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거장 비토리오 타비아니 별세..전세계 영화계의 형제 감독들

김나현 입력 2018.04.17. 00:10 수정 2018.04.1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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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이탈리아 거장 타비아니 형제 중 형인 비토리오가 별세했다. 88세. 그는 평생 동생 파올로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대체로 같이 각본을 썼고 번갈아가며 연출을 했다. 영화계엔 이렇듯 형제 감독이 많다. 형제에서 자매가 된 ‘더 워쇼스키스’부터 미국 예술영화계의 기린아 코엔 형제까지, 영화를 발명한 이들도 뤼미에르 형제였다. 세계 각국 영화계를 주름 잡는 형제 감독들을 살펴보자.


영원한 미학적 동지, 타비아니 형제
비토리오 타비아니 감독(왼쪽)과 파울로 타비아니 감독(오른쪽).
‘시저는 죽어야 한다’ ‘파드레 파드로네’ 등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를 석권한 이탈리아 감독. 두 살 터울의 형제는 1954년 단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은 형제는 62년 강한 권력 의지가 가진 행동주의자를 그린 장편 극영화 ‘불타는 남자’로 데뷔해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 3개 부문을 수상했다.
타비아니 형제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77년 발표한 ‘파드레 파드로네’. 억압적인 아버지로 인해 문맹의 양치기로 지내다 독학으로 언어학자가 된 가비노 레다의 자서전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그는 말년에도 관록뿐 아니라 변치 않는 패기와 열정이 엿보인 작품을 선보였다. 2012년 로마의 교도소 재소자들이 연극 공연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시저는 죽어야 한다’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SF 판타지의 세 시대를 연 더 워쇼스키스
잇따라 성전환 수술을 한 워쇼스키 자매 감독. 라나 워쇼스키(왼쪽)과 릴리 워쇼스키(오른쪽).
99년 첫 선을 보인 전설적인 SF 시리즈 ‘매트릭스’ 시리즈를 만든 감독. SF 판타지, 전 세계 대중문화에 관한 방대한 지식과 독특한 연출 감각을 선보였다. 각 작품엔 성소수자, 유색 일종, 하위 계급 등 비주류를 향한 애정이 담뿍 담겨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매트릭스’ 이후 이렇다 할 흥행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2년 형 래리 워쇼스키는 성전환 수술을 한 후 라나로 개명했음을 알렸고, 동생 앤디는 2016년 릴리로 개명하고 성전환 수술을 해 영화팬을 놀라게 했다.

마블의 성공적 배팅, 루소 형제
영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의 조 루소·안소니 루소 형제 감독.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형제 감독은 조 루소·앤서니 루소가 아닐까. 마블은 유망한 신예 감독을 캐스팅해 마블 유니버스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루소 형제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들은 TV 시트콤 ‘커뮤니티’에서 괴상하지만 코믹한 감수성에 장르 연출의 가능성을 선보인 신예 연출가였다. 마블의 베팅은 성공적이었다. 루소 형제가 첫 연출한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저’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다음 작품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는 전 세계 흥행수입 11억 5330만 달러를 올렸다. 이들은 이 기세를 몰아 오는 25일에 개봉하는 ‘어벤져스:인피니트 워’의 메가폰까지 잡았다. 포스터에 나온 캐릭터만 23명인 마블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영화다.

블랙코미디의 거장, 코엔 형제
조엘 코엔(왼쪽)과 에단 코엔(오른쪽).
미국 예술영화를 이끄는 대표 형제 감독 에단·조엘 코엔. 일상적인 풍경 속에 벌어지는 삶의 아이러니를 통렬하게 꼬집는 블랙코미디의 대가다. 탄탄한 대본과 기발한 연출로 일찌감치 칸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출세작은 91년작 ‘바톤 핑크’. 돈과 명예를 바랐던 극작가가 살인마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 제4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최우수감독상 등을 석권했다. 자신의 아내를 유괴해 장인에게 돈을 받아내려는 세일즈맨를 그린 ‘파고’ 역시 큰 호평을 받은 명작이다. ‘파고’의 주연이자 ‘쓰리 빌보드’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형 조엘의 아내다. 최신작 ‘헤일, 시저!’는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노동자의 현실에 카메라를 비추다, 다르덴 형제
장 피에르 다르덴(왼쪽)과 뤽 다르덴(오른쪽).
벨기에 출신의 리얼리즘 거장 감독, 장 피에르·뤽 다르덴. 둘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며 작업해왔다. 다르덴 형제가 집중하는 건 지금 이 사회에서 살고 있는 노동자 등 소외계층이 맞닥뜨려야 하는 냉혹한 현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모순이다. 대표작 ‘프로메제’는 불법체류자의 노동력으로 이익을 취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한 사건을 통해 각성하고 깨닫는 과정을 96년 칸국제영화제의 갈채를 받았다. 다르덴 형제는 ‘로제타’ ‘자전거 탄 소년’ 등에서 주인공의 등을 뒤쫓는 카메라 워크 등 독특한 촬영으로 현실을 환기하는 묘사로 각광받았다.

연출·각본 분업 체제, 놀란 형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왼쪽)과 각본가이자 제작자 조너던 놀란(오른쪽)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트’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뒤에는 늘 네 살 어린 남동생 조너던 놀란의 각본이 있었다. 놀런 감독의 출세작 ‘메멘토’ 역시 조너던의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각본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크레딧에 나란이 이름을 올렸다. 조너던은 뛰어난 상상뿐 아니라 치밀한 자료 조사로도 유명하다. ‘인터스텔라’ 대본 집필 당시엔 물리학자 킵손의 수업을 4년간 들었다는 건 잘 알려진 일화. 최근 조너던이 제작한 드라마 ‘웨스트 월드’ 역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참고로 크리스토퍼는 영국 런던대, 조너던은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했다.

***우리도 형제랍니다**
‘블레이드 러너’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은 ‘탑 건’을 만든 토니 스콧. 자동차·기차·비행기 등을 지극히 사랑한 토니는 2012년 차를 탄 채 강물에 뛰어들어 세상을 떠났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뉴문’을 연출한 크리스 웨이츠의 형은 ‘어바웃 어 보이’의 감독 폴 와이츠.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