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사임 역풍 부나, 국회의원 전수조사 청원 14만명 돌파
[오마이뉴스 이정환 기자]
[기사 보강 : 17일 오후 2시 12분]
곧바로 이뤄졌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대 국회의원 시절 '더좋은미래'에 5000만 원을 기부한 행위를 위법이라고 발표한 직후였다. 뒤이어 청와대도 선관위 판단을 존중한다며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곧바로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비례대표)은 "대통령은 조국 수석 역시 당장 경질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도 그러했고,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 역시 "청와대 인사 라인과 민정 라인의 총 사퇴"를 촉구했다.
이와 사뭇 다른 여론이 또한 비슷한 시각에 곧바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었다. 한 누리꾼이 올린 글의 제목은 "선관위의 위법 사항 내용에 따른 국회의원 전원 위법 사실 여부 전수 조사를 청원합니다", 길이는 짧았지만 메시지는 명료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김기석 사임 '역풍'
서슬이 시퍼렇다. 현직 국회의원뿐 아니라 전직 국회의원도 조사하자고 했다. 형사 처벌도 형사 처벌이지만, '세금 환수'란 네 글자가 주는 울림, '구린' 구석이 있는 국회의원으로서는 뜨끔할 만하다. 17일 오전 5시 45분께 벌써 7만7610명이 동참했다.
'김기식 사임'으로 인한 역풍이 부는 것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바람이 여의도 국회에 불어닥친다면 충격이 어마어마할 것은 자명하다. 지난 12일 청와대 기자회견만 돌아봐도 그러하다.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 간 경우가 더불어민주당 65회, 자유한국당 94회로 나타났다고 했다. '겨우' 16개 피감기관만 봤는데도 그렇다고 했다.
만약 한 누리꾼의 청원대로 전수조사가 이뤄진다면 '국회의원 위법 행위'로 날아간 세금 규모는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다. 16일 중앙선관위는 이렇게 밝혔다.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등의 비용 부담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은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의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형사 처벌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단서가 있긴 했다.
사회상규의 '잣대'가 정해졌다, 게다가...
사회상규, 참 애매한 말이다. 하지만 사회 윤리나 통념에 비춰봤을 때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지, 그 판단에서 여론은 항상 중요하게 작동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김기식 원장의 사임으로 사실상 사회상규의 '잣대'가 정해졌다. 역풍이 분다면 '추풍낙엽' 신세가 되는 국회의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에게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피 같은 세금을 함부로 쓰는 적폐 하나를 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국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 매우 안 좋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서 국회의 신뢰도는 최하위였다. 검찰보다도 낮았고 대기업보다도 낮았다. 그것도 수년 째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 개헌안 중 국민소환제 찬성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3월 16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91%였다. <미디어오늘>이 (주)에스티아이와 지난 달 23, 24일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77%가 국민소환제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도 꿈틀거리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구갑)과 시민의눈 국민소환제 추진본부는 지난 달 19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법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100만인 서명지'도 함께 제출했다. 바람이 불만한 환경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아까 했던 질문으로 돌아왔다.
앞을 내다 본 노회찬? 그 날의 기자회견이 떠오른 이유
그럼에도 민주당에게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지난 13일 긴급 기자회견이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다. 그날 노 의원은 "그 배경이 무엇이든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진실"이라며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서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 출장 간 사례를 전수조사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 문제를 국회가 먼저 나서서 처리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서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 간 사례를 전수조사해서 국민들 앞에 낱낱이 밝힐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동시에 국회의 예산으로 출장 간 경우도 국민의 세금이 적법하게 제대로 쓰여졌는지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엄격하게 조사할 것을 요청합니다."
17일 오후 2시 12분 현재 참가자가 14만 명을 돌파했다. 국회의원 전원 위법 사실 전수 조사를 요청하는 속도에 갈수록 힘이 붙고 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입장을 밝힌 시간이 오후 8시 10분께, 이런 추세라면 청원에 돌입한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20만 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 시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답변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정세균 "조속한 시일내 전수조사 여부 결정"... '천막'에 몰리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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