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사드 기지.. 美軍, 1년간 전투식량으로 때워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18. 4. 1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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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개점휴업 1년]
전력공급 안돼 헬기로 기름 공수해 비상발전기 돌려.. 국가안보 사안에 정부는 방관
민간인들이 성주 부대 출입통제.. 군수 장비 반입 철저히 막아
조리시설 없고 음식 공급도 제한
미군들은 "100여명 시위대도 통제 못하는 상황 이해 못해"

주한 미군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는 미군에게 '섬' 같은 곳이다.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지역 주민들이 작년 4월부터 기지 진입로를 막고 검문검색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군 출입은 허용하지만 미군과 장비 반입은 철저히 막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군은 헬기로 기지를 오가고 있다. 유류(油類)를 헬기로 공수해 비상발전기를 돌리는 식으로 사드 레이더를 가동 중이다. 조리 시설도 없고 식료품 공급도 제한돼 미군 장병들은 대부분 식사를 전투식량(MRE)으로 때우고 있다. 1년 가까이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주한 미군들은 한국군에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이곳이 대한민국이 맞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고 한다.

◇1년간 헬기로 사드용 油類 공수

군 관계자는 12일 "사드가 임시 배치돼 있기는 하지만,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 이를 탐지·요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 설비 등 관련 공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안정적인 운용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성주 사드 기지에는 6기의 발사대와 레이더(AN/TPY-2), 발전기 등 1개 포대 장비가 배치돼 있다. 반대 단체들 때문에 발사대 1기당 8발씩 최대 48발의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 외에 예비탄(미사일)은 아직 성주 기지에 반입되지 못하고, 경북 왜관의 캠프 캐럴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달 초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이 캠프 캐럴을 방문해 사드 예비탄을 살펴보는 모습이 미군 페이스북에 공개되기도 했다.

핵심 장비인 레이더는 아직까지 비상발전기로 가동되고 있다. 전기 시설 공사가 이뤄지지 못해서다. 사드 발전기는 1.3MW(메가와트)급의 출력으로 한 시간 가동하는 데 340L(리터)의 항공유가 필요한데, 장시간 운용할 경우 장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사드 레이더는 평상시 꺼놨다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을 때 가동을 해 미사일 요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올 들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없었지만 사드 레이더는 자주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정상 운용에 필수적인 발사대 등 장비 패드 보강과 기지 내 도로포장 공사도 못하고 있다.

◇장병 숙소, 화장실 등 열악

현재 공사 지연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기지 내 한·미 장병들이 겪는 고통이라고 국방부와 주한 미군은 밝혔다. 사드 기지엔 한국군과 미군 약 400명이 근무 중이다. 미군은 2주, 한국군은 4~5개월마다 교대하고 있다. 사드 기지는 원래 골프장이었는데, 각종 시설이 150명 기준으로 설계돼 숙소가 비좁고 화장실도 불편하다고 한다. 창고나 복도에서 야전침대를 깔고 자는 장병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실은 변기 20%가 깨지거나 낡았고 자주 막힌다고 한다. 숙소로 쓰고 있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천장은 비가 오면 물이 새고 곳곳에 곰팡이가 슬고 있다. 군 관계자는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 위생이 더 취약해질 것"이라며 "호흡기 질환이 돌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성주 기지로 못들어가고있는 사드 예비탄 - 빈센트 브룩스(맨 왼쪽)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4일 경북 칠곡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사드용 요격 미사일(예비탄)을 살펴보고 있다. 주한미군은 사드 반대 단체들에 막혀 이 예비탄들을 사드기지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미군 불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조되고 있다. 주한 미군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군들은 공권력이 아닌 민간인들이 부대 앞에서 검문하며 출입을 통제하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군들은 한국 경찰이 100~200명 수준의 시위대도 해산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사드는 임시 배치된 상태다. 정부는 전체 사드 부지(70만㎡)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사드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사가 계속 지연되면서 환경영향평가는 시작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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