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아니다"..다산신도시 실버택배 어떻게 생각하나요

2018. 4. 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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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량 진입 막아 '갑질' 논란 일어
"실버택배 활용 분쟁조정" 밝혔지만
누리꾼들 "특혜..입주민이 비용 부담" 반발
국토부 "택배회사가 원하는 단지서 운영
제기된 문제점 반영해 제도 개선 검토"

[한겨레]

택배대란 논란이 인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에 10일 오후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재호 기자

아파트 단지에 택배차량 진입을 막아 ‘갑질’ 논란이 일었던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아파트단지가 ‘실버택배’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해결점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버택배 제도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왜 ‘갑질’ 아파트 단지를 위해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17일 실버택배를 우선 활용하는 방안으로 다산신도시 입주민 대표와 택배업계의 분쟁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실버택배는 아파트 단지나 인근에 거주하는 노인을 활용하는 택배서비스로, 2017년 12월 말 기준으로 이미 전국 88개 아파트 단지에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2066명의 노인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실버택배 제도가 실시되면, 택배회사는 아파트 입구의 거점까지만 물품을 배송한다. 이후 실버택배 요원들이 거점에서 각 가정까지 택배를 방문 배송한다. 이때 배송 금액의 절반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분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택배회사가 부담한다. 실버택배 종사자는 하루에 3∼4시간 일하고 월 50만원 가량을 벌 수 있다.

누리꾼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이란 의도는 이해하지만 다산신도시에 적용되는 건 싫다”, “(다른 아파트 단지와) 형평성에 어긋난다”, “결국 진상을 부리고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이 나온다. 특히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을 부담한다고 해도 나머지 50%는 택배회사가 아닌 아파트 주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비판이 다수 누리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논란이 번지자 국토부는 17일 저녁 다시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다산신도시 아파트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앞서 밝혔듯, 2017년 12월 말 기준 전국 88개 아파트 단지에서 2066명의 노인 인력이 참여하고 있는 실버택배 서비스에도 똑같이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현재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실버택배 비용 지원을 다산신도시 아파트에만 다르게 적용시키는 것은 형평성 원칙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향후에는 실버택배 비용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서비스를 받는 주민이 부담하는 방안으로 검토키로 정리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비용부담 방법과 내용 등은 택배사 등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국토부의 추가 설명에도 반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18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다산신도시 실버택배 사업에 세금지원을 반대한다”며 올라온 청원글은 100여건이 넘는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청원을 받은 글은 “다산신도시 실버택배 비용은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글이다. 이날 오전 7만여명이었던 서명 인원은 불과 몇시간 만에 11만명을 넘어섰다. 청원 작성자는 “다산신도시 입주민들은 택배원 대상으로 ‘갑질’을 저질러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며 “(실버택배) 관련 비용을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한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처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택배라는 것은 개인이 사적으로 구매하는 물건을 배달받는 서비스로 공적 비용이 투입돼야 할 이유가 없다”며 “누구도 다산신도시 입주민들에게 차량 진입을 막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택배 문제는) 오로지 주민들의 이기심과 갑질로 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실버택배 기사 관련 비용은 전액 다산신도시 입주민들의 관리비용으로 충당해야 하며, 공적 자금이 단 1원이라도 투입되서는 안 된다”며 실버택배 철회를 요청했다.

우선 누리꾼들의 주요 비판점을 토대로 국토부의 입장을 확인, 정리해봤다.

-실버택배는 어떤 사업이고, 예산이 얼마나 투입되는가?

“실버택배는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을 하는 노인들께 월급 형태로 지원해드리는 사업이다. 1인당 연간 210만원 고정비용을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각각 50%씩 부담한다. 나머지는 택배회사 쪽에서 실버택배 인력을 활용하면서 택배 요금(2500원∼3000원) 중 일부, 500원 가량을 지급한다. 택배회사는 노인 분들의 인력을 제공하는 업체와 협약을 맺고 요금 일부를 내는 대신, 자신들의 인력 부담을 더는 셈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중 실버택배 어르신들 관리비와 인건비로 책정된 건 1년에 약 37억원이다.”

