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몰라의 IT이야기]1950년대 인공지능 기술, 오늘날 CPU에 접목되다
올 초 IT 벤치마크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전자(005930)의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신제품이 어마어마한 성능을 보인다는 결과가 등장해 화제가 된 바 있었다. 인공지능(AI)을 기기 내에서 구현하는 이른바 ‘온디바이스(On-device) AI’를 위한 새로운 칩셋이었다. AI가 대세가 되면서 그에 걸맞는 제품이 등장했던 것.
닥터몰라의 이번 원고에서는 1950년대 등장한 AI의 원리가 어떻게 발전돼왔고, 최근의 발전으로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다룬다.<편집자 주>
[IT벤치마크팀 닥터몰라] 뇌의 작동원리는 적어도 19세기 이후 과학계의 숙원과도 같은 숙제였습니다. 어떻게 인간의 사고작용이 일어나는지, 그 원리를 알 수 있다면 이를 모방하는 것도 가능한지,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사고하는 창조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를 모두 담은 의문이었기 때문입니다.
1943년 맥컬록과 피츠가 제창한 인공신경망 개념은 이후 수십년간, 뇌의 구성단위인 ‘뉴런’과 그 연결망의 작동을 모방하려는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져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이라는 학문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퍼셉트론은 인지과학이라는 학문의 태동기에 주목받았던, 뉴런의 작동원리를 모방하는 모델입니다. 하나의 뉴런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분기에 대해 학습된 가중치를 적용, 그 중 가장 가능성 높은 분기를 찾는 것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AMD가 생산한 시스템온칩(SoC)을 탑재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적용된 CPU 아키텍처는 AMD의 저전력 특화 아키텍처 밥캣(Bobcat)으로 같다는 점 역시 공통점입니다.
아시다시피 밥캣은 저전력 특화용으로 설계되어, 동 세대의 고성능 아키텍처 불도저와 비교해 보면 결코 주류 시장용으로 설계된 것이 아닙니다. 불도저의 성능이 ‘고성능·주류 시장용’ 에 적합했는지와는 별개로, 어쨌든 AMD는 당시 동원할 수 있던 모든 테크닉과 가용 자원을 불도저에 집약했던 것입니다. 단지 단 하나 예외가 퍼셉트론이었던 셈이죠.
비록 시작은 미약했을지언정, 인공신경망 기술을 분기예측 하드웨어에 접목한 것이 결코 밥캣이 마지막은 아니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이 지나 삼성이 야심차게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7·S7엣지 시리즈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8890에도 유사한 하드웨어가 탑재된 것이죠.
놀랍게도 밥캣과 엑시노스 8890은 AMD에 몸담았다 삼성으로 이직한, 동일한 엔지니어의 손끝에서 창조되었습니다. AMD의 밥캣 시리즈 최고설계자(Chief Architect)를 역임하고 현재 삼성전자의 최고 CPU 설계자를 맡고 있는 브래드 버기스(Brad Burgess)가 그 주인공입니다. 버기스는 밥캣의 개발을 완료하고, 시장에 출시되기 직전인 2011년 8월 삼성으로 이직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AMD는 새로운 고성능 CPU 아키텍처 개발을 맡기기 위해 짐 켈러(Jim Keller)를 영입하는데 그의 역작이 바로 오늘날 ‘라이젠’, ‘EPYC’ 제품군의 근간인 젠(Zen) 아키텍처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젠 역시 버기스의 작품인 퍼셉트론 기반 분기예측 하드웨어를 이어받았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인공신경망의 초기 개념이 서로 다른 CPU를 넘나들며 실용적으로 진화해 온 사례는 흔치 않아 관심을 자아냅니다. 먼 훗날 인간의 사고작용을 비슷하게라도 모사하는, 그러니까 뇌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CPU를 만나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필진으로 이대근 씨(KAIST 수리과학 전공)와 이진협 씨(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 및 컴퓨터공학 전공)가 참여한다.
이재운 (j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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