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청와대 인사와도 접촉..대선때부터? 인사청탁?

2018. 4. 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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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 댓글 조작..커지는 의혹

[한겨레]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저녁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을 쓰고 추천 수 등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민주당원 김아무개씨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 관여 의혹이 정국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월 집중적으로 인터넷 포털에서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을 쓰고 해당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3명이 민주당 당원으로 밝혀졌고, 주범 격인 김아무개씨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김 의원과 접촉한 사실이 지난 14일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가 지난 대선 당시 자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알리는 온라인 활동을 벌인 뒤 자신에게 무리한 인사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반감을 품고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현 정부를 악의적으로 비난한 것이 이 사건 본질”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자신이 현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 조작에 개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민주당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가 해당 사건에 김 의원 이름이 등장하면서, 야당 공세로 번지는 형국이 됐다.

■ 민주당 고발, 잡고 보니 민주당 당원

민주당은 네이버 등 포털 기사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의 추천수를 높이기 위해 ‘매크로’가 불법 사용된 정황이 짙다며, 해당 사례를 수집해 지난 1월3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매크로’는 한꺼번에 여러 댓글을 달거나, 댓글 추천수를 급증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번에 매크로 활용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3명이 민주당 당원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들은 대선 기간이 아닌 지난 1월15일 ‘매크로’를 구입해 17일 해당 프로그램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친여 파워블로거’
과거 김경수에 정치후원금
인사청탁 거절 당하자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1월에 구입 김경수 의원 해명
“드루킹은 초면…먼저 돕겠다 연락
텔레그램 메시지 일방적으로 보내
무리한 요구 거절에 불만 품은것” 청와대 인사 접촉설
피의자 휴대전화로 연락 주고받아
자발적으로 여권 돕던 작년 초인지
댓글 조작한 올 초인지 의문

이들 가운데 김씨는 인터넷에서 ‘드루킹’이란 이름으로 활동한 현 여권 성향 유명 블로거였다. 그는 2014년부터 소액주주 운동을 목표로 내건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도 운영했다. 회원수 2500여명의 경공모는 지난 1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연회를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경찰에서 “보수 세력이 하는 것으로 꾸미기 위해 댓글을 조작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드루킹’과 김 의원은 무슨 관계?

이번 사건은 김씨와 김 의원이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김 의원 연루 의혹으로 번졌다. 야당은 두 사람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김 의원이 대선 국면부터 여론 조작에 개입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하지만 김 의원은 김씨가 대선 기간에 만난 여러 온라인 활동 지지자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드루킹이 지난해 (2월부터 본격화한) 대선 경선 이전에 문 후보를 돕겠다면서 연락해 만났다. 그 전에 일면식도 없었다”고 했다. 특히 그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수백 건 주고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자신들의 (온라인) 활동 대부분을 (텔레그램으로) 일방적으로 보내왔다. 난 의례적으로 감사 인사를 보낸 적이 있지만, 상의하듯 문자를 주고받은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대선 이후 수많은 텔레그램 메시지 방을 없애, 김씨가 보낸 메시지가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 인사청탁 거절 이후 돌변?

김 의원은 대선 당시 문 후보를 도운 김씨 등이 지난 1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 조작에 나선 이유가 인사 청탁 거절에 대한 불만 탓이라고 짐작했다. 그는 “대선이 끝난 뒤 ‘드루킹’이란 분이 무리한 인사 요구를 했고,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당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김씨가 청탁한 자리가 일본 오사카 총영사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야당은 대선 기간 ‘드루킹’의 실제 활동의 중요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김 의원이 해당 인사 청탁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추가로 밝혀야 할 대목들

경찰은 김씨 등의 범행 동기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씨가 “보수 세력이 댓글 공작을 하는 것으로 꾸미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 입장에선 아무런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민주당원으로서는 사실상 ‘자해’에 가까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불법행위를 한 1월은 이미 검찰 수사로 보수 정권의 댓글 공작이 만천하에 드러난 때였다. 오히려 김 의원 주장대로 인사 청탁이 거부되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해 상대를 압박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것으로 알려진 석연찮은 정황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경찰은 김씨 등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현재 청와대에 근무 중인 인사와도 연락해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이 청와대 관계자와 주로 접촉한 시점이 문재인 후보를 자발적으로 돕던 대선 전인지, 지난 1월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시점까지 지속됐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이 언제부터 어떤 내용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지에 따라 사건의 파장이 청와대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피의자 김씨 쪽과 김 의원의 관계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에 정치 후원금 500만원이 입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후원금 최대 한도(500만원)를 넘지 않는 정상 후원이지만, 경찰은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양쪽이 더 가까운 사이였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김 의원 쪽은 “피의자 김씨 명의로 후원금이 들어온 것은 2016년 11월에 입금된 10만원이 전부”라고 밝혔다.

송호진 허재현 임재우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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