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부형·장애우·조선족..무심코 쓰는 '차별적 언어' 사라진다

김유나 입력 2018.04.16. 19:58 수정 2018.04.16. 23:05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학부형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익숙한' 말들이다.

그러나 무심코 쓰는 말 이면에는 누군가를 향한 차별의 시선이 녹아 있다.

서울시가 '불우이웃', '학부형', '미망인' 등 차별적 의미가 담긴 행정 용어들을 다른 단어로 수정했다.

이번에 수정된 차별적 용어는 △미망인 △학부형 △편부·편모 △불우이웃 △결손가족 △정상인 △장애우 △조선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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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3개 행정용어 수정 / '미망인'도 현대 성관념 안맞아 / 하우징 페어→주택 박람회 등 / 어려운 외래어 5개도 순화 / 지금까지 145개 단어 바로잡아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학부형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익숙한’ 말들이다. 그러나 무심코 쓰는 말 이면에는 누군가를 향한 차별의 시선이 녹아 있다.

서울시가 ‘불우이웃’, ‘학부형’, ‘미망인’ 등 차별적 의미가 담긴 행정 용어들을 다른 단어로 수정했다. 언어가 사람들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차별적 용어를 뿌리 뽑기 위한 조처다.

서울시는 최근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차별적 용어 8개, 어려운 외래어 5개 등 총 13개 행정 용어를 고쳤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수정된 차별적 용어는 △미망인 △학부형 △편부·편모 △불우이웃 △결손가족 △정상인 △장애우 △조선족이다.

‘미망인’은 ‘남편을 여읜 여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지만, 한자를 풀어보면 ‘아직 ∼하지 못하다(未·미)’에 ‘죽은 사람(亡人·망인)’을 합친 단어다. 즉 ‘남편이 세상을 떠날 때 같이 죽었어야 했는데 미처 그러지 못하고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 때문에 현대의 성 관념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시는 미망인을 ‘고(故) ○○○씨의 부인’으로 순화하기로 했다. ‘○○○씨의 미망인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는 말은 ‘고 ○○○씨의 부인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 등으로 바꾼다.

‘학부형(學父兄)’은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학부모(學父母)’로 수정했다. 학부형은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는 말로 많이 쓰이지만, 사전적 의미는 ‘학생의 아버지나 형’이다. 어머니 등 여성 보호자는 배제된 단어인 셈이다. 아울러 편부(偏父) 가정이나 편모(偏母) 가정 등으로 쓰던 ‘편부’(어머니가 죽거나 이혼해 홀로 있는 아버지)나 ‘편모’(아버지가 죽거나 이혼해 홀로 있는 어머니)는 특정한 성을 지칭하지 않는 ‘한부모’로 고쳤다.

‘불우이웃’은 ‘어려운 이웃’으로 순화했다. ‘불우(不遇)’의 사전적 의미는 ‘살림이나 처지가 딱하고 어려움’이다. 시 관계자는 “불우이웃이란 단어는 그 대상을 동정하는 시선이 담겼다는 시민 의견이 있어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결손가족’은 ‘결손(缺損)’에 ‘어느 부분이 없거나 잘못돼서 불완전함’이란 뜻이 있는 만큼 ‘한부모 가족’ 혹은 ‘조손 가족’ 등으로 고치기로 했다.

장애인 관련 용어도 수정했다. 시는 “장애인과 대비되는 의미로 ‘정상인(일반인)’을 쓰면 장애인은 정상이 아니란 차별을 내포한다”며 ‘비장애인’으로 고쳤다. ‘장애우(障碍友)’는 “‘장애인 친구’란 의미로 다른 사람이 장애인을 부를 때만 쓰일 수 있으며, 단어 뜻이 장애인을 의존적인 존재로 비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장애인’으로 바꿨다. ‘중국에 사는 우리 겨레’를 가리키는 ‘조선족(朝鮮族)’은 ‘중국 동포’로 수정했다.

‘포트폴리오(→실적자료집)’, ‘하우징 페어(→주택박람회)’, ‘캠퍼스타운(→대학촌)’, ‘프로모터(→행사기획)’등 어려운 외래어도 순화했다. 시는 과거에도 ‘잡상인’을 ‘이동상인’으로, ‘노점상’을 ‘거리 가게’로 바꾼 바 있다. 지금까지 수정한 행정 용어는 이번을 포함해 총 145개에 이른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