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한민국 '러스트벨트'를 가다] 보잉과 함께 추락하던 시애틀, 다시 살려낸건 스타벅스

장민권 입력 2018.04.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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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기업유치가 해법 1. 기업이 살아야 지방경제가 산다
기업 흥망이 도시경제 좌우..1970년대 보잉사 힘들어지자
감원바람에 휘청이던 시애틀..스타벅스 탄생으로 구사일생
전자상거래 아마존까지 이전..4차산업시대에 또한번 부흥기
한국은 한전이전 나주 대표적..다만 정부주도 지방정책 한계
미국 북서부 도시 시애틀은 1970년대 보잉사 본사가 있는 제조업 도시로 유명했지만 보잉사 수익구조 악화로 도시 전체가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스타벅스, 아마존 등의 본사가 시애틀에 자리를 잡으면서 또 한번 부흥기를 맞고 있다. '스페이스 니들'(가운데)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시애틀 전경.
대도시로 인구가 유출되면서 많은 지역이 소멸위기에 직면했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중 58%가 최근 15년 동안 인구가 감소했고 이 중 35%는 30년 안에 소멸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를 타개할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주인구를 늘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핵심은 '기업'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대다수 기업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세계적 기업이 작은 도시에서 성장한 사례가 많다. 스타벅스가 태어난 도시 시애틀은 항공기 제조회사 보잉의 본사로도 유명하다. 1970년대까지 시애틀 경제의 중심은 보잉이었지만 당시 경기침체와 함께 베트남전 전비 지출 감소, 우주사업을 떠받들고 있던 아폴로 프로그램 마무리로 회사 수익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시애틀 직원의 3분의 2를 감원했다. 보잉에서 감원된 사람들은 다른 도시로 가지 않고 시애틀에 남아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이는 스타벅스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후 시애틀에 또 한 번 부흥기를 가져다줄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다. 2010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미국 워싱턴주 벨뷰에서 시애틀 도심으로 본사를 옮긴 것. 시애틀은 이후 일자리 4만개, 임금 257억달러(7년6개월간), 연간 방문객 23만명, 연관 고용창출 5만3000명, 연관 직간접 투자 380억달러, 인구 11만명 증가 등으로 미국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 중 하나가 됐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저서 '작은도시 큰 기업'에서 "(해외에서) 작은 도시에 살면서도 만족스러움과 여유로움을 느끼는 것은 도시는 '작은' 도시지만 그 속에는 세계적인 '큰' 기업이 있다"며 "탄탄한 산업 기반은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지켜나가는 지역민들의 문화는 다시 기업에 창의적인 영감을 제공한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주도 사업 '한계'

국내에서도 기업이 성장하면서 도시가 동반성장하는 경우를 찾을 수는 있다. 국가기간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던 강원 남부지역이 1980년대 후반부터 쇠퇴함에 따라 인구감소와 지역공동화 현상에 따른 전반적 지역침체를 야기했다. 1998년 강원 정선에 하이원 리조트가 설립돼 스키.골프.카지노.리조트.호텔 등의 복합리조트가 들어섰다. 2013년 기준 임직원수 2863명인 이 리조트로 인한 경제 활성화로 지역주민에게 경제적 자립을 유도했다. 폐광지역 출신 지원자에게 채용 시 10%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지역인력 고용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나주시 인구는 1960년대 중반 인구 25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편중된 산업화에 따른 인구이탈 및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2013년 11월 기준 8만7000여명으로 인구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조성된 나주 혁신도시에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16개 공공기관 이전과 대단위 주택단지가 들어서며 반전이 일어났다. 인구유입이 가속화돼 2016년 인구 10만명을 회복했고 지난해 말에는 인구 11만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지난 2000년 인구 11만명 선이 붕괴된 이후 18년 만이다.

한전이 입주를 마치면서 나주는 물론 광주와 전남 지역경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 협력사들이 혁신도시 내에 사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유명 프랜차이즈도 속속 입점하고 있다. 약 2500억원에 달하는 한전과 계열사 임직원의 임금 중 20%만 소비하더라도 연간 500억원의 새로운 소비시장이 창출되는 셈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사례는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싹튼 것이 아니라 모두 정부 주도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중앙부처 주도의 하향식 사업은 지역별 특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며 "획일적 사업으로는 지역별로 상이한 고용여건과 지역고용시장의 문제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이병철 차장(팀장) 김아름 김용훈 예병정 박소연 장민권 기자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