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일가 말뿐인 '갑질 반성' .. "삼남매 경영 손떼라" 여론

2018. 4. 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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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갑질, 악순환 어떻게 끊나

조현민 육성 파일 충격파 퍼지자
대한항공 직원 "고성은 이미 익숙"
한진 삼남매 막장 전력 다시 회자
"대한항공 명칭 회수" 국민 청원
정치권 "슬그머니 경영복귀 안돼"

[한겨레]

그래픽_장은영

2014년 12월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첫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빚어진 사회적 공분을 잠재우고자 직접 고개를 숙였다. 조 회장은 “저의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가 교육을 잘못 시켰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2015년 신년사에서 다시 한 번 임직원들에게 사과하며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기업문화를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3년여가 지난 지금, 땅콩 회항 사건으로 고개를 숙였던 조양호 회장의 반성은 그저 말뿐이었다. 외부 인사들을 영입해 소통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흐지부지됐다. 또 임직원이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내게시판 성격의 ‘소통 광장' 역시 총수 일가를 전혀 견제할 수 없었다.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총수 일가나 간부들에게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그런 일은 언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조 회장의 반성과 재발 방지 약속은 없던 일이 됐고,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집행유예 상태인 조 전 부사장은 지난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전격 복귀했다.

이렇듯 견제와 소통이 막힌 상황에서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의 ‘물세례 갑질’이 또 터지자 조 회장 일가의 “말뿐인 반성”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이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에서 임직원에게 욕을 하고 고성을 지르는 육성 파일이 추가로 공개되는 등 내부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조 전무의 고성은 이미 내부에서 익숙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 전무를 포함해 ‘한진 3남매’가 보였던 과거 갑질 행태들 역시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복되는 총수 일가의 갑질 사건을 두고 이들이 회사를 자신의 사유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현아 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승무원을 무릎 꿇리거나, 30대의 조 전무가 나이 많은 임원에게 함부로 반말하는 등의 행위는, 함께 일하는 동료를 회사의 이해관계자가 아닌 상하관계로 바라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재벌 총수 일가는 그동안 얼마 되지 않는 지분을 가지고 회사를 사유화해왔고, 임직원에 대해 마음대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구성원에 대한 갑질이 만연했다”며 “재벌개혁에 대한 여러 과제 중 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는 법과 제도적 방안이 제시됐는데,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행동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임직원들이 피해를 보는 ‘오너 리스크’를 낳고 있다. 대한항공의 3개 노조인 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 새 노동조합이 15일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조현민 전무의 사퇴를 촉구했다. 3개 노조는 ‘대한항공 경영층 갑질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내어 “(조 전무가) 연일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속보가 끊이지 않는 경영층의 갑질 논란과 회사(대한항공) 명칭 회수에 대한 국민청원 속에 일선 현장에서 피땀 흘려 일해온 2만여명의 직원들조차 국민의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6만 가족들의 삶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직원들은 세계의 하늘을 개척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고객들의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모든 노력이 조현민 전무의 갑질 행동으로 무너졌고 자괴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사명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서 “2만여명 직원은 ‘대한항공’ 회사 명칭의 지속 사용을 간절히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도 강도 높은 질타와 제재 목소리가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재벌가 자녀의 갑질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조현민 전무의 갑질은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며 “경영 능력이 부족하고 윤리의식이 부족해도 경영권 무임승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부사장처럼 조 전무도 몇 년이 지나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길은, 조씨 형제들이 대한항공과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진 김태규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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