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혁명시대' 막 내리는 쿠바..권력 바통 '포스트 혁명 세대'로

박효재 기자 2018. 4. 1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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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국가평의회 의장직 물러나는 라울 카스트로
ㆍ디아스카넬 부의장, 승계 유력

59년간 이어져 온 ‘쿠바혁명 시대’가 막을 내렸다. 1959년 쿠바혁명을 이끌었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2016년 타계했다. 형을 대신해 2008년 집권한 라울 카스트로(87)는 18일(현지시간) 소집되는 국가평의회에서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혁명 이후 세대’인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부의장(58)이 최고지도자인 의장직을 승계할 것이라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카스트로 형제가 이끈 사회주의 혁명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피델 카스트로

피델은 체 게바라 등과 함께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키고 이후 사회주의 체제를 실험한 인물이다. 1959년 풀헨시오 바티스타 친미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소수 대지주와 미국 자본에 잠식된 토지를 농민들에게 돌려줬다. 1961년 미국계 대기업을 국유화하고 농업의 집단화를 단행하는 등 사회주의 체제를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으며 국교를 단절했다. 그해 4월에는 미국 정부 지원을 받은 쿠바 망명자들의 피그만 침공을 막아냈다. 1980년대 후반 소련 등 동구권의 민주화 바람에도 계속 사회주의 정책을 추진해나갔다.

피델(왼쪽)과 라울 카스트로 형제가 2012년 2월 국가평의회 회의에 나란히 참석해 있다. 아바나 | AP·AFP연합뉴스

피델은 미국이 지원하는 제3세계 독재정권 타도에 앞장섰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중남미 좌파 정부와 협력했다. 2006년 건강이 악화되자 동생인 라울 당시 국방장관에게 임시로 권력을 이양했다가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라울은 반미 강경노선을 고수한 형과 달리 잇단 개혁·개방 조치로 쿠바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쿠바인들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부동산도 사고팔 수 있다. 민간영역 노동자도 55만명이 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졌다. 특히 2015년 미국과 국교 정상화는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쿠바를 여행하는 미국인들은 크게 늘었고 경제에는 활기가 돌았다. 피델이 독재로 비판받은 것과는 달리 2011년 국가평의회 의장직 임기를 5년으로 한정하고 연임도 2번으로 제한했다. 2013년 다시 의장에 선출됐을 때는 임기가 끝나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도 했다.

라울 카스트로가 2013년 6월 국가평의회 회의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부의장(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아바나 | AP·AFP연합뉴스

신임 국가평의회 의장이 확실시되는 디아스카넬은 쿠바혁명 이듬해인 1960년생이다. 혁명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처음으로 쿠바 국정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디아스카넬은 피델이 서구 퇴폐문화로 금지했던 미국 로큰롤 음악을 좋아하고 청바지를 즐겨 입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바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인사인 기예르모 파리나스와 학창 시절 친구로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동성애에도 우호적인 입장으로 기존 혁명세대 지도부보다 개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한 당 행사에서 혁명에 반대하는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자고 주장하는 등 강경보수파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과 국교 정상화 이후 해빙 무드에도 회의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디아스카넬이 지난달 “사회주의 체제에 헌신한 분들과 역사적인 전 세대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했던 말을 전하며 라울의 노선을 충실히 계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울은 의장직을 내려놓은 후에도 2021년 예정된 차기 공산당 총회 때까지 쿠바 공산당 제1서기로 남을 예정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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