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찰, 황창규 회장 소환 조사..KT 안팎서 '거취' 공방 가열

입력 2018.04.17. 21:56 수정 2018.04.17. 22:06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17일 국회의원 90여명에게 4억여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케이티 안팎에서 황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케이티의 한 사외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황 회장의 퇴진 여부 및 시점과 관련해 "경찰 소환조사를 받는 게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불명예 퇴진한 전임 시이오들도 모두 검찰 소환조사를 앞뒀거나 압수수색을 계기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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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노조 성명 내어 "자진사퇴 결단" 촉구
불명예 퇴진한 전임 CEO들의 사례 들어
한 사외이사 "경찰 소환조사 분수령" 전망
정관에 '금고 이상 형 확정 시에만' 반론도
"구속아닌 불구속 기소 땐 사퇴 안할 듯"

[한겨레]

황창규 KT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17일 국회의원 90여명에게 4억여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케이티 안팎에서 황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남중수 전 사장과 이석채 전 회장이 검찰의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시점에서 사의를 표명한 전례를 들며 “회사가 더 망가지기 전에 빨리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관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이사 자격이 유지된다는 조항이 있는 점을 들어 “사퇴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반박이 맞서고 있다.

케이티 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민영화 이후 지금껏 불명예 퇴진한 모든 시이오(CEO)들이 사법기관 소환에 이르러 자진 사퇴를 했다. 케이티 수장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이자, 전 국민을 고객으로 하는 통신업의 특성상 버티면 버틸수록 회사가 심각하게 망가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황창규 회장은 유독 막무가내로 버티기 하고 있다. 이제라도 황 회장은 케이티를 위해,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 맞게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케이티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은 2002년 케이티 민영화 이후 처음이다.

황 회장 사퇴 촉구 목소리는 이사회에서도 나온다. 케이티의 한 사외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황 회장의 퇴진 여부 및 시점과 관련해 “경찰 소환조사를 받는 게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불명예 퇴진한 전임 시이오들도 모두 검찰 소환조사를 앞뒀거나 압수수색을 계기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케이티의 한 임원은 “정관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유예됐을 때만 이사 자격이 박탈된다’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아직 기소도 안 됐는데 사퇴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전임 시이오들과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전임 시이오들의 혐의는 배임·횡령·뇌물이었고, 황 회장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인데다 아직 직접 줬거나 지시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황 회장이 경찰 조사에도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케이티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전 시이오의 경우에는 검찰 소환조사였고, 이번에는 경찰 소환조사다. 하나은행 등 최근 다른 사례를 통해 버티면 어쩌지 못한다는 것도 봤다. 내부 분위기로 볼 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몰라도 불구속이면 기소가 돼도 자진사퇴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케이티 임원들이 옛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상품권 깡’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정치 후원금으로 기부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여왔다. 황 회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말했다. 경찰은 케이티 쪽의 불법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이 적어도 수십명으로 전체 후원금 규모는 4억3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임원진의 진술 짜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도 있어 황 회장의 진술 내용 등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