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통신판매원·트럭 운전사는 5~10년 안에 사라진다"

최준호 2018. 4. 1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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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차이나 사장 지낸 리카이푸 시노베이션벤처스 사장
중국 국가예복 중산복 입고 TED 행사장 나타나
세계 인공지능 리드하는 '위대한 중국의 시대' 역설
리카이푸 중국 시노베이션벤처스 회장이 TED 2018에 나와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 인공지능 수퍼파워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사진 TED]


[2018 TED] 리카이푸 중국 창신공장 회장
“미국이 인공지능(AI) 발견의 시대를 주도했다면, 중국은 인공지능 실행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

구글차이나의 사장을 지낸 리카이푸(李開復ㆍ57) 중국 시노베이션벤처스(創新工場) 회장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8 TED 셋째 날인 12일(현지 시간) 나와서 한 말이다. 리 회장은 작심한 듯 중국의 국가예복이라 할 수 있는 중산복(中山服)을 입고 무대에 올라 ‘위대한 중국의 시대’를 역설했다. 자유와 혁신ㆍ진보를 내세우는 세계 지식 나눔의 마당인 TED 행사장에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이 중국 고위인사들이 공식행사 때 즐겨 입는 옷을 입고 나왔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그가 중산복을 입은 채 대중 앞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중국이 미국과 함께 인공지능 분야에서 21세기 양대 슈퍼파워로서 인류 역사에서 가장 빠른 기술혁명을 선도할 것”이라 표현하면서도, 사실은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임을 주장했다. 행사가 캐나다의 대표적 대도시인 밴쿠버에서 열리고 있었지만, 캐나다는 안중에도 없었다.

리카이푸 회장은 중국은 노점상에서 모바일 결제를 할 정도로 세계 최대의 모바일 거래 시장이라고 말했다. [사진 TED]
그는“중국에서는 현금은 물론 신용카드도 필요 없을 정도로 중국이 21세기 모바일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구체적 통계까지 내세워 TED 관중을 압도했다. “2017년 중국의 모바일 거래액은 18조8000억 달러(약 2경100조원)에 달하며,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인 12조9000억 달러(약 1경3800조원)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모바일 거래에 수수료는 거의 없고, 그 덕에 노점상 거래까지 포함해 7억 명의 중국인이 모바일 거래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 기업인들은 엄청난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이는 곧 중국에서 인공지능이라는‘로켓엔진의 연료’가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덕분에 드론과 인공지능번역ㆍ음성인식 등 인공지능과 관련한 대다수의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중국 IT기업이 급성장한 원인 중 하나로, 전쟁터처럼 살벌한 경쟁을 꼽았다. 그는 “중국 기업인들은 글래디에이터(고대 로마시대 전사)처럼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라며“일주일에 6~7일을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할 정도로 열심히 일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카이푸 회장의 강연에 등장한 인공지능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TED]
그는 21세기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 기능의 원리를 보여주며, 미국의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얼굴과 목소리를 이용하는 자신감도 보여줬다. 강연장 대형 스크린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와 영어와 중국어로 “인공지능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주 위대한 일이다”라고 말을 했다. 물론 둘 다 진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리 회장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사실 이날 리 회장의 강연 주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이었다. 주제에 걸맞은 강연은 위대한 중국을 얘기한 다음에야 나왔다.
TED에 어울리는 주제를 택해 강연을 하면서도 세계 사람들 앞에 중국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린 셈이었다.

그는 강연에서 인간 직업의 종류를 ‘반복적인(repetitive)’-‘지루한(routine)’-‘최적화된(optimizing)’-‘복잡한(complex)’-‘창조적인(creative)’의 다섯 가지로 나눴다. 그리고 통신판매원과 접시닦이ㆍ고객지원과 같은 반복적인 직업은 향후 5년 안에, 트럭운전사와 보안요원 등 ‘지루한’ 직업은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방사선 전문의와 리포터ㆍ연구분석가 등 ‘최적화가 필요한 직업’도 15년 후면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으로 봤다. 다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인수ㆍ합병(M&A) 전문가, 경제학자ㆍ칼럼니스트ㆍ과학자ㆍ예술가 등 복잡하고 창조적인 직업은 ‘안전할’것으로 전망했다.
리 회장은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창조적이며 공감능력이 필요한 직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TED]

그는 일 중독자였던 5년 전 림프종 4기 진단을 받고 나서야 삶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됐으며, 인류에게 인공지능의 의미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개안(開眼)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사람이 가진 공감과 창조성이 없다”며“인류가 인공지능과 공존을 하려면 이런 창조성과 공감능력이 필요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직업들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더욱 더 강력한 직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회장은 대만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성공가도를 달린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컬럼비아대 학부를 거쳐 카네기멜론대에서 음성인식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구글에서 구글차이나의 사장까지 올랐다. 2009년 구글을 떠난 뒤 베이징 중관춘에서 IT창업지원센터를 열어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중국 스타트업들에 이식하는 일을 시작했다. 레노보ㆍ폭스콘ㆍ유투브 등이 시노베이션의 투자자이며, 세계은행(IBRD)도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최근까지 200개가 넘는 중국 스타트업들이 리카이푸의 도움을 받았고, 이중 매출 규모 1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도 20여 개에 이른다.

한편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 커즈와일은 13일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와 함께 한 대담에서 “인공지능은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며, 이 때문에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노동의 상실’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모든 사람에게 생존에 필요한 일정액의 돈을 주는 기본소득을 꼽았다. 그는 또 “2030년대 초가 되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2030년대 말이 되면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기본소득이 도입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예언했다.

밴쿠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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