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건강한 류현진은 욕심이 많아지고 있다.

조회수 2018. 4. 18. 15: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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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이닝 3피안타 1피홈런 9탈삼진 2실점’

한국 시각으로 17일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류현진이 거둔 성적입니다. 팀은 10-3으로 이기면서 류현진은 승리 투수가 됐고, 평균자책점은 2.87을 기록했습니다.

두 경기 연속 승리를 거둔 류현진은 내용을 살펴봐도 꽤 좋은 모습입니다. 볼넷과 피안타는 확 줄었고, 탈삼진은 늘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실투 하나에도 류현진이 자책을 심하게 하고 나섰습니다. “잘 던졌는데, 표정이 왜 좋지 않은가?”라는 취재진의 말에 류현진은 “홈런을 맞았다”라고 답하며 추가 설명을 했습니다. “또 한 번 깨닫게 된 경기였다”면서 말이죠.

“홈런을 맞았다. 실투는 여지없이 장타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한 번 깨닫게 된 경기였다.”

사실, 준비를 단단히 한 모습이었습니다.

경기 전 워밍업을 하기 위해 더그아웃에 나온 류현진은 잠시 벤치에 앉아 마지막 점검을 했고, 그 모습이 마치 시험 치르기 직전 요약집을 훑어보는 수험생 같았습니다.

어느 정도 집중해서 본 뒤, 그 수첩을 휙~ 던집니다. 이 모습에서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엿보이던지. 수첩 내용은 완벽하게 숙지했음을 알리는 것 같았습니다.

수첩을 브라이언에게 건넨 류현진은 워밍업을 하기 위해 곧바로 외야로 이동했습니다. 당당함이 느껴집니다. 긴장보단 여유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더는 구속에 얽매이지 않는 투구를 합니다. 지난해부터 계속 강조해 온 ‘제구’, ‘볼 배합’. 그가 추구하는 투구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이날 패스트볼 구속이 92~93마일까지 찍혔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92~93마일 구속과 함께 타자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는 볼배합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타자가 커터를 생각하고 있을 때, 패스트볼을 던진다면 답 없다”면서 말이죠. 그만큼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또 눈에 띄었던 부분은 헛스윙 삼진이 많아졌다는 것. 류현진은 “루킹 삼진보다 헛스윙으로 잡는 삼진이 더 좋은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으로 아웃 카운트를 늘렸습니다.

현장의 취재진도 궁금해했습니다. 빠른 볼이 아님에도 헛스윙을 유도하는 비법이 무엇인지를 말이죠. 이에 류현진은 “(구속이 높지 않아도) 제구가 되면 헛스윙을 끌어내고 삼진을 많이 잡을 기회도 생긴다. 항상 그랬듯 제구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제구가 몰리면 실점으로 직결되기도 합니다. 류현진이 잘 던지고도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2회말 무사 2루에서 타석에 오른 빌라누에바에게 좌월 투런포를 허용한 류현진은 얼굴을 찡그리며 아쉬워했습니다.

류현진은 “실투는 여지없이 넘어간다”라고 말하며 주의해야 할 부분임을 강조했습니다.

펫코파크에는 류현진을 응원하기 온 한인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습니다. 태극기도 눈에 띄었습니다.

류현진의 가족도 눈에 띄었습니다. 다저스 타선이 폭발하자 류현진 가족도 기립해 하이파이브하며 좋아합니다. 앞, 뒤, 옆자리 할 것 없이 다저스 팬이 하나 되는 순간입니다.

하이파이브하는 며느리와 시부모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류현진도 3회 다저스 선수들이 득점을 많이 내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덕분에 자신감 있게 승부했고, 6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큰 부분이었다.”

류현진의 호투가 이어지고, 다저스 타선이 넉넉하게 득점을 지원하자 이렇게 좋아하던 가족들.

하지만 막상 류현진이 더그아웃에 들어올 땐, 부담을 느낄까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특히 아내 배지현 씨는 일부러 시선을 피했습니다. 

그러다 5이닝이 지나고 6이닝까지 마무리가 되자, 신랑 류현진을 보며 박수를 힘껏 보냅니다. 최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류현진도 로버츠 감독으로부터 교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내에게 다가갑니다. 사실 류현진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가족’입니다. 부모의 무한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결혼 후 확실히 안정을 찾은 듯합니다. 어깨 수술 후 재활을 할 때도 가장 큰 힘이 됐던 가족은 류현진이 재기하는데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응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멀리서 본 로버츠 감독이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류~ 오호~ 류~~” 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아내와 이야기 나누는 류현진을 놀리듯 말합니다. 로버츠 감독 말이 귀에 들어오겠습니까. 거리도 있고, 로버츠 감독 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류현진은 아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눕니다.

로버츠는 발길을 돌려 커쇼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하는 말, “류, 오늘 정말 잘 했지?”

하지만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커터 제구가 잘 안 되었는데, 고쳐야 한다. 실투는 여지없이 넘어간다는 걸 깨달았다. 투구 수를 조절해서 이닝 수를 늘려야 한다. 계속 이겨야 한다" 등등..

건강한 류현진은 점점 욕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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