
원조 웨이브토스트를 직접 보기 위해 17일 후암동을 찾았다. 엠엔디커피는 남영동 주민센터와 후암동 주민센터 사이 조용한 골목에 있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10분 거리다. 가게 바로 옆은 주차장이고 맞은 편은 어린이집이다. 주변에 다른 카페도 없이, 골목 모퉁이에 혼자 덩그러니 있다.
조용한 골목 모퉁이에 자리한 엠엔디커피의 외관.
평일 낮이라 웨이팅은 없었다. 가게 안은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을 띠었지만 짙은 갈색 나무 카운터와 3면을 나무벽으로 두른 공간이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인스타에서 본 흰 배경만으로는 아주 모던한 카페를 상상했는데 의외로 빈티지한 포인트가 있었다. 카운터에 놓인 다이얼 전화기, 청동 빛깔의 앤티크한 플로어 스탠드, 새빨간 색깔의 1인 소파 등이 그랬다.
호텔 리셉션 콘셉트의 카운터와 197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거실 인테리어를 재현한 실내 공간.
손님들에게 진동벨 대신 나눠주는 호텔 룸키 모양의 대기표.
엠엔디커피의 이름·인테리어·메뉴를 관통하는 콘셉트는 ‘호텔’이다. 패션을 공부한 장우성(31)·순현진(28) 대표는 “1950~70년대 미국 시골의 작은 호텔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래되고 조용한 지역인 후암동을 선택한 것도 ‘서울 속 시골’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가게 이름 '엠엔디(mnd)'는 중세모던을 뜻하는 '미드 센추리 무드(Mid Century Mood)'에서 첫 글자, 중간 글자, 마지막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당시 미국에서 유행했던 인테리어 무드를 재현하기 위해 일부 가구와 아이템을 현지에서 직접 공수했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는 듯한 분위기를 위해 토스트·크라상·머핀 등을 메뉴로 정했다.
크루아상과 머핀을 놓아둔 테이블은 호텔의 뷔페식 조식 콘셉트에 맞춰 가게 한가운데에 배치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테이블마다 놓인 종이를 통해 메뉴를 살펴봤다. 함께 놓인 연필로 주문할 메뉴에 체크한 뒤 카운터에 가져가 주문하면 된다. 종이에는 날짜와 룸 넘버를 적는 곳이 있다. 실제로 적을 필요는 없지만 호텔에 체크인하는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다. 호텔 리셉션을 연상시키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마치면, 진동벨 대신 룸 넘버가 새겨진 호텔키 모양의 대기표를 준다. 메뉴가 완성되면 카운터에서 탁상벨을 울려 알려준다. 17평 남짓의 작은 가게이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앉았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빈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메뉴 주문지와 연필.
웨이브토스트는 핑크 톤과 블루 톤 중에 선택할 수 있다. 핑크 톤 웨이브토스트에는 딸기잼이, 블루 톤 웨이브토스트에는 사과잼이 함께 나온다. 늦봄의 꽃놀이를 즐기는 심정으로 핑크 톤을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만들기 때문에 10~15분이 걸린다.

토스트 위에 올라간 파스텔 톤 크림의 정체는 크림 치즈다. 구운 빵 위에 생크림을 듬뿍 바르고 다른 빵으로 덮은 뒤, 플레인 크림치즈로 흰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색소를 넣은 크림치즈를 툭툭 얹어 만든다. 크림치즈의 뭉침, 나이프가 지나간 질감 등이 그대로 살아있다. 순 대표는 “크림치즈가 발린 모양이 파도처럼 보여서 이름을 ‘웨이브토스트’로 정했다”고 말했다.

인스타에서 사진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핑크 톤과 블루 톤 웨이브토스트를 둘 다 시키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 캡처]
사실 토스트 맛은 비주얼만큼 특별하진 않았다. 식빵에 생크림과 크림치즈를 발라 먹는 맛이다. 함께 나온 잼과 제철 과일을 얹어 먹을 수도 있지만 역시 예상을 벗어나진 않는다. 엠엔디커피의 대표들도 웨이브토스트가 비주얼 외에 특별한 점이 없다는 사실을 쿨하게 인정한다. 하지만 손님들이 눈과 입을 통해 기분 좋게 디저트를 즐긴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좋은 호텔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잠만 자도 기분이 좋잖아요. 손님들이 토스트 아트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카페에 있는 시간을 즐겼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여유 공간이 많아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인 엠엔디커피 내부.
음료는 커피와 함께 제철 과일을 활용한 주스와 소다가 있다. 달달한 커피가 당긴다면 메이플 시럽이 들어간 라떼 ‘크림 메이플’을 추천한다. 크림이 잔뜩 얹어진 토스트와 함께 먹기엔 청량감을 주는 소다가 제격이다. 겨울에는 딸기후르츠소다를 팔았지만 봄이 오면서 레몬으로 바꿨다.

영어로 된 상호와 비주얼만으로도 설명이 필요없는 메뉴 덕분에 외국인 손님도 많은 편이다. 평일 낮엔 동네 주민들이나 여행 중인 외국인들이 가게를 채운다. 테이블이 7개밖에 없어 주말엔 30분에서 1시간 정도 대기를 각오해야 한다. 빈 공간이 많은 편이지만 테이블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한다.
“조용함과 여유로움이 좋아서 후암동으로 왔어요. 호텔에서 쉬다 가듯 손님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어요.”
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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