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식 '하나회' 척결? 막 내린 김정일 선군정치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2018. 4. 1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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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쇠퇴가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 지 흥미"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자료사진)
우리나라에서 군부통치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를 척결하면서부터 였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2월 25일 취임하고 열 사흘 뒤인 3월 8일 아침 7시 30분에 권영해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물었다.

"군인들도 그만둘 때 사표를 제출합니까?" 당시 권 장관은 "명령 하나면 된다"고 대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아 그래요. 그럼 됐구만. 내가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오늘 바꾸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전격적인 하나회 척결의 신호탄이었다.

남과 북을 직접 비교하는 일은 무모한 일이다. 그러나 11일 열린 우리의 국회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역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군 총정치국장의 위상이 급추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를 '김정은 판 군부 힘빼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 김정일은 '영화 감독'… 김정은 '농구 감독' 스타일

장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사스타일이 '영화 감독'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은 '농구 감독'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감독은 한 번 주연이나 조연을 결정하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도중에 바꾸지 않습니다. 반면 농구 감독은 경기를 진행하면서 선수가 잘하면 끝까지 가고, 부진하면 그 선수를 끌어내고 다른 선수로 교체합니다"

전문가들은 엊그제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보고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 시대'를 종식시키고 당·국가중심의 체제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군부의 영향력이 대폭적으로 쇠퇴했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2년 4월에 군 간부 524명을 소장으로, 96명을 중장으로 진급시켰다. 수백명에게 한꺼번에 '별'을 왕창 달아주고 군을 특권적인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 11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그러나 북한은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난해 해임된 황병서 전 군 총정치국장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해임하고 후임인 김정각을 '국무위 위원'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을 필두로 최룡해 당 조직지도부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2인 체제'가 됐다. 군이 빠진 건 김정일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총정치국은 북한군 간부에 대한 인사·검열·통제권을 갖고 있는 군 핵심기관이고 역대로 총정치국장은 최고 지도자의 '오른팔'이었다.

이때문에 북한 내부에서조차도 '떨어지지 않을 별'처럼 여겨졌던 황병서가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받고 지난해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것은 국정운영에 대한 군부의 힘을 빼는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15년 7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주요 간부들의 교체 실태를 분석한 결과, 당과 정권 기관에 대한 인사는 20~30%수준으로 당 중심 통치를 위한 조직의 안정성을 보장했지만, 군은 40%이상 대폭 교체했다"고 밝혔다.

◇ 김정은 왜 선군정치를 내쳤나?

김정은 위원장이 과감하게 군부 힘빼기를 한 것은 선군정치로 인한 '군부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시각이 있다.

예를들면 김정일 사망 당시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점쳐졌던 총참모장 리용호·인민무력부장 김영춘 등이 물러난 것은 과거 군부가 관장하던 외화벌이 사업을 당과 내각으로 이전하는데 반발하다가 해임됐다는 분석이다.

장성장 박사는 "김정은의 1인 지배체제 강화와는 무관한 군부 개혁과정에서 이뤄진 숙청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1인 지배체제 강화와 군부 개혁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 6년을 사건사건의 순간으로 보지 말고 연속적 흐름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함으로써 아버지(김정일)가 못다이룬 '미완의 선군의 길'을 모두 완성시켰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올해부터는 핵무력 완성의 또다른 병진노선인 경제발전을 위해 당과 엘리트를 우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군부를 당과 국가의 예속체제로 전환시킨 것으로 봐야 하고 이는 1인 지배체제 강화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집권 이후, 군부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당과 경제외교 분야 엘리트 위상이 높아진 것은 남북 대화와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군부의 영향력 쇠퇴가 앞으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어떤 위상으로 작용할 지 흥미롭게 지켜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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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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