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과 카카오톡의 친구들.."우리는 맞수"

2018. 4. 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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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이모티콘 캐릭터 사업 활발
일본·동남아 인기 라인프렌즈
한국에서 절대 지지 카카오프렌즈
덕후들 만들어 내며 인기 몰이

[한겨레] 스마트폰 속의 이모티콘이 현실 세계로 뛰쳐나왔다. 귀엽고 예쁜 것을 실제 만지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카카오톡과 라인은 그들의 이모티콘을 캐릭터 사업화했다. 그것이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다. 두 곳 모두 카카오와 라인의 자회사다. 캐릭터 사업은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단순한 쿠션이나 인형부터 의류, 전자기기, 게임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로 퍼져 나간다. 10여년 전 지금은 구치소에 있는 한 전직 대통령(이명박)이 “우리는 왜 닌텐도 같은 걸 못 만드느냐”고 따졌을 만큼 한국은 캐릭터와 콘텐츠 산업이 척박했던 곳이었다. 이제는 이 두 ‘친구’들이 한국 캐릭터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9일과 10일, 각 회사가 운영하는 플래그십스토어(최고급 매장)를 방문했다.

9일 서울 이태원 라인프렌즈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화려한 컬래버레이션 눈길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은 일요일인 전날의 피로를 머금은 듯 한적했다. 하지만 이태원로 한가운데 위치한 라인프렌즈 매장은 달랐다. 입구부터 머리에 히잡(이슬람교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가리개)을 쓴 동남아 관광객이 줄을 서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사진의 배경에는 높이 3.3m의 커다란 곰 인형이 있었다.

라인프렌즈 매장의 상징은 ‘메가브라운’이다. 브라운은 11개의 라인프렌즈 캐릭터 가운데서도 특히 인기가 높아 라인프렌즈의 상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 중국 등 세계 11개국의 43개 정규 매장(국내 20곳) 입구에는 모두 이 메가브라운이 있다. 워낙 인기가 좋아 중국의 한 거부가 가격에 상관없이 사겠다고 제안을 해왔을 정도란다.(물론 회사는 판매하지 않았다.)

한적한 이태원과 달리 매장은 1층부터 북적북적했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정확한 고객 방문 수치는 공개하지 않으나 그나마 월요일이 가장 적은 날이다. 고객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60~70% 정도 된다”고 말했다. 라인은 국내에선 카카오톡에 밀려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사용 인구는 2억명으로 카카오톡보다 많다. 고객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곳은 지상 3층, 연면적 1124㎡(340평) 규모다. 1층에는 새로 나오거나 인기가 높은 제품을 진열해 둔다. 인형과 토이, 가전, 오피스 용품 등 파는 상품 종류가 6500개나 된다. 토털 리빙숍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주 겨냥 고객은 ‘2030 여성’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에스엔에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대다.

1층 한쪽에 필기구 업체로 유명한 라미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자신들의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업체와 협업하는 것이 라인프렌즈의 강점이다. 라미뿐만 아니라, 그동안 라인프렌즈는 스웨덴 왕실 도자기 브랜드인 구스타브스베리, 노트 브랜드 몰스킨, 접이형 자전거로 유명한 영국의 브롬톤 등과 협업을 해 제품을 판매했다.

라인프렌즈의 캐릭터. 라인프렌즈 제공

한 층 올라가면 매진 대란을 일으킨 방탄소년단과의 협업 제품 ‘비티21’(BT21) 코너가 눈에 띈다. 방탄소년단 멤버가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를 활용한 의류와 인형, 각종 소품을 판매하는데, 이미 1차 출시 제품은 완판이 돼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라인 메신저를 통해 처음 스티커(라인에선 이모티콘을 스티커라 부름)를 판매했는데 현재까지 2000만명이 내려받을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지난 1월8일 처음 오프라인 제품 판매가 시작됐을 땐 아침부터 500명이 넘는 팬들이 300m 넘게 줄 서 화제가 됐다. 제품은 5분 만에 모두 팔렸다고 한다.

