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조현민 일단 대기발령.. 여론은 '싸늘'

나기천 입력 2018. 4. 16. 22:14 수정 2018. 4. 1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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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파문 커지자 업무에서 배제 / 노조에선 "즉각 사퇴하라" 공동 성명 / 경찰 '물벼락 피해' 광고대행사 직원 조사 / 문제는 사퇴후 언니처럼 복귀하면 그만 /"美국적으로 편법 임원 개선 필요" 제기

‘물벼락 갑(甲)질’ 파문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담당 전무의 경영 일선 퇴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파문이 확산하자 대한항공이 16일 조 전무를 대기 발령했지만, 이 같은 조치가 갑질 논란에 책임지는 모습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조 전무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채 칩거했다. 변호사 등과 연락하며 경찰 수사에 대비하는 한편 자신의 거취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오후 늦게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본사 대기 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은 “향후 추가 조치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 전무 고발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했다. 남부지검의 수사지휘를 받는 서울 강서경찰서가 이 사건을 내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강서경찰서는 이날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광고대행업체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8명 중 2∼3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직원을 중심으로 사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조 전무에 대해 특수폭행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은 더 싸늘해지고 있다.

전날 귀국한 조 전무가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보낸 사과 이메일부터가 논란이다. 조 전무는 이메일에서 사과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했지만 자신의 행동이 “업무에 대한 열정에 집중하다 보니”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조 전무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이어진 수차례의 사과에서 “광고를 잘 만들고 싶은 욕심에 냉정을 잃어”, “광고에 대한 애착이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넘어서면 안 됐는데 감정을 관리 못 한 잘못”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물이 든 컵을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던졌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고개를 떨군 채 입국하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대한항공노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조종사새노조 등 3개 노조는 이메일 수신 30분 만에 공동성명을 내고 조 전무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의 조 전무 갑질 관련 청원도 100건을 넘겼다.

이처럼 국민의 따가운 눈총에도 오너 일가의 갑질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은 요원하다.

조 전무가 경영에서 손을 떼더라도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처럼 수년 뒤 다시 복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일반적으로 오너 일가가 아니라면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텐데 조 전무가 주요 주주이니까 언젠가 다시 복귀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태를 통해서 뭔가 배우고, 갑질이 더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라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갑질이 우리 사회에서 추방돼야 하는 고질적 적폐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높아진 국민 시각에 이런 경영인이나 기업인들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조 전무가 사퇴하면 아예 복귀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 전무의 ‘국적’이 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항공 관련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 항공법은 외국인의 국내 항공운송사업체 경영을 허락하지 않는다. 조 전무가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주요 주주이면서도 어느 회사에서도 등기임원을 맡지 않은 이유다. 앞서 조 전무는 2013년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선임됐지만 2016년 이 문제 때문에 물러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조 전무처럼 주요 주주이면서 회사 경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오너 자제가 한국인이 아닐 경우 미등기임원도 맡을 수 없도록 항공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나기천·김선영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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