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막 내리는 '카스트로 시대'

정지섭 기자 2018. 4. 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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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피델 이어 집권한 동생 라울, 오늘 쿠바 국가평의회장 물러나
의장직 물려받는 디아스카넬, 경제난·對美관계 해결 숙제로

60년 동안 쿠바를 통치한 '카스트로 형제'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 18일 수도 아바나 국제회의장에서 소집되는 쿠바 국가평의회에서 2008년 집권한 라울 카스트로(87) 의장이 물러나고 미겔 디아스카넬(57) 부의장이 의장직을 승계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라울의 전임자는 1959년 혁명 정부를 세우고 50년간 통치한 다섯 살 위의 형 피델 카스트로(2016년 사망)다. 카스트로 형제의 60년 통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공산 혁명의 주역들이 물러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다.

차기 지도자로 유력한 디아스카넬에 대해 미 NBC는 "온건 성향으로 알려졌지만, 2015년 미·쿠바 국교 정상화에 대해 '혁명을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또 다른 접근 방식'이라고 비판하는 등 강성 공산주의자 면모도 있다"고 했다.

라울 카스트로는 공산당 서기장직은 계속 유지해 쿠바의 정치·경제 노선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울 카스트로는 반미 강경 노선을 고집한 형 피델과 달리 잇단 개혁·개방 조치들로 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울의 집권기 쿠바인들은 전자·가전제품을 비롯해 중고 자동차와 주택을 사고파는 것도 가능해졌다. 자영업 규제를 과감히 풀어 2010년 5만명이던 자영업자가 2016년엔 60만명으로 폭증했다. 가장 큰 변화는 단절됐던 미국과의 외교 관계가 2015년 전격 재개된 것이다.

이런 변화에도 새 정부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다. AP통신은 "쿠바인들의 평균 월급은 31달러(약 3만3000원)에 불과하고, 해마다 수만명의 고학력자가 외국으로 떠나는 등 근본적인 경제난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르트로 로페스 레비 미 텍사스대 교수는 "카스트로 형제처럼 '혁명의 상징'이라는 권위를 갖지 못한 디아스카넬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격변과 맞닥뜨릴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취임 후 얼어붙은 미국과의 관계도 쿠바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쿠바와의 관계 복원 조치 일부를 뒤집었다. 개별 여행을 제한하고, 쿠바 군부나 정보 당국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특히 작년 9월 쿠바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들의 청력 손상 사건의 책임을 물어 필수 인력 10명만 남기고 외교관들을 본국으로 철수시켰으며, 워싱턴의 쿠바 외교관들도 대거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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