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0일간 喪 치르고..이 아이들을 가슴에 묻으렵니다

박대의,강인선,강계만 2018. 4. 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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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앞둔 합동분향소 가보니 지난 4년동안 73만여명 발길 "닫기 전에.." 추모인파 몰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죠"..학생들과 함께 온 선생님도
文 "세월호 4년, 별이 된 이들 대한민국을 달라지게 했다"..SNS통해 "끝까지 진실규명"

16일 세월호4주기·합동영결식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정부합동분향소는 16일 참사 희생자 합동 영결·추도식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김호영 기자]
대학교 3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시험준비에 지친 틈을 타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동갑내기(1997년생) 연예인인 트와이스나 방탄소년단 노래를 흥얼거렸을지도 모른다. 일부는 군대에서 유격 훈련에 한창일지도 모른다. 영화 '화이'(2013년 개봉)의 동갑내기 배우 여진구가 영화 '1987'에서 박종철 열사로 분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를 대학교 신입생들 앞에서 떠벌렸을 수도 있다. 현실이 아니기에 상상할 수밖에 없다. 꽃다운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을 살리지 못한 남은 이들은 노란색 리본으로 사죄하고 기억하며 상상의 감옥에서 영어의 몸을 보내고 있다.

'아디다스 추리닝(운동복)과 하얀색 티셔츠, (키)180㎝ 남학생' 뭍에 도착한 구조대 한 마디에 부모들이 너도 나도 "내 새끼야"하며 달려들었지만 끝내 자식을 찾지 못한 부모들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 재가 됐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일요일. 특별한 주말 외출에 나선 어른들은 못나서 웃지 못했다. 세월호 1주기 이후 매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안산합동분향소를 찾아온 이 모씨(40·서울 송파구 거주)는 이날도 10살된 딸 손을 잡고 희생자들을 조문했다. 이씨는 "분향소가 철거되기 전 마지막으로 조문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안산에 왔다"며 "세월호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 딸에게도 이 마음을 각인시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딸에게 "이렇게 (희생자가) 많은 줄 몰랐지?"라고 묻자 딸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 액세서리를 원하는 색으로 칠하거나 노란색 종이꽃으로 꽃길을 만드는 체험 공간에서 시민들은 발길을 멈췄다.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가는 유가족 모습을 또 다른 카메라가 포착했다. 시민들은 쉽사리 발길을 옮기지 못했고 곳곳에서 주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4주기를 앞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글. [사진 제공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지난 4년 동안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객 73만여 명을 맞았던 정부합동분향소가 4주기를 맞아 열리는 참사 희생자 합동 영결·추도식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29일 설치된 이후 1448일째인 이날을 마지막으로 조문도 중단된다. 이 때문인지 분향소가 문을 닫기 전에 한번 더 희생자들 넋을 기리고자 하는 시민들 발길이 잇따랐다. 합동분향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하루 조문객은 547명이었다. 일주일 전인 8일 33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시민들은 합동분향소가 없어지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제는 가슴 속에 희생자들을 묻고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산지역 주민 김유진 씨(38)는 "아이들에게 꼭 분향소를 보여주고 싶어서 데려왔다"면서 "앞으로 다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정책이 꼭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모씨(39)는 "무거운 마음으로 분향소를 찾았는데 (행사장에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게 됐다"면서 "(세월호 참사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주제이지만 이런 행사가 시민들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안산교육지원청에 자리한 '416 기억교실'에도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안산 화랑유원지는 다음날 열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 영결·추도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261명의 학생과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5000여 명의 참석자가 함께 기리고 이제는 가슴 속에서 희생자를 기리겠다는 약속의 자리가 마련되고 있었다.

현재 교생 실습 중인 학교 학생 10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대학생 김용덕 씨(26)는 "동세대 아이들이 기억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에 주말을 반납하고 학생들과 함께 왔다"면서 "자발적으로 오겠다고 한 친구들이 기특하다"고 뿌듯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페이스북에 "아이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가치를 소중히 품고, 생명과 안전이 모든 국민의 가장 고귀한 기본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4년, 별이 된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달라지게 했다"면서 글을 시작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합동영결식에서 다시 한 번 깊은 슬픔에 빠질 유가족들과 국민 앞에서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 규명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체조사위와 세월호 특조위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416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아픔을 추모하는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며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는 대한민국의 소망이 담기게 된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영결식 및 4주기 추도식'은 16일 인천가족공원에서 열린다. 이날 영결식은 일반인 희생자 43명 중 2014년에 합동영결식을 하지 못했던 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안산 = 박대의 기자 / 강인선 기자 / 서울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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