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간 뭐 하다가.. 쟁점 나열한 선택지만 던진 교육부

김이삭 2018. 4. 1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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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입시안

“기본 방향도 모르겠다” 성토

객관식 수능 확대할 때는

창의ㆍ토론형 수업기조와 배치

수능 원점수 부활도 개선안 포함

줄세우기ㆍ과목 유불리 등 문제

수시ㆍ정시 통합은 응시기회 줄고

일부 대학 충원 어려움 겪을 수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국가교육회의에 넘길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11일 교육부가 내놓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은 그간 논란이 된 주요 쟁점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예상 가능한 개선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장ㆍ단점을 분석하는 데 그쳤다. 45쪽 분량의 자료에서 ‘교육부 의중은 무엇이다’라는 방향성을 읽기가 쉽지 않다. 작년 8월 혼선을 자초하면서까지 대입 개편을 1년 미뤘으면서 8개월 동안 허송세월만 하다 백화점식 다지선다형 선택지만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하다. 최종안이 나올 8월까지 학생ㆍ학부모들은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어 교육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수능 전형 비중 높아지나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선이 필요한 배경으로 ‘2015 교육과정 개정’을 내세웠다. 새 교육과정은 학생의 수업 참여를 높이고 과정 중심 평가를 확대해 창의ㆍ토론형 교육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대입개편 시안에서는 창의적 입시 구상과 상충되는 지점이 여럿 드러난다. ‘선발방법 균형’ 문제가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객관적 시험을 통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형과 고교 학습 경험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간 적정 비율’을 결정해줄 것을 국가교육회의에 요청했다. 여기엔 학종 선발 비중은 2015학년도 16.1%에서 2019학년도 24.4%로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수능 전형은 같은 기간 31.6%에서 20.7%로 20%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수능 전형을 확대하되 얼마나 늘리면 좋을지’에 논의의 방점을 찍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전까지 유지해 온 ‘수시 확대, 정시 축소’와는 방향을 달리하는 지점이다.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암기식 수능이 새 교육과정의 철학과는 상충된다는 건 문제다. 설령 적정 비중이 도출된다 해도 대학들의 전형 비중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최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주요 대학들에 2020학년 정시 확대를 요청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급기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상황이다. 재정지원사업 등으로 우회적 압박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대학 자율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비껴가기 힘들 전망이다.

절대평가냐 원점수 회귀냐

지난해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유보했던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9등급제) 전환 계획도 다시 등장했다. 현재 절대평가를 시행 중인 영어ㆍ한국사를 포함해 최대 7개 영역에서 일정 점수 이상의 원점수를 받으면 특정 등급을 주는 방식이다. 한국교육방송(EBS) 문제풀이 수업으로 전락한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수험생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절대평가는 수능 변별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수능 전형 확대와 같은 조합으로 택해진다면 정책 충돌이 될 공산이 크다. 교육부가 고심 끝에 보완책으로 내놓은 동점자 처리 시 원점수 활용(수능 100% 전형)도 절대평가의 부작용을 상쇄할 카드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주목할 부분은 2004학년도부터 사라진 ‘수능 원점수제’ 부활 가능성이다. 교육부는 ‘표준점수’ ‘백분위’ 등 복잡한 산정 방식 없이 수험생이 얻은 점수만으로 평가하는 원점수제를 평가 방식 개선안에 포함시켰다. 지난해에는 선택지에 없던 항목이다. 이 경우 입시 예측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선택과목간 유ㆍ불리를 보정할 마땅한 수단이 전무하다는 맹점이 있다. 무엇보다 줄 세우기를 강요해 대학ㆍ학과별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명목으로 폐지했던 과거로의 역행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시ㆍ정시 통합은 유력

대입 선발 시점은 수시ㆍ정시를 통합해 단일 모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통합 모집안이 확정되면 수시를 도입했던 1997년 대입제도 변경 이후 가장 큰 변화이다. 수시 비중은 2019학년도 입시에서 76.2%를 차지할 만큼 대세로 자리잡았다. 모집 시기가 수능 성적 발표 이후로 일괄 미뤄지면 수험생들은 수능과 내신(학생부 교과) 등을 분석해 전형별로 유리한 학과ㆍ대학을 골라 지원할 수 있다. 뛰어난 수능 성적에도 불구, 수시 합격자는 정시에 지원하지 못하는, 이른바 ‘수시납치’ 현상도 해결된다. 거꾸로 응시기회는 최대 9회에서 6회로 줄어 학생들의 대입 선택권을 제약하고 일부 지방대와 전문대는 학생을 충원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 역시 커진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선발 시기 조정과 수능 원점수 공개 등 결과적으로 모든 대입제도 문제점이 망라된 개편안이 나와 수험생들은 국가교육회의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뚜렷한 전략 없이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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