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드루킹, 극도의 보안 유지 요구..내부선 추장으로 불렸다"

선명수·손제민 기자 입력 2018.04.16. 23:40 수정 2018.04.1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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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전 회원이 말한 경공모
ㆍ예언서 ‘송하비결’에 실린 ‘일본 침몰설’ 대비하자며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
ㆍ폐쇄적 ‘정치결사체’ 행동…핵심 인원 ‘댓글 요원’으로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을 운영하면서 회원들의 인터넷 ID를 동원해 포털 사이트 기사의 댓글 여론 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된 필명 ‘드루킹’ 김모씨의 페이스북.

현 정부를 비판하는 인터넷 ‘댓글조작’으로 구속된 김모씨(48·필명 ‘드루킹’)가 활동 기반으로 삼았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서 김씨가 <송하비결>(조선시대에 작성됐다고 전해지는 예언서) 등 옛 예언서를 활동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전 경공모 회원의 증언이 나왔다. 여권 인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 인사 청탁을 한 것도 예언서의 ‘일본 침몰설’에 대비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이들 일당이 모임 내에서 극도의 보안을 요구하며 정치결사체 활동을 강조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 ‘송하비결’에 ‘일본 침몰설’까지

지난해 대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팬카페를 찾다가 ‘경공모’에 가입했다는 ㄱ씨는 1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카페에는 드루킹이 <송하비결>을 해석하는 온라인 강의가 따로 있었고 일정 등급 이상의 회원들이 강의료를 결제해야 볼 수 있었다”면서 “<송하비결>을 인용해 드루킹이 자신의 식견과 전망을 풀어내는 게시판이 별도로 존재했는데, 여기에서 일본이 침몰하고 (침몰 후) 탈출한 부유한 일본인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여 개성공단에 투자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유의 주장을 펼쳤다”고 말했다. 김씨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한 것 역시 예언서상의 ‘일본 침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김씨는 인사 청탁이 거부되자 극소수 회원들만 모인 채팅방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이번에 오사카 총영사 발표만 지켜보면 된다. (김 의원이) 우리가 무슨 기생할 데가 없으면 죽는 연가시인 줄 안다”며 “이 정권하고는 대화는 안 통하고 담판만 있을 뿐”이라고 언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 폐쇄성 강한 ‘정치결사체’

전 경공모 회원들은 이 모임이 상당히 폐쇄적인 분위기로 운영됐으며 회원 등급을 여러 단계로 나눠 이 중 핵심 회원들은 ‘정치결사체’처럼 움직였다고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 경공모 회원 ㄴ씨는 “경공모는 회원 가입도 까다로웠지만 가입해도 회원 등급이 몇 단계로 나눠져 있고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 내부자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승급하는 형태로 운영됐다”며 “회원 등급은 ‘지구’ ‘달’ ‘태양’ ‘우주’ 등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영혼의 질량에 따라 기운이 다르다는 의미로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높은 수준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 강연이나 모임에 참가할 때는 일정 금액의 회비를 내야 하고 반드시 얼굴 사진을 남기도록 했다”면서 “(드루킹 등 운영진이) 회원들에 대한 경계심이 많았고 정보 공유도 차등화돼 있어 채팅방에도 일정 등급 이상이 돼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ㄴ씨는 “승급된 회원들은 실제 주식 공동구매에도 뛰어들어 기업을 어떻게 지배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듯 보였다”면서 “자신들만의 공동체 규약을 가지고 있었고 (느릅나무출판사 건물의) ‘산채’가 그 사랑방 역할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ㄱ씨 역시 “드루킹이 올리는 글은 언제쯤 주가가 폭락한다는 등 허무맹랑한 글들이 많았는데, 무엇에 홀린 듯 ‘추장님’이라고 부르며 찬양하는 모습도 보였다”면서 “경공모는 1차 카페 외에 추가로 자격을 얻어야 들어갈 수 있는 ‘본진’과 같은 홈페이지가 따로 있었고, 열린 카페에도 ‘절대 내용을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경고하는 글들이 많아 평범한 팬카페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 핵심 회원 ‘댓글 요원화’ 가능성

이날 경향신문과 접촉한 전 경공모 회원들은 댓글 작업은 2500여명이 가입돼 있는 ‘열린 카페’가 아니라 소수 결사체로 구성된 핵심 회원들 사이에서 특정 기사에 ‘좌표’를 찍는 방식으로 실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ㄴ씨는 “드루킹은 대선 경선 전부터 카페에 자신이 민주당의 유력 인사나 내부의 정보 제공자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암시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회원들에게 세를 과시하며 소수의 핵심 인원을 ‘댓글 요원’으로 조직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모니터 요원 매뉴얼’ 문건에는 특정 기사의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아 상위권에 노출되는 식으로 순위를 조작하는 방식과 주의사항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이 문건은 한 누리꾼이 지난 2월 발견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됐던 것으로, 문건에는 김씨 등이 오프라인 모임 공간으로 활용했던 ‘산채’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등 경찰도 이 문건의 출처가 경공모 내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선명수·손제민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