3층엔 카페가 있다.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바리스타를 채용해, 맛 좋은 커피집이 많기로 소문난 이태원에서도 영업이 잘되는 편이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디즈니가 미키마우스 외에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캐릭터 사업을 펼치는 것처럼 라인프렌즈도 기존 캐릭터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와 협업 제품을 개발해 영역을 넓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장을 나오는데 여전히 많은 외국 관광객이 보였다. 괜히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서울 홍대 카카오프렌즈 매장의 대형 라이언 피규어. 이정국 기자

덕후들이 알아서 홍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지하철 홍대입구역에 있는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매장도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 거리에 플래그십 매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외국인이 많은 이태원의 라인프렌즈 매장과 비교가 됐다. 국내 고객을 겨냥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국내 스마트폰 메신저 점유율이 95% 이상 이르는 카카오톡의 힘 덕분이다.

이 매장은 지상 3층, 연면적 1150㎡(350평)로 이태원 라인프렌즈 매장과 거의 똑같은 규모다. 1층에 들어가면 바로 카카오프렌즈 인기몰이의 1등 공신인 ‘라이언’이 보인다. 특히 지난해 인형이 전부 매진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후드티셔츠를 입은 후드 라이언이다. 보기엔 곰 같지만 엄연한 수사자다. 곰처럼 보이는 사자의 ‘반전 매력’이 라이언 인기의 비결이다.

이 라이언은 ‘덕후’가 양산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kakao_ryan’이 유명하다. 팔로어가 3만5000명이 넘는데, 어딜 가든 라이언 인형을 갖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외국에 나갈 때도 인형을 챙긴다. 사진으로 봐도 그 ‘덕심’(덕질하는 마음)이 전해질 정도다.

카카오프렌즈의 상품도 ‘2030 여성’을 겨냥한다. 최근 인기를 끄는 것은 바디필로(3만9000원)다. 잘 때 안고 자는 쿠션이라고 보면 된다. 회사는 좀 더 재질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연구한 끝에 비단처럼 보드라운 감촉의 쿠션을 만들었다. 없어서 못 팔 정도란다.

이런 제품의 인기를 보듯, 카카오프렌즈는 실용적이고 알찬 생활 소품들이 많다. 6000원짜리 샤워볼도 인기 품목 가운데 하나다. 쿠션(1만~3만원대)이나 보조 배터리(3만~4만원대)도 인기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싼 제품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매장 2층에는 3040 여성들을 겨냥한 골프 제품도 있다. 캘러웨이랑 협업한 골프공(4만~5만원대)이나 골프 드라이버 보호대(3만5000원)도 인기다.

국내에서 사실상 온 국민이 쓰는 메신저 서비스의 캐릭터지만 외국인들에겐 라인프렌즈보단 생소하다. 하지만 이날은 외국인들이 매장에 여럿 보였다. 카카오프렌즈 관계자는 “주말에는 20~30%까지 외국인 고객이 방문한다. 해외에 배포되는 한국 관광 안내 책자에 명소로 소개가 된 덕분이다. 온라인 숍에선 글로벌 배송 서비스까지 할 정도로 외국에서도 최근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는 매장이 없고 한국에서만 19개 매장이 있다는 희소성도 한몫을 한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에 가면 카카오프렌즈 매장을 들러야 한다’는 소문이 났을 정도라고. 관광 명소가 된 셈이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카카오프렌즈 제공

3층에는 역시 카페를 운영 중이다. 이곳도 제대로 된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전문적인 카페다. 라이언의 인기를 반영하듯 카페 이름도 ‘라이언 카페’다.

라인프렌즈의 ‘비티21’ 같은 협업 계획은 없을까. 카카오프렌즈 관계자는 “현재 따로 협업을 하지 않아도 많은 아이돌이 우리 캐릭터를 워낙 좋아해 홍보를 하고 있다. 협업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높이는 쪽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실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돌이 많은 건 사실이다. 리틀 어피치(어피치 캐릭터의 아이 버전)랑 닮았다는 소문이 난 강다니엘이 직접 인형을 든 사진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토크콘서트에 라이언 인형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유명인들이 알아서 홍보를 해준다는 것.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사람들이 홍보해주는 콘텐츠라니,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이모티콘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 그림문자나 그림말로 번역됨. 일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선 모바일 스티커 등으로도 불림.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인면조가 화제가 된 뒤 한 웹툰 작가가 만든 인면조 이모티콘이 연관 검색어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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