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가정 다 잡는 시간제 공무원?..절반 그만둔 사연

김민정 기자 2018. 4. 1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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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4년부터 일주일에 기본 20시간만 일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주로 결혼이나 출산 때문에 경력이 끊긴 여성들을 중심으로 일과 가정 또는 학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지자체마다 1%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해 지금까지 5천 명 정도의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배출됐는데 제도가 생긴 지 4년 만에 절반가량이 그만두었습니다.

왜 그런지 김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뒀던 이 여성은 3년 전 시간선택제 공무원에 합격해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9급 시간제 공무원 : '육아와 병행을 할 수 있는' 이게 가장 크게 와닿았고 내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제도…]

현실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2인 1조로 오전, 오후를 나눠 일을 맡다 보니 육아를 위한 시간 선택이 어려웠습니다.

[9급 시간제 공무원 : 아이 엄마인데 오후 근무가 고정돼 버리면 내가 이 시간제를 지원한 의미가 전혀 없는 거죠.]

또 다른 시간제 공무원 B 씨는 잦은 초과 근무가 불만입니다. 작가 지망생인데 습작할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B씨/9급 시간제 공무원 : 너는 비록 시간선택제로 왔지만, 우리 동사무소가 굉장히 바쁜 거 너도 알지 않느냐 …]

기본급이 절반인 것은 이해하지만 근무시간과 관계없는 출장비와 명절 상여금, 자격증 수당 등 각종 수당도 절반입니다.

조직 내 시선도 냉담하게만 느껴집니다.

[정 모씨/9급 시간제 공무원 : (시선이) 쟤네는 어차피 그냥 아르바이트하듯이 공무원 하는 사람들이니까.]

시간제 공무원은 2014년 박근혜 정부가 70%의 고용률을 달성하겠다며 도입해 5천여 명을 채용했습니다.

하지만 4년 사이 절반이 그만둔 실패한 일자리 실험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

<앵커>

김민정 기자, 4년 전 제도가 생길 때도 잘 될까 우려가 많았는데 실제로 어려움이 많았군요.

<기자>

제도 도입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경력단절 여성처럼 종일 근무가 곤란한 사람들에게도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취지였는데 문제는 준비 없이 도입했다는 겁니다.

도입 당시 짧은 시간 일하고 퇴근할 수 있는 직무도 개발되지 않았고, 공무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신분상 차별 문제도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일반 공무원으로 들어온 다음에 시간을 선택해서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가 이미 있었는데요, 있는 데도 활용할 생각보다 고용률 통계를 높이기 위해서 제도부터 도입한 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드는 상황입니다.

<앵커>

문제를 해결할 만한 정부 대책은 있나요?

<기자>

정부가 지금 대안이라고 내놓은 게 지자체별로 1% 할당해 채용하도록 한 시행령을 지난달 폐지한 겁니다. 더 이상 중앙정부가 관여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도 자율적으로 뽑을 필요성을 현재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는 이미 올해 한 명도 채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입니다. 사실상 제도 폐지 수순으로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이미 절반 정도가 그만뒀다는데 그럼 지금 근무하고 있는 시간제 공무원은 몇 명 정도 됩니까?

<기자>

한 2천 5백여 명 정도가 현장에 남아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그럼 그분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사실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된 거죠, 이분들은 이렇게 된 이상 근무시간을 늘려서 전일제 공무원과 동일한 처우를 받길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들로부터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또한 사실 쉽지 않습니다. 

제도를 도입한 정부가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서 머리를 맞대야 되는 상황인데 간담회나 공청회 계획이 전무하다고 밝히고 있으니 당사자들로서는 상당히 답답한 상황입니다.

<앵커>

이분들에 대한 대책도 논의가 돼야겠습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VJ : 김종갑·이준영) 

김민정 기자compas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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