-이미 88개 단지에서 실버택배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해당 아파트 단지를 어떻게 선정하는지 궁금하다.

“선정 기준이 따로 없다. 정부가 특정 아파트 단지를 선정하는 게 아니다. 택배회사가 실버택배를 활용하길 원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운영된다. 88개 아파트 단지의 특징은 택배 물량이 많은 아파트다. 택배원들 입장에서 업무가 과중되는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실버택배 제도를 활용하길 원하는 거다.”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실버택배를 운영하면,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대단지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택배 화물차량이 들어가기 힘든 곳은 다세대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길인데 이런 곳은 오히려 소외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실버택배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르신들이 배송하기 편리한 곳이냐’는 점이다. 어르신들은 많은 택배물량을 각각 300미터 이상 움직여 배달하기 어렵다. 택배원들이 배송장소 바로 앞까지 택배상자를 놔두고 가야한다. 물론 택배회사 입장에선 골목의 주택단지에 일일이 배송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일이 줄어) 좋아할 수도 있지만, 젊은 택배기사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노인 분들을 혹사시킬 수는 없다. 대단지 (아파트의) 입김 같은 것은 없다. 실버택배를 실제로 하시는 어르신들이 편리하게 (배송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업 취지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다산신도시만은 예외가 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갑질’을 하고 진상을 부렸는데 (목소리가 커지니) 오히려 세금을 이용해 혜택을 받은 것 아니냐”는 거다. 또 다산신도시 논란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실버택배를 이용해 정부가 중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사실 실버택배가 입주민과는 거의 상관없다. 택배를 시킨 주민들 입장에선, 누가 배송하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고 (현재로선) 입주민들의 추가 비용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이 불거졌다고 정부가 실버택배 제도를 제안한 건 아니고, 택배 사쪽이 계속 제안해 협의 중인 사안이었다. 다산신도시 해당 아파트 입주민과 택배회사 쪽에서 협의가 됐기 때문에 결정이 가능했던 거다.”

-“향후에는 실버택배 비용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서비스를 받는 주민이 부담하는 방안으로 검토키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예정된 시점이 있나.

“이번 다산신도시처럼 차량 출입을 거부하는 아파트단지에는 입주민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추가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다산신도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갑질’ 논란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실버택배 (자체를) 비난하지 않았으면 한다. 공무원도 여론의 심판에 동참할 순 없다. 다만 (우리의 역할은) 당장의 문제를 이미 있는 수단을 활용해 양쪽의 합의를 기반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실버택배는 어려운 어르신들과 힘든 택배기사님들의 일자리 공유모델이다. 앞으로는 문제가 제기된 부분을 감안해 제도 개선을 검토해나가겠다.”

국토부의 설명에도 여전히 누리꾼들의 비판 가운데 핵심적인 의문은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택배회사 쪽에서 실버택배 인력을 활용하면서 택배 요금(2500원∼3000원) 중 일부, 500원 가량을 지급한다. 택배회사는 노인 분들의 인력을 제공하는 업체와 협약을 맺고 요금 일부를 내는 대신, 자신들의 인력 부담을 더는 셈”이라는 설명에 의문이 제기된다.

택배 가격이 2500원~3000원 정도의 싼 값으로 고정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싸게 택배를 받을 수 있지만, 택배 업계에선 가격을 경쟁적으로 낮추기 위해 택배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구조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 실버 택배 비용까지 택배 업계에 부담시키게 되면, 그 피해가 또 고스란히 택배 노동자들에게 간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될 수 있다. (▶관련 기사 :CJ·대한통운 등 대형택배업체 임금체불·불법파견 만연)

심지어 국토부는 택배 회사가 ‘인력 부담을 더는 셈’이라고 설명했지만, 택배 회사가 더는 ‘인력 부담’이란 말은 곧 택배 노동자들이 택배 운송료를 덜 받게 되는 구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을 부담한다고 해도 나머지 50%는 택배회사가 아닌 아파트 주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국토부 계획보다 더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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