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 "오너 2·3세 갑질 못 참아"

설성인 기자, 진상훈 기자, 윤민혁 기자 2018. 4.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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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직장인들, 이전 세대와 달라 모바일 익숙한 밀레니얼세대...익명 SNS 통해 폭로

2012년 7월 ‘진에어 창립 4주년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조선DB

지난 2014년 12월 뉴욕 JFK공항에서 운항중이던 항공기를 회항시키고 승무원들을 폭행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에 이어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 대상 갑질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조 전무의 갑질을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고, 대한항공의 사명·로고를 변경해달라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 전무 사건이 알려진 지난 12일부터 ‘땅콩 회항’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조 전무는 지난달 중순 대한항공 광고를 제작하는 H사와의 회의에서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못한 H사 팀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유리컵을 던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리컵을 던진 방향과 H사 팀장 얼굴에 물을 뿌렸는지 여부에 따라 조 전무의 혐의가 갈릴 전망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한진, 대림, 한화, 현대가(家) 등 주요그룹 오너 2·3세들의 폭언·폭행 등 갑질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2·3세의 갑질이 세상에 알려질 때마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에게 회사의 미래를 맡기느냐는 비판이 나온다”면서 “애꿎은 회사 직원까지 그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재벌 오너 2·3세들은 어떤 의도로 갑질을 멈추지 않으며, 왜 최근 들어 민낯을 들추는 제보가 이어지는 것일까.

◇ 도넘은 재벌 ‘갑질’ 민낯 낱낱이 세상에…”무슨 생각으로 이러나”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2016년 3월 운전기사 A씨에게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고 지시하고, 운전이 마음에 안 들면 폭언과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 부회장은 2016년 3월 대림산업 주주총회에 참석해 “언론에 보도된 저와 관련된 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올 1월 대림산업은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고, 이 부회장은 올 3월 대림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은 2014년부터 3년 동안 12명의 운전기사를 교체하면서 10명에게 일주일에 70~80시간의 근무를 시키고 1명을 폭행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3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정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넷째 아들인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음주 이후 만취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한 사례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씨는 지난해 초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들을 때리고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받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재벌 오너 2·3세들이) 창업 세대가 일군 경제적 지위를 바탕으로 평소 안하무인식 생활에 익숙해 있다”며 “(아랫 사람을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 오너 2·3세들은 갑질로 처벌을 받아도 대부분 경미한 수준에 그쳐 제2·3의 갑질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 신세대의 변화된 사고방식 “오너=주인 아냐”…SNS·익명성 무기

과거와 달리 최근 재벌 오너 2·3세의 갑질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원인은 과거와 달라진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꼽을 수 있다. 과거 선배 직원들은 ‘한번 입사하면 퇴직할 때까지 다닌다’ ‘회장님 말씀에 절대 복종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입사하는 신세대 사원들은 ‘회사의 주인은 오너가 아닌 나’라는 의식이 강하다. 예전에 비해 입사경쟁이 치열해진데다 가정의 경제력 향상, 부모의 관심 등이 높아지면서 재벌 오너 2·3세의 갑질을 더이상 참을 이유가 없게 됐다.

결정적으로 익명성을 무기로 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등장은 각종 비리·사건 제보에 유용하다. 실제 조현아 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조현민 전무의 광고대행사 갑질 역시 모두 직장인들이 많이 쓰는 블라인드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알려졌다.

신 교수는 “그들(재벌 오너 2·3세)의 명령·욕설·폭력 등은 (가정·사회에서) 견제받지 않은 삶에서 비롯된다”며 “최근 SNS의 발달로 폭로 경로가 많아지면서 대중에 공공연하게 알려지고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작업은 필요하나, SNS를 악용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다. 실제 상당수 퇴사자가 블라인드에 직장상사와의 문제 등을 고스란히 게시하는 사례도 있어 해당 기업이 난처한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SNS 활동까지 회사가 감시하거나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자신이 가진 불만을 사내에서 해결하지 않고 외부에 폭로하는 일이 늘어나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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