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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 껍질 까보니 空空데이터

김철현 입력 2018.04.16. 11:43 수정 2018.04.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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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민낯⑧] 2013년 이후 공공데이터 생성량 5배 증가했지만 '실속' 부족
공간위치 등 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 등 규제에 막혀
민간에서 활용 쉬운 개방형연결데이터는 0.2% 뿐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이민우 기자] 지역 소비 관련 온ㆍ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창업하려던 김정재(가명ㆍ33)씨는 각종 카페, 음식점, 헬스클럽 등의 정보를 얻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운영하는 공공데이터포털에 접속했다. 하지만 내려 받은 데이터에는 알맹이가 하나도 없었다. 상호명과 주소는 나와 있었지만 연락처는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인터넷 지도에서 검색하기만 해도 나오는 정보가 공공데이터에는 없어서 당황스러웠다"며 "당국에 문의를 해봐도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답변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데이터 개방 평가에서 1위에 올랐지만 정작 개방된 공공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우리나라 빅데이터 산업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공공데이터를 쓰고 싶어도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의료법 등의 규제로 둘러싸여 '반쪽' 정보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공데이터는 양은 많지만 질은 떨어져 실제 사업에서 활용할 만한 가치는 없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로 막힌 공공데이터 활용=공공데이터의 활용을 막는 대표적인 규제는 개인정보보호법이다. 내비게이션 이용의 대중화로 지도를 기반으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가 수집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외부 제공이 제한돼 교통소통정보 등에만 국한해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O2O 서비스 등에 활용할 때 필요한 연락처 등도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비공개된 경우가 상당하다. 일례로 국토교통부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부동산중개업체의 정보를 제공하던 스타트업들은 부동산중개업체 연락처가 어느 날부터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면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라고 권장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양은 많지만 '양질'의 공공데이터는 부족=우리나라는 2013년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래 꾸준히 데이터를 개방해왔다. 그 결과 OECD 공공데이터 개방 평가 1위라는 성과도 올렸다. 개방지수는 0.94점으로 회원국 평균인 0.55를 크게 앞섰다. 공공기관이 만든 공공데이터를 통합 제공하는 창구인 공공데이터포털을 보면 정부가 생성한 공공데이터의 양도 2013년 5000개에서 현재 2만5000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공공데이터의 양은 많지만 '양질'의 데이터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아산나눔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는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공간 위치, 정부 예산, 법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의 다양성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공개된 정보에 대해서도 제공 기관마다 포맷이 상이해 전처리 작업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간에서 활용하기 쉬운 개방형 연결 데이터(LOD) 형태의 데이터는 여전히 0.2% 수준에 불과하다. 공개된 데이터도 약 25%는 HWP, PDF 등 기계로 판독할 수 없는 폐쇄형 포맷이기 때문에 실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한준 서울시립대 교수는 "범정부 공공빅데이터 관리체계의 이원화가 필요하다"며 "유의미한 데이터 융합을 지원하는 시스템과 시각화, 통계분석, 머신러닝 기반 데이터 분석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위와 14위…정부와 업계의 온도 차이=OECD 1위를 차지했다고 홍보하는 정부와 현장의 온도 차이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공공데이터 활용 여건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종합점수는 1등을 기록했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영국과 같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가별 공공 데이터의 개방 및 활용도에 대한 대표적 평가 지표인 오픈 데이터 바로미터(ODB)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평가에서 5위에 올랐지만 데이터 품질 및 접근성 등을 평가한 '이행도'에서는 영국의 59%에 불과한 수준으로 14위에 머물렀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활용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국민들이 대부분 인식하고 있고, 논의의 장이 열리고 있다"며 "개인정보 관리 부실 및 악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단속하면서도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