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닌 마음 이끄는 선율..모차르트의 '드라마'와 닮았죠"

김고금평 기자 2018. 4. 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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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년 만에 음반 '모짜르트' 내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지휘자 네빌 마리너와 처음이자 마지막 곡 녹음
20일 2년 만에 음반 '모차르트' 내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그는 16일 서울 서초구 야마하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년 전 함께 녹음한 지휘자 고 네빌 마리너와 얽힌 일화를 들려줬다. /사진제공=크레디아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야마하홀. 피아니스트 손열음(32)이 모차르트 'C메이저 판타지 K475'를 연주할 때, 시선이 집중된 건 타건보다 그의 표정이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배어 물고, 환희와 절망이 교차하는 양면적 표현이 얼굴에서 수시로 드러났다.

연주가 끝날 땐, 듣는 이도 드라마 한 편 본 듯 긴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오는 20일 2년 만에 공식 음반 ‘모차르트’(MOZART) 발매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 풍경이다.

손열음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모차르트를 재해석한 음반을 생애 처음 내놓는다. 음반은 고 네빌 마리너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함께 녹음한 ‘피아노 콘체르토 No.21’과 ‘판타지 K475’ 등 피아노 솔로 곡 3개다.

원래 계획은 지휘자 마리너와 모차르트 협주곡 두 곡을 넣으려고 했는데, 마리너가 92세 일기로 2016년 10월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생전 유일하게 함께 녹음한 ‘No.21’만 수록됐다.

“2016년 4월 마리너가 지휘하는 ‘세인트~’와 서울에서 공연한 뒤 마리너가 ‘너의 모차르트 연주는 특별하다’며 녹음을 제안했어요. 제게 ‘30대 초반에 시작해도 25개 협주곡 다 녹음하려면 50세가 될 텐데’ 하시길래, ‘진심이에요?’하고 시작했는데 이 녹음 한 곡이 마지막 녹음 곡이 될 줄은 몰랐어요.”

영화 ‘아마데우스’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녹음한 ‘모차르트 전문가’인 마리너와의 당시 녹음 상황에 대해 손열음은 이렇게 기억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제공=크레디아

“지휘자의 주장보다 연주자의 주도권을 먼저 인정해 주셔서 그런지 제가 한 레코딩 작업 중 가장 쉽게 했던 기억이 나요. 마리너는 어떤 작곡가보다 모차르트의 상징이었어요. 시대 음악의 흐름이 나타났을 때 모차르트는 아주 진지하고 복잡하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마리너는 쉽고 기쁜 기분을 주는 분위기로 해석하기 일쑤였어요. 저도 모차르트 음악은 땅에 발을 붙이는 게 아니라 붕 떠 있는 느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마리너가 그걸 잘 구현했죠.”

손열음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작곡가이지만, 라흐마니노프 등에 비해 연주를 자주 하지는 않았다. 1996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수상 이후 모차르트는 20년간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 그러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No.21’로 준우승을 차지하고, 이 영상이 유튜브로 1000만 건 이상 조회되면서 모차르트에 대한 잊었던 애정을 다시 찾았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단면을 묘사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중적이고 다면적이고 인생의 모든 감정이 실려있죠. 아무리 짧은 음악도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흥미로워요. 또 완전히 만들어져서 나오는 듯한 매무새가 있어 그 자체의 미학도 탁월해요.”

손열음은 모차르트 전곡 녹음에 대한 소망은 있지만, 의무로 수용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모차르트 음악 자체가 하나로 길게 연결된 흐름의 음악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끌어내는 산발적인 음악이기 때문. 게다가 머리보다 마음으로 움직이는 자신의 스타일도 한몫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새 음반 '모차르트' 발매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록곡 '판타지 K475'를 연주하고 있다. 중 /사진제공=크레디아


손열음은 “클래식 연주자는 흔히 다른 작곡가가 써놓은 곡을 해석해야 해서 준비와 계획이 중요한데, 나는 순간의 감정이 오지 않으면 움직이는 편이 아니다”며 “미루는 성격일 수도 있는데, 한번 ‘필’ 받으면 또 못 말릴 정도로 에너지를 소진하기도 한다”고 웃었다.

모차르트 협주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다양한 구성이 담긴 ‘E플랫 메이저 482’. 하지만 협주곡 중 두 개밖에 없는 단조도 시도하고 싶다고 했다. 모차르트가 하고 싶은 얘기를 이 ‘슬픈 선율’에 담은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

최근 정명화·정경화에 이어 평창 대관령음악제 신임 예술감독으로도 선임된 손열음은 “두 가지를 동시에 못하는 성격이어서 두 사람인 된 듯한 느낌으로 그간 살았다”며 “이번 음반이 세상에 나온 것 자체가 감격적”이라고 했다.

손열음은 마리너 지휘자의 2주기를 맞는 오는 10월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등 10여 개 도시를 돌며 새 음반 발매 전국 투어를 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왼쪽)과 2016년 작고한 지휘자 네빌 마리너. /사진제공=크레디아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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