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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일 메뉴는 뭐냐고요? 내일 돼봐야 알죠"

이유진 기자
입력 : 
2018-04-17 17:33:56
수정 : 
2018-04-17 18: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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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미슐랭 3스타` 佛라스트랑스 오너셰프 파스칼 바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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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16구 센강과 트로카데로 광장 사이 일주일에 나흘만 여는 '불친절한' 식당이 있다. 일주일에 반절은 쉬고, 하루 예약은 25명만 받는다. 메뉴도 재료도 셰프 마음대로인데, 예약이 두 달씩 밀려 있다. 미슐랭 가이드는 2007년부터 10년간 이 식당 '라스트랑스'에 별 3개를 줬다. 이 식당을 가기 위해 프랑스를 찾을 만하다는 극찬이다. 오너셰프 파스칼 바흐보는 "일주일에 나흘만 영업해야 최상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며 "나머지 사흘은 새로운 재료를 찾아 농장을 방문한다"고 했다. 이 불친절한 셰프가 오는 25~28일 제주를 찾는다. 그는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여는 갈라디너에서 프랑스 코스요리를 만든다. 메뉴는 비밀, 재료도 비밀이다. 셰프는 "제주 올레시장과 감귤류를 재배하는 카라향 농장에 간다"며 힌트만 던졌다.

바흐보는 10대에 요리를 시작했다. 19세부터 프랑스 '라르페주', 호주 '앰퍼샌드' 등 유명 레스토랑을 거쳤다. 뉴칼레도니아에서 프랑스 해군 요리사로 군 복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바닐라와 카사바, 코코넛 밀크, 망고 등을 접하면서 식재료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갖게 됐어요." 이번 제주행에서도 현지 식재료를 가능한 한 많이 사용할 예정이다. 흑돼지도 식재료 후보에 올랐다.

그는 2011년과 2016년 두 번 한국을 찾았다. 당시엔 오미자 열매로 만든 젤리를 생선회와 같이 냈다. 신선한 날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그에게 한국 발효문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채소를 저장하는 발효법이 인상적이었다"며 "고추장과 유자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버터, 크림 등 유제품이나 소금, 후추 등 조미료를 잘 쓰지 않는다.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강조한다.

제주 갈라디너 테이블에는 40개의 모두 다른 음식이 오른다. 바흐보는 "우리는 고객 한 명 한 명을 우리 집에 온 손님처럼 환대할 것"이라며 "그날 가장 신선한 제철 재료를 쓰기 때문에 메뉴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메뉴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아무 편견 없이 혀와 오감으로만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 해비치 호텔은 갈라디너 행사 예약률이 8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슐랭 3스타 셰프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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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랑스' 시그니처 메뉴인 '메밀과 굴잎이 어우러진 고등어 요리'
바흐보는 "기존 시그니처 요리뿐 아니라 프랑스와 한국 재료들로 만든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겠다"며 "한국의 노하우를 재발견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조요리사 3명과 서비스 매니저가 그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다. 요리 도구로는 마들렌을 만드는 몰드를 챙겼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 대해서는 종종 '난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슐랭 3스타 셰프가 지향하는 요리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나에게 최고의 가이드는 고객"이라고 단언했다. "그들이 좋아할 요리를 고민하고, 그들을 위해 요리하기 때문에 손님이 다시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 요리사로서 가장 기쁘다"고 설명했다.

그의 요리에는 창의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를 '천재'로 칭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가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프랑스 라르페주에서 그는 프랑스의 전설적 셰프 알랭 파사르와 일했다. 알랭 파사르 곁을 떠난 후 호주로 날아가서 일한 앰퍼샌드는 콘데나스트가 꼽은 호주 최고의 레스토랑이 됐다. 2010년에는 그의 식당 라스트랑스가 산펠레그리노 월드베스트 레스토랑에서 16위에 올랐다.

천재 셰프라 불리는 그는 요리사의 덕목으로 재능 아닌 품성을 꼽았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사는 '재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다. "요리에서는 식재료와 그 재료를 만드는 생산자, 고객을 존중해야 합니다. 기본기는 배워서 습득할 수 있지만 생산자와 재료, 고객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진짜 요리가 탄생하지 않죠." 그는 셰프 지망생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요리지, 다른 누구가 되기 위해 모방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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