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확대로 우려했던 '의료쇼핑' 확산일로

이병문,김혜순 입력 2018. 4. 16. 17:42 수정 2018. 4. 1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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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확대로 비용부담 준 임플란트 시술 사상최대
4년전 6천 → 40만명으로 부담률 50 → 30% 또 경감
건보적용 상복부 초음파..병원에 예약 전화 잇따라
MRI이어 의료쇼핑 대상?..필요한 경우만 검사받도록 규정 까다롭게 해야 목소리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A씨(67)는 최근 충치가 생겨 동네 치과를 찾았다. A씨 치아 상태를 살펴본 후 치과 의사는 "나이가 더 들면 어차피 뽑게 될 치아이니 빨리 뽑고 임플란트를 하자"며 "요즘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도 크지 않다"고 임플란트를 권했다. 충치 치료로 끝날 수 있는데도 A씨는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정부가 3800개 비급여(의료보험 혜택이 없는 진료) 항목에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하는 '문재인 케어'를 본격화하면서 과잉 의료 행위와 의료쇼핑 개연성이 커지고 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통제 불능 상황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치과용 임플란트 생산 실적이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따른 시술비 부담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2017년 기준 치과용 임플란트 생산액은 8889억원으로 전년(8082억원) 대비 10% 증가했다.

과거에는 치아나 잇몸에 문제가 생겨도 틀니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치과용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2015년 7월 70세 이상에서 2016년 7월 65세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임플란트 생산 실적이 2015~2016년 30% 이상 급증해 전체 의료기기 성장률(11.5%)의 3배에 달했다. 환자 부담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 120만원대에서 60만원대로 줄었다. 여기에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임플란트 시술 환자 본인부담률을 50%에서 30%로 낮추기로 함에 따라 시술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임플란트 시술 환자 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인 2014년 5824명에서 2017년 4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팽창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건강보험 적용으로 인구 1만명당 임플란트 보급률이 1위를 차지할 만큼 일반적 치료가 됐다"며 "본인부담률이 더 떨어지는 7월 이후 시술을 위해 치과를 찾는 환자가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치석 제거(스케일링)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시술을 받는 사람 수가 크게 늘었다. 2013년 7월부터 스케일링에 대해 연간 1회 보험이 적용되면서 전국 치과 병·의원 어디서나 진찰료를 포함해 2만원 안팎만 부담하면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건강보험으로 스케일링을 받은 사람은 2012년 361만명에서 2016년 1080만명으로 폭증했다. 또 이달 초부터 문재인 케어 확대로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자 대학병원에 검사 예약 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건강보험 적용으로 검사비가 싸지면서 같은 증상이면 동네 병원보다는 대학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자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상복부 초음파는 간, 담도, 담낭, 비장, 췌장 등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로 지난달까진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 의심자나 확진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보험이 적용됐지만 4월부터 모든 환자로 확대됐다.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해 초음파를 받는 환자의 경우 기존에는 평균 15만7100원을 내야 했지만 이달부터 5만8500원만 내면 된다. 최준일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복통이 발생했을 경우 이전에는 두고 지켜봤지만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으로 이제는 의사나 환자 모두 초음파 검사에 쉽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초음파 검사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에 이어 또 다른 의료쇼핑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재인 케어 이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온 CT나 MRI 검사가 최근 5년간 크게 늘어나 의료비 상승의 주범이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CT 검사를 받은 환자가 411만8434명에서 513만9149명으로 22.5% 증가했다. MRI도 63만1305명에서 80만5831명으로 27.6% 늘었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은 "정부가 올해부터 선택진료제(특진)를 없애며 비급여를 예비급여나 선별급여 등과 같은 다양한 명칭의 급여로 전환하고 상복부 초음파와 MRI 급여화를 통해 진료비를 현재보다 확 낮추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의료쇼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의 의료쇼핑과 병원 과잉 진료가 늘면 당초 문재인 케어가 예정했던 30조원을 훨씬 웃도는 비용이 소요되고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건강보험공단 재정은 지금까지 수년째 이어온 흑자 기조에 종지부를 찍고 올해부터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건강보험공단의 2018년도 연간 자금운용안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7년간 당기흑자를 보였던 건강보험재정 당기수지는 올해 1조2000억원 정도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의료쇼핑을 막고 문재인 케어가 성공하려면) 독일처럼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이 아니면 CT나 MRI 같은 고가 장비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하고 환자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병원에 가도록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나라처럼 웬만한 의원이 모두 초음파 검사를 하고 중소병원마다 MRI 장비를 구입하는 시스템으론 의료쇼핑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 <용어 설명>

▷ 의료쇼핑 :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환자들이 싼 가격에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면서 과잉진료 받는 현상.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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