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의를 지킵시다] 영화 몰입중인데 '찰칵·번쩍'..앞자리 툭툭 차고 드러눕기도

서은영 기자 입력 2018.04.16. 17:29 수정 2018.04.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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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연중 캠페인-<7> 안하무인 영화관 '관크'
좋은 자리 옮기는 '메뚜기'..상영중 동영상 찍기도
클래식 공연 중 녹음도 모자라 실수로 재생까지
촬영금지 수차례 알려도 끝나면 SNS에 수두룩
[서울경제] 비타500 광고와 함께 선보인 ‘거꾸로 삼행시로 알아보는 극장 에티켓’, 레진코믹스의 핑크빛 로맨스 애니메이션과 함께하는 에티켓 안내 등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에서는 영화 상영 직전 관객들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관람 예절 안내 영상에 코믹 요소를 더하거나 톱스타를 출연시키는 등 흥미로운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소개하는 내용은 이렇다. △발차기는 앞사람의 관람을 방해한다 △관람 후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달라 △휴대폰 불빛은 방해가 된다 △연인끼리 대화나 과도한 애정행위는 타인에게 방해가 된다 등. 이른바 ‘에티켓 타임’ 때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극장마다 다양한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관람 예절을 지키지 않는 관객들이 수두룩하다.

일부 극장에서 좌석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된 후 영화 상영이 시작되면 고가의 좌석으로 옮겨 다니는 얌체 메뚜기족의 출연은 예삿일이 됐다. 이 밖에도 좌석 양쪽 팔걸이와 컵받침을 독차지하는 관객, 영화 내용을 미리 발설하는 스포일러형·해설위원형 관객부터 영화 중간 좋은 음악이 나올 때마다 휴대폰 음악검색 기능을 활용해 OST를 검색하거나 상영 중 셀카로 인증샷을 남기는 관객까지, 흔하디흔한 영화관 ‘관크(관람을 방해하는 행위)’의 천태만상이다.

성인 관객이 어린이용 눈높이 방석을 여러 장 쌓아 다리를 올리거나 누워서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도 있다. 눈높이 방석은 관람 후에 극장 출구에 반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이를 지키는 관객은 많지 않다. 극장 안내를 맡는 직원들은 상영이 끝날 때마다 상영관 안에 남은 음식물과 방석을 치우느라 오랜 시간을 들인다고 토로한다.

특히 관객과의 상호작용으로 질이 달라질 수 있는 공연에서는 잠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관크가 공연 전체의 분위기를 망쳐놓을 수 있다. 연주자나 배우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을뿐더러 근처에 앉은 관객들도 공연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클래식 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공연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첫 협연에서도 일부 관객의 관크가 원성을 샀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 공연에서 조성진이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1악장 연주를 마친 뒤 2악장을 준비하려던 찰나 희미한 기계음이 일순간 정적을 깼던 것. 이 기계음은 다름 아닌 라벨 협주곡 1악장의 후반부가 녹음된 소리였다. 객석 1층에서 조성진의 연주를 몰래 녹음한 관객이 실수로 음원 파일을 재생한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녹음기 재생’ 사건 이외에도 연주가 끝나자마자 치는 ‘안다 박수(곡이 끝날 때를 잘 안다는 과시성 박수)’, 합창석에서 공연 중 울려 퍼진 연이은 ‘카톡’ 소리 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관객들도 많았다. 예술의전당의 한 관계자는 “1부가 끝난 뒤 민원이 많아 2부를 시작하기 전 공연 관람 예절에 대한 안내 멘트를 한 번 더 틀었을 정도”라며 “몰래 공연을 녹음한 관객에게는 해당 녹음을 지워달라고 따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공연 중간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경우, 스마트폰 메신저나 문자메시지·시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자기기 전원을 켰다가 불빛이 새어나오는 경우까지 전자기기에 따른 피해는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늘어난 요즘,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관크다. LG아트센터는 공연 시작 전 안내방송 이외에도 안내원들이 일일이 객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휴대폰 전원을 꺼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연 중 벨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막을 올린 아일랜드 안무가 마이클 키간-돌란의 ‘백조의 호수’ 공연 초반에도 어김없이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공연은 제작진과의 저작권 협의에 따라 커튼콜까지 사진 촬영이 금지됐지만 상당수 관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커튼콜 장면을 촬영했다. 하우스매니저가 퇴장하는 관객들에게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이미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공연 장면이나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공연의 저변이 확대될수록 관크 적발 건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공연 마니아들의 과도한 관크 적발에 가장 몸살을 앓는 사람들은 공연장 하우스매니저들이다. 입·발냄새, 큰 숨소리, 시야를 가리는 헤어스타일이나 두상까지, 당사자도 어찌할 수 없는 문제를 두고 항의하는, 소위 예민한 관객들을 일일이 상대하는 것 역시 공연장 스태프들에게는 고역이다. 공연 관계자들이 관객들 스스로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서울의 한 대형 공연장 하우스매니저는 “초보 관객들은 공연장 홈페이지나 티켓 뒷면에 적힌 관람 예절을 꼭 읽어보며 자신의 관람 태도를 점검해봐야 한다”며 “마니아 관객들 역시 관크를 바로 지적하기보다는 처음이라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는 태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은영·나윤석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