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 시대, 보증금 안 떼이는 노하우

박병률 기자 2018. 4. 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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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부채비율 높으면 깡통주택 위험…계약 전 등기부등본으로 확인
ㆍ소유권 이전 청구, 매매·임대차 금지 가처분 등기 된 집도 ‘주의’
ㆍ다가구주택은 주인이 ‘대부분 월세’라며 정보공개 거부 땐 의심

최근 전국세입자협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시세 13억원(공시지가 10억원)인 다가구주택에 어머니 김모씨가 6000만원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 5억원에 낙찰됐다는 것이다. 낙찰금액은 선순위 근저당 설정권자가 배당받아 가면서 김씨는 전세보증금을 단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소액임차인의 경우 최우선변제를 통해 누구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양평은 전세보증금 5000만원 이하가 기준이어서 김씨는 해당되지 않았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에다 새 아파트 입주가 크게 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이 본격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도 전셋값이 5년7개월 만에 내렸다. 갭투자(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자신의 적은 자금으로 하는 투자)를 한 집주인의 경우 전세가격이 하락하거나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을 ‘깡통전세’라 부른다. 이런 집이 ‘깡통주택’이다.

역전세난 시대에 나의 보증금은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 전국세입자협회로부터 나의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주의사항을 들어봤다.

- 어떤 집이 깡통주택이 되나.

“주택가격 대비 집주인의 부채, 즉 부채비율이 높으면 위험하다. 집주인의 부채에는 선순위 근저당, 전세보증금 등이 포함된다. 서울의 경우 부채비율이 70%를 넘어서면 잠재적으로 깡통주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아파트는 통상 집가격의 75~80%에 낙찰되기 때문이다.”

- 깡통주택을 피하려면 임대계약 때 무얼 봐야 하나.

“등기부등본의 ‘갑’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확인 결과 소유권 이전 청구권 가등기, 매매·임대차를 금지하는 가처분 등기, 경매 기입 등기 등이 돼 있으면 계약 자체를 피하는 것이 좋다. 압류와 가압류가 많이 기재된 집도 피하는 것이 좋다. 등기부등본 ‘을’구를 보면 선순위 근저당설정 최고액을 확인할 수 있다.”

- 주택가격 대비 부채비율은 어떻게 구하나.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의 부채는 ‘선순위 근저당 설정최고액+본인 보증금’이다. 이를 주택가격으로 나누면 부채비율이 된다. 예를 들어 선순위 근저당 설정 최고액이 1억8000만원, 본인 전세보증금이 1억5000만원이고 주택가격을 4억원으로 가정하자. 이 집의 총부채는 3억3000만원(1억8000만원+1억5000만원)이다. 이를 집가격(4억원)으로 나눠 백분율을 구하면 주택가격 대비 부채비율은 82.5%가 된다.

다가구주택은 여러 세입자가 있기 때문에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이 있을 수 있다. 나보다 더 빨리 세를 들어온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다. 다가구주택의 부채는 ‘선순위 근저당 설정 최고액+선순위 세입자 보증금 총액+본인 보증금’이다. 이를 주택가격으로 나눈 것이 주택가격 대비 부채비율이다. 예를 들어 선순위 근저당 설정 최고액 1억8000만원, 본인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 총액 6억원에 주택가격이 13억원이라고 가정하자. 이 집의 총부채는 9억3000만원(1억8000만원+1억5000만원+6억원)이다. 이를 집가격(13억원)으로 나눈 백분율 71.5%가 부채비율이다.”

- 다가구주택에서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 총액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집주인이 직접 주민센터에 임대차정보를 신청해야 한다. 임대정보에는 선순위 세입자의 전입일자, 임대보증금이 기재돼 있다. 만약 집주인이 ‘가구 대부분 월세’라며 정보 공개를 거부한다면 일단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 부채비율이 높은 주택에 입주할 수밖에 없다면 차선책은 무엇인가.

“선순위 근저당 설정액을 자신의 전세보증금으로 말소해달라고 집주인에게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선순위 근저당 최고 설정액이 1억2000만원이고, 세입자가 내야 할 전세보증금이 2억원이라고 가정하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2억원을 받아 1억2000만원을 먼저 갚으면 1순위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 된다. 근저당이 주택담보대출인 경우는 해당 은행에 함께 동행해서 처리하는 것이 좋다.”

- 집주인이 보증금을 받아 긴요하게 쓸 데가 있다고 거절하면 어떡하나.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확인해봐야 한다. 전세보증보험은 집주인 동의 없이도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주택형태별로 보증보험 한도와 보증보험료가 다르다. 아파트는 보증금의 연 0.128%다. 그외 주택은 0.154%로 아파트보다 조금 높다. 다만 주택가격 대비 선순위 근저당액의 비율이 높거나 위법 건축물 등이 있으면 가입이 제한된다. 계약 전 미리 보증보험회사에 견적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다가구주택은 집주인이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은 임대차정보 자료가 있어야 가입 검토가 가능하다. 전세보증보험은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한다.”

- 임차하기로 한 주택의 명의는 남편인데 그 배우자가 대신 계약하자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등기부상 소유자와 계약하는 것이 원칙이다. 계약 시 대리인이 나오면 임대차위임장을 확인해야 하고, 임대인 통장 명의에 계약금을 송금해야 한다. 또 임대인과 직접 통화를 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전세계약 2년이 만료돼 이사를 가려 한다면 언제까지 집주인에게 통보해야 하나.

“집을 재계약할 의사가 없으면 임대차 기간 만료일 3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집주인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 불안하다면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준비할 수 있도록 그 이전에 통보하는 것이 좋다.”

- 계약 종료일이 지났는데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만약 계속 살겠다고 생각한다면 방이 나가지 않는 이유를 주변 중개업소에 물어볼 필요가 있다. 임대료 시세가 기존 임대료보다 낮아졌다면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감면해달라고 요구해 기존보다 낮은 가격으로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맺는 것이 좋다. 이사가겠다고 결심했다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고 미반환 시 임차권 등기명령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하면 된다. 이후 법원에 임차권 등기를 신청하고, 임차권 등기가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이후에 이사를 가야 한다. 이 절차를 밟는 데 2주 정도 소요된다. 임차권 등기가 되면 세입자의 보증금 배당순위가 보장된다. 집주인은 임차권 등기가 등기부상에 기재되면 다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

- 임차권 등기가 된 뒤 상당 기일이 지나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어떡해야 하나.

“전세보증금 반환청구 지급명령신청을 하고, 이후에도 돌려받지 못하면 법원에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을 진행하면 된다. 지급명령신청에 따른 결정문을 갖고 있으면 임차한 집을 경매에 부칠 수 있다. 이 절차는 전세계약 만기 뒤 해당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모두 반환받을 수 있을지 먼저 고려해야 한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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