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결혼이주여성 4600여명 등친 '다단계 SNS 투자사기'

권기정 기자 입력 2018. 4. 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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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대화방으로 투자자 모집
ㆍ연이자 264% 속여 32억 챙겨
ㆍ중 출신 귀화 여성 10명 입건

중국인 결혼이주여성 4600여명을 상대로 다단계 투자사기극을 벌인 일당이 검거됐다. 사기범 일당은 중국 출신 귀화 여성들이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6일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국내 총책 ㄱ씨(42)를 구속하고 ㄴ씨(33) 등 관리자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4~7월 중국 유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내 중국인 결혼이주여성 4612명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여 32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 금융회사의 파트너사를 운영한다고 속이고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1년에 최고 264%의 이자를 주고, 투자자를 데려오면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였다. 관리자별로 50~500명이 함께하는 SNS 대화방을 열어 투자자를 모집, 관리했다. 투자금액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눠 이자를 차등 지급하고 SNS를 통해 하부 투자자 유치를 유도했다. 자기가 이끄는 투자자가 10명이 넘거나 총투자금이 미화 1만달러가 넘으면 ‘리더’가 됐다. 리더는 또 다른 소규모 SNS 대화방의 방장이 돼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은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중국 은행 또는 국내 계좌 등을 거쳐 조직 윗선 금융계좌로 이체됐다.

이들은 가짜 금융회사 투자 사이트를 만들어 정상적인 회사처럼 꾸몄다. 투자자들은 해당 사이트에서 자신의 투자 현황과 추천한 투자자 명단, 배당금 적립·이체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자자가 배당금을 요구하면 관리자는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과 본인이 가진 가상통화로 배당금을 지급했다.

투자금은 배당금이나 단계별 상위 관리자에게 이체됐을 뿐 어떤 사업에도 투자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빼돌린 32억원 중 6억원가량은 중국으로 넘어가고 26억원은 ㄱ씨와 관리자들이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의 평균 투자금은 70만원이지만 대다수가 남편 몰래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ㄷ씨(53)는 남편이 학원 수강료로 준 160여만원을 투자했다가 배당금 5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투자가 알려지면 한국국적 취득이 어려워지거나 가정불화가 생길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하는 바람에 피해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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