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Why] 양치기 소년처럼 틀리고 또 틀려도.. 김어준의 사과는 없다

권승준 기자 2018. 4.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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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고의 침몰이다"
"희생자 모독하는 주장"이란 비판 쏟아져도
자신이 만든 다큐 개봉
"황우석이 피해자다"
서울대 조사와 검찰 수사로 근거 없다고 밝혀졌어도
황우석 피해자설 고집
"정봉주, 성추행 안했다"
신용카드 기록 나와 정봉주 거짓 드러났는데도
끝까지 사과나 해명 안해

세월호 선원들이 고의로 이 배를 침몰시켰다고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가 지난 12일 개봉했다. 방송인 김어준(50)씨가 제작한 영화다. 그가 제작한 다큐 영화는 벌써 세 번째. 박근혜 대통령을 뽑은 18대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한 '더 플랜'과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한 '저수지 게임'이 이전 작품이다.

"사실을 교묘하게 비튼 음모론" "세월호 희생자를 모독하는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굽히지 않았다.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국내 최대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올라온 김씨 항목에는 "김어준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발언에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틀렸더라도 '아님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적혀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폭로가 나오자 자신이 진행하는 SBS 시사프로그램 '블랙하우스'에서 이를 반박하는 듯한 내용을 내보냈다가 비판받은 게 최근 사례다. 그는 방송에서 "저는 (정 전 의원과) 특수 관계인이라 논평할 수는 없고, 사실관계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은 말씀드리겠다"면서 사건 당일 정 전 의원이 찍힌 사진들을 증거로 제시했다. 문제의 호텔에 정 전 의원이 가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이후 정 전 의원이 호텔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기록이 나오자 김씨와 방송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블랙하우스'를 폐지해달란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다. 제작진은 "진실 규명에 혼선을 야기했다"며 공식 사과했지만, 김씨는 이에 대해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김씨 이름이 또 한 번 유명해진 건 이번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과 더불어였다. 자신이 진행하는 또 하나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TBS '뉴스공장'에서 피감 기관의 돈으로 로비성 외유를 다녀온 의혹을 받는 김 원장을 출연시켜 그의 해명을 방송에 내보냈다. 네티즌들은 "자기편 방탄(防彈) 전용 방송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황우석, 곽노현, 이정희 옹호

김씨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고집해 대중에게 알려진 건 2005년 황우석 사태가 시작이다. 김씨는 자신이 창업한 '딴지일보'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황 교수가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 협력자였던 미즈메디 병원과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공모해 황 교수가 배양한 진짜 줄기세포를 빼돌리고 가짜로 바꿔치기해 그를 논문 조작범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조사와 검찰 수사 결과 이런 주장이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진 뒤에도 그는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1년 출간된 자신의 인터뷰집 '닥치고 정치'에서 "황우석 교수의 의도가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딴지일보에 올렸던 황우석 옹호 기사는 현재 모두 삭제된 상태다.

김씨는 주로 진보 진영 정치인들에 대해 대중 정서와 동떨어진 호평을 연달아 내놓았다. 2011년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선거 당시 단일화 대가로 상대 후보에게 2억원을 건넨 사실이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자 "선의로 돈을 건넸는데 검찰의 편파 수사에 당한 것"이라고 했다.

'닥치고 정치'에선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장 닮은 진보 정치인"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곽 전 교육감은 2012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전 대표가 이끌던 통진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고 해산됐다.

진영 논리 편승한 음모론

김씨의 특징은 '우리 편'과 '적'을 가르는 진영 논리에 기대면서 '적들이 음모를 꾸몄고, 우리 편은 거기에 당했다'는 음모론을 편다는 점이다. 작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더 플랜'이 대표적이다. 김씨는 여기서 18대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라며 그 근거로 전국 개표소에서 투표지 분류기가 인식하지 못한 미분류표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찍은 표가 6대4의 비율로 많았다는 점을 들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 비율이 5대5로 거의 동일한데, 왜 유독 미분류표에서만 6대4로 차이가 나느냐며 이것이 조작됐다는 증거라는 논리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분류기가 인식 못 한 미분류표가 노년층 비율이 높은 곳에서 많이 나왔는데 노년층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가 높았기 때문"이라며 "영화 제작진 요구가 있으면 제3의 기관을 통한 재검표 등 검증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검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재검표를 한 뒤 오류가 없자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을 거론하며, "본인이 욕하는 사람들보다 못한 짓을 한다"고 김씨를 조롱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한다며 제작한 다큐멘터리 '저수지 게임'에선 아예 "추적에 실패했다"고 인정하며 "민간인이라 취재에 한계가 있었고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미 2015년 '그날, 바다'를 포함해 다큐멘터리 세 편을 제작하겠다고 공언하며 20억원을 모금했다.

지난 1월 '블랙하우스' 첫 방송에서 다룬 박근혜 전 대통령 친척들 간의 살인 사건도 비슷한 경우다. 2011년 9월 박 전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용철·용수씨가 북한산 등산로에서 금전 문제로 다투다가 용수씨가 용철씨를 망치로 때려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사건 발생 당시부터 배후에 박 전 대통령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블랙하우스'에선 방송 전 이런 의혹을 증명해줄 제보자를 찾았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방송에선 '교차 검증이 불가능해 제보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용수씨의 유서가 발견됐고, 용수씨가 범행을 쉽게 하기 위해 수면제를 이용한 정황증거도 충분했다"며 "제3자가 범행에 개입한 증거는 전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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