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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도시재생으로 다시 날다…물지게꾼 '옥단이' 누비던 목포 목원동

송고시간2018-04-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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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상권 중심지였다가 쇠락…골목길 정비, 3개 노선 4.6㎞ 관광루트로 재탄생

옥단이가 물동이를 지고 날랐던 '옥단이길'.(성연재 기자)

옥단이가 물동이를 지고 날랐던 '옥단이길'.(성연재 기자)

(목포=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전라남도 목포시 목원동. 유달산 아래 펼쳐진 아담한 동네다.

그 길 한켠에 있는 북교방앗간.

수십년 전 이곳에 자리잡았는데, 지금껏 쌀도 빻고 참기름도 내리고 있다.

멀리 유달산 바위를 배경으로 찌그러지고 색이 벗겨진 채 걸려 있는 간판은 유난히 낡은 티가 났다.

그러고보니 방앗간뿐만 아니라 골목길 전체적으로 '오래됐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수십년째 영업을 하는 북교방앗간 참기름 집.(성연재 기자)

수십년째 영업을 하는 북교방앗간 참기름 집.(성연재 기자)

하지만 찬찬히 걸으며 촘촘히 살펴보니 그냥 낡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하나 둘 다듬어지고 정리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곳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 '옥단이'가 누빈 골목길

목포에는 4대 명물이 있다.

물지게꾼 옥단이, 역전의 멜라콩, 평화극장 외팔이, 대성동 쥐약장수 등이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유명한 이가 옥단이다.

그녀는 1930∼1950년대 목포 유달산 일대에서 물을 길어주거나 허드렛일을 하며 살았던 인물. 유달산 아래 좁디좁은 동네 골목길을 누볐다.

살짝 모자라지만 궂은 일을 마다 않고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물동이를 날랐다.

이 동네 노인들은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골목길을 누비던 그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목원동의 골목길이 '옥단이길'로 이름 붙여진 사연이다.

극작가 차범석도 그녀를 소재로 희극을 썼다. 차범석은 유달산 아래서 태어났다.

옥단이길 약도(목포시)

옥단이길 약도(목포시)

작품명은 '옥단어'인데,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목포 사투리 '어'를 붙여 옥단이가 아니라 옥단어가 됐다고 한다.

당시 동네 사람들도 옥단이를 옥단어라 불렀다.

차범석은 이 작품에서 옥단이를 '만인의 벗'으로 묘사했다.

그는 "천대받으면서도 끈질기게 버티며 남을 위해 베풀다가 길지 않은 생애를 마친 여인 옥단은 우리 민족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옥단이길의 배경이 된 목원동 일대 약도(목포시)

옥단이길의 배경이 된 목원동 일대 약도(목포시)

◇ 목포 근대문화 1번지 목원동 '도심재생'으로 다시 태어나다

목원동은 유달산, 목포역, 남교시장을 기반으로 발달했는데, 조선인들이 만든 목포 근대문화의 1번지이자 상권의 중심지였다.

그런 목원동이 옥단이길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시인이 운영하는 '무인 카페'. 비치된 음료수를 마시고 가격이 표시된대로 돈을 내면 된다.(성연재 기자)

시인이 운영하는 '무인 카페'. 비치된 음료수를 마시고 가격이 표시된대로 돈을 내면 된다.(성연재 기자)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창의적인 행정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이른다.

기존 건축물이 모두 철거되는 재개발 등 기존 사업과는 달리 도시의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활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구도심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며 이 사업이 힘을 받았다.

목포시는 마침 원도심에 흩어진 19개 거점 4.6㎞를 연결한 뒤 옥단이길로 명명했다.

목마르뜨거리, 구름다리거리, 김우진거리 등 유달산으로 오르는 3개 노선으로 나누었다.

찬찬히 걸으면 3시간가량 걸리는 관광루트가 됐다.

시는 최근 7개 가옥을 선정, 게스트하우스로 만드는 사업도 지원하고 나섰다.

관광객이 늘어나며 숙박할 곳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 중 한 곳이 눈에 띄었다.

북교리에 있는 목포 청년회관 건물. 안내인이 상주하며 가이드 역할도 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북교리에 있는 목포 청년회관 건물. 안내인이 상주하며 가이드 역할도 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한때 기생집이었던 낡은 고택이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한옥에 미친 전남 신안군 앞바다의 작은 섬 암태도 출신 30대 자매가 2년 넘게 매달려 완성했다.

자매는 "이 집을 보자마자 느낌이 확 왔다"고 말했다.

시는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장려금(인센티브) 지원 계획도 내놨다.

기생집으로 쓰였던 낡은 한옥 고택을 개조,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시켰다.(성연재 기자)

기생집으로 쓰였던 낡은 한옥 고택을 개조,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시켰다.(성연재 기자)

목포시는 옥단이길을 포함해 300여 개에 이르는 근대 건축물을 활용, 근대역사 체험 길을 조성하고 수익형 창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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