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누진제 인상 추진..고소득 1·2인 가구 전기료 오를 듯(종합)

최훈길 2018. 4. 1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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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민관위, 개편 검토
1~2단계 요금 인상 유력
원가 이하 주택용 요금탓
지방선거 후 본격 공론화
"누진제 폐지하라" 반발도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13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작년 4분기 영업적자가 말해주듯 회사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며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시점까지 비상경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전력]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주택용 누진제를 강화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경제력이 좋은 1~2인 고소득 가구가 원가 이하로 전기를 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상 검토가 착수돼 지방선거 이후 구체적인 논의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요구도 커 진통이 예상된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 수립을 위해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박근혜정부 2차 에너지기본계획 평가 △공론화 방안 등 앞으로 개편할 에너지 정책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논의 과정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택용 전기의 원가회수율(보상율)이 100%가 안 되는데 2016년에 누진제를 이상하게 조정했다”며 “누진제 1~2단계 요금을 올리고, 여유 있는 1~2인 고소득 가구들의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개편안을 워킹그룹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정부 때인 재작년 12월1일 누진제 개편안이 시행된 지 17개월 만에 재조정에 나서는 것이다.

◇“고소득 1~2인 가구 전기료 인상 검토”

앞서 산업부와 한국전력(015760)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등과 협의해 누진제 6단계를 3단계로, 누진율 11.7배를 3배로 줄이기로 했다. 1단계(200kWh 이하)는 kWh당 93.3원, 2단계(201~400kWh)는 187.9원, 3단계(400kWh 초과)는 280.6원이 적용됐다. 당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필수사용량 보장제도(1단계 만큼 사용하는 주거용 가구에 월 4000원 할인)를 도입, 전체 가구(주택용 2200만호)의 요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했다.

이 같은 개편 이후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살아 있었다. 요금이 원가보다 낮아 원가회수율(판매단가/총괄원가)이 100%를 밑도는 손실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법원에 제출된 한전 자료(2017나14399 전기요금 부당이득반환 소송)에 따르면 주택용 원가회수율은 86.1%(2012년), 89.6%(2013년)였다. 최근 원가회수율은 비공개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법원에 “주택용 전력 판매에서 더 많은 손실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3년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실태조사 결과 당시 1단계(월 100kWh 이하) 요금을 적용받는 2171 가구 중 기초수급자, 장애인,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은 130가구(6.0%)에 불과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18명(0.8%)에 그쳤다. 소득이 괜찮은 1~2인 가구가 당시 1단계 요금에 많이 분포해 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에 ‘저임 승차’ 하는 1~2인 가구에 누진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한전은 일부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나선 상황이다. 재작년 누진제 개편 이후 한전은 30만호 표본을 설정해 필수사용량 보장제도 시행 현황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원룸 등 2만호의 비거주용 시설(복도 전등을 비롯한 공용등) 전기요금에 월 4000원 할인이 잘못 적용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전의 기본공급약관에는 필수사용량 보장제도는 주거용에만 적용해야 한다. 이에 지난달 18일부터 이 같은 공제를 없앴다. 17일 언론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전은 일단 시행을 유보하고 환불 조치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2016년 12월부터 누진제(6단계·누진율 11.7배)를 3단계(누진율 3배)로 개편해 시행했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한전,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선거 이후 국민설득” Vs “누진제 폐지해야”

당장은 시행이 유보됐지만 업계 안팎에선 지방선거 이후 주택용·산업용 등 전반적인 요금 체계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1294억원의 영업손실이 나자, 김종갑 신임 한전 사장은 비상경영에 나선 상황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워킹그룹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합리적인 누진제 개편안을 내놓고 전기료 인상 관련 국민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전을 상대로 누진제 전기요금 반환 소송 중인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는 “용도별 총괄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들에게 부당하게 요금을 부과하는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진제=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에 따르면 6개 종별(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로 요금이 분류된다. 주택용에만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요금이 급증한다. 3단계 요금제로 구성돼 있다. 최저·최고 요금이 3배(누진율) 차이가 난다. 누진제는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전기소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이같은 누진제를 놓고 소비자 소송이 진행 중이다. 고객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약관에 근거하고 있어 한전이 누진제로 얻은 ‘부당이익’ 전기료를 반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누진제는 누진단계 3단계, 누진율 3배로 시행 중이다.[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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