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에 찍힌 세월호 사고 순간..침몰 직전 무슨 일 있었나?

김민지,최준혁,이세중 2018. 4. 1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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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이 튕겨나갔다"

세월호 참사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입니다.

그만큼 급격하게 배가 기울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선체가 인양된 뒤 이 말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배에 화물칸에 실린 차량들에서 블랙박스가 핵심 단서였습니다.

블랙박스 26개 중 17개가 되살아났고, 이 가운데 7개에 사고 당시 세월호의 내부 모습이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블랙박스 속 사고 순간을 한 데 모은 영상 보시고, 김민지 기자가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리포트]

낮은 엔진음만 울리던 세월호 2층 화물칸에서 정체모를 충격음이 이어집니다.

바퀴가 들린 화물차가 휘청거리더니 대형 중장비를 시작으로,

화물차와 승용차가 한꺼번에 미끄러지면서 아수라장이 됩니다.

선체 왼쪽에선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며 침수도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사고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장애진/생존 학생 : "저는 방안에 있었거든요. 갑자기 배가 확 기우는 거예요. 그냥 큰 배가 침몰할까 생각을 했어요."]

배 천장 쪽 쇠사슬의 움직임을 살펴 봤습니다.

사고 전날엔 수직으로 바닥을 향했는데 사고 직전 영상에선 이미 왼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쇠사슬이 기운 만큼 배도 그만큼 기울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정수/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장 : "뒷배경에 있는 그 사각 공간을 이용해서 기준 평면을 만든 다음에 계측을 했다."]

화면 속 쇠사슬이 기운 각도는 18도.

그뒤 5초 동안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8시 49분 40초, 갑자기 출렁하더니 불과 8초 만에 50도 넘게 기울었습니다.

이후 영상은 배 안으로 밀려들어온 바닷물에 차량들이 잠기는 모습을 끝으로 모두 꺼졌습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침몰 직전 이미 기울어진 이유는?

[앵커]

블랙박스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니, 차량들이 쏠리기 이전부터 심상찮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배가 쓰러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어서 이세중 기자입니다.

[리포트]

8시 49분 40초 쯤, 차량들이 한쪽으로 일제히 쏠리면서 세월호는 침몰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때부터 1분여 전, 언뜻 보기엔 미동조차 없어 보이지만, 영상 재생 속도를 높여봤더니,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모습이 확연합니다.

이 때가 8시 48분 51초, 영상의 기울기 변화를 정밀 분석해봤습니다.

미세하게 기울던 배가 잠시 그 상태를 유지하더니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왼쪽으로 쏠립니다.

세월호는 침몰 직전 이미 50여 초 동안 기울고 있었던 겁니다.

원래 정상적 운항이었다면 배가 기울었다해도 20초 정도 뒤 다시 중심을 잡아야지만 세월호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잠시 뒤 화물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이 침몰 직전 50초 동안, 세월호는 왜 기울었던걸까?

조타기가 서서히 오른쪽으로 돌고 있었는데도, 조타수가 손을 대지 않았거나 기계 자체에 이상이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원인 규명 과정에 사고 시점 조사가 중요한 이윱니다.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의원 : "증거물에 대한 분석없이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밖에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배에 남았던 디지털 정보를 우리가 접근한거죠."]

선조위가 선체 이상과 외부 충격설 모두를 검증하기로 한 상황, 기울기가 시작된 시점부터 전반적인 재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복원 영상 검증해 시간 바로잡았다

[앵커]

이 블랙박스 영상들은 선체조사위원회나 일부 언론들도 살펴봤지만 영상 간 시간이 잘 안맞는 등 오류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KBS는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검증과 확인을 수십 차례 거듭하며 대부분 오류를 바로잡았습니다.

분석 과정을 최준혁 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리포트]

지금 보시는 이 장면, 빨간색 대형 특수차량이 넘어지는 모습입니다.

차량 3대의 블랙박스가 동시에 찍고 있었지만, 표시된 시간이 다르거나 아예 없는 것도 있습니다.

차량 7대에서 복원된 블랙박스 영상 11개 모두의 시간이 이렇게 제각각입니다.

제품의 특성과 결함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전체 블랙박스 영상을 동일한 시점으로 묶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여기엔 영상에 담긴 움직임과 소리를 활용했습니다.

먼저 움직임, 공통적으로 잡힌 차량 움직임으로 영상들을 맞춘 뒤 각 제품의 시간 오차를 잡아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선체 앞쪽의 차량 5대, 뒷쪽의 차량 2대가 각각의 그룹으로 동기화됐습니다.

다음은 소리, KBS내 음향 장비로, 전문가가 참여했습니다.

잡음을 없애고, 음역대와 소리의 길이 등을 비교해가며 같은 소리들을 찾아냈습니다.

앞쪽 5대 중 한대와 뒷쪽 2대 중 한대에 잡힌 소립니다.

소리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길이와 간격 등을 분석해보니 같은 소리였습니다.

[최대희/KBS 음향감독 : "같은 소리로 판단."]

이렇게 차량 7대의 블랙박스 영상이 한 데 묶일 수 있었습니다.

영상 자체는 묶였지만 여전히 영상에 표시된 시간은 믿을 수 없는 상황,

실제 현실에서 몇 시 몇 분에 벌어진 일인지, 이른바 절대 시각을 확정하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단서는 사고 전날 인천항으로 향하던 한 차량의 영상에 남아 있었습니다.

["'오전 10시를 알려드립니다. KBS~ "]

이 순간 화면에 나타난 시간은 10시 11분 3초, 시간 오차는 11분 3촙니다.

이 블랙박스 영상에서 절대 시각이 나오면서 이미 한 데 묶인 나머지 영상들의 절대 시각도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KBS는 선체조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블랙박스 분석와 과정을 모두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김민지기자 (ming@kbs.co.kr)

이세중기자 (center@kbs.co.kr)

최준혁기자 (chun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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