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꼰대'

서영지 2018. 4. 1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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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가르치려고만 하면 '꼰대'라는 지적을 받기 쉽다. [일러스트 강일구]

직장인 A씨(47)는 얼마 전 부서장을 지낸 선배가 "예전에 부 회식으로 골프 치고 1박 2일 놀러 갔던 때가 제일 행복하고 좋았다"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과연 부서원도 그랬을까' 생각하는 순간 한 후배가 "과연 다른 사람도 같은 생각이었을까요?"라며 한 방 날렸다. A씨는 "남들도 내 생각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면 딱 '꼰대' 같다"고 꼬집었다.

B씨(57)는 "예전엔 이랬다"며 후배에게 하지 않아도 될 잔소리를 많이 한다. B씨와 같은 팀에 있는 한 선배는 "식사하러 갈 때도 무엇을 먹고 싶은지 후배들 의견은 묻지도 않고 혼자 결정한다"며 B씨를 전형적인 꼰대로 꼽았다. B씨 역시 "옛날얘기를 하며 잔소리하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꼰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실 '꼰대'는 사전적 정의와 달라
상대방의 사생활이나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고 본인 위주의 발언만 하면 '꼰대' 취급 받기에 십상이다. [일러스트 김회룡]

국어사전에서는 꼰대를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꼰대'는 사전적 정의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11일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꼰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꼰대의 어감에 대해서 나이 많은 사람을 비꼬는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57.2%)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나이와 관계없이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34.9%)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

사전적 정의처럼 나이가 있는 사람이나 선생님을 무겁지 않게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2%에 그쳤다. 부정적이면서도 동시에 귀엽게 표현하는 단어(2.6%)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적었고, 비교적 긍정적인 표현이라고 보는 시작은 0.4%뿐이었다. 절반 이상(55.%)은 꼰대가 사전적 의미대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전적 의미로 사용된다고 답한 사람은 34.4%였다.

꼰대 성향이 강한 사람은 '자기 생각에 대한 강한 확신'(58.5%, 중복응답)과 '서열에 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태도'(58.1%)가 특징으로 나타났다. 많은 직장인이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모습에서 '꼰대'다움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후배세대에 교훈적인 말투로 말하면서(42.3%), 충성을 강요하는(40.8%) 태도 역시 꼰대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조직의 성과보다는 서열을 중시하고(40.7%), 후배세대로부터 비판을 참지 못하는(21.8%) 태도도 특징으로 꼽혔다.

'꼰대' 성향이 강한 사람의 특징(단위: 중복 %) [자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고집 세고 말 안 통하며 권위적인 사람
사람들이 생각하는 '꼰대'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응답자가 가장 많이 공감한 꼰대의 이미지는 고집이 세고(68.2%, 중복응답), 말이 안 통하며(65.5%), 권위적인(63.4%) 사람이었다. 대체로 가부장적인 사고가 강한 한국사회 문화와 직접 연결되는 이미지다. 보수성향이 강하고(49.7%), 참견하기를 좋아하며(40.9%),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34.5%)는 이미지도 강했다.

'꼰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단위: 중복 %) [자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어떤 사람이 꼰대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특징적인 요소로는 무엇보다도 말투(82%, 중복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가치관(74.8%)과 오지랖(66.4%), 태도(64.7%)도 꼰대인지를 가늠케 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그에 비해 습관(37.4%)과 나이(35.1%), 정치성향(24.1%), 성별(10.2%)이 꼰대의 특징적인 요소라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꼰대의 특징적인 요소(단위: 중복 %) [자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옛날이야기 자주하는 당신도 '꼰대'
가장 대표적인 꼰대다운 행동으로는 "요즘 젊은 애들은(후배들은)"이라는 말(36.9%, 중복응답)과 "내가 ~했을 때는"이라는 말(35.3%)을 자주하는 것을 꼽았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조언이나 충고를 하고(34.5%), 후배가 불평하면 "그래도 옛날보다 나아졌다"는 말을 종종 하는(33.6%) 것도 전형적인 꼰대다움으로 꼽혔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처음부터 쉽게 반말을 하거나(26.25), "젊을 때 그런 고생도 해봐야지"라는 말을 자주하는(25.9%) 행동도 순위권에 들었다.

꼰대가 되는 결정적인 이유로는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게 보이고 싶은 욕구(45.4%, 중복응답)가 1위였다. 태생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성격인 사람이 꼰대가 되는 것 같다(43%)는 의견도 많았다. 가부장적인 가족환경에서 성장(33.6%)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개인적인 특성보다는 한국사회의 조직문화가 만들어낸 특성(31.1%)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29.8%)이라는 응답과 현재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21.4%)이라는 응답은 꼰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안타까움이 묻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꼰대가 되는 계기와 이유에 대한 생각(단위: 중복 %) [자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대에도 꼰대 있어…나도 꼰대가 될지도"
꼰대 성향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인식도 강했다. 10명 중 8명은 20대 중에서도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또 자신도 언젠가는 꼰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32.5%가 자신이 꼰대가 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꼰대 관련 전반적인 인식 평가(단위: %) [자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꼰대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45.4%로 낮지 않은 점은 앞서 꼰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는 차이를 보여 살펴볼 만하다. 재미있는 부분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렇게 대답한 응답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20대(29.6%), 30대(36%), 40대(52%), 50대(64%)로 갈수록 꼰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 전체 10명 중 2명 정도(21%)는 조직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라도 꼰대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내 가치관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많은 사람이 피하고 싶어하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자신의 가치관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57.2%, 중복응답)과 나이나 지위로 대우받으려고 하지 않는 태도(50.8%)였다.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타인의 사생활에 참견하지 않고 개인 생활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38.7%)는 것과 스스로 꼰대일 수도 있다는 의식을 갖고(34.6%), 과거의 경험이 그대로 먹힐 것이라는 전제를 버려야 한다(29.1%)는 지적도 많았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단위: 중복 %) [자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본지에 '어쩌다 꼰대'를 연재하는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는 "손아랫사람이 얘기할 때 대부분 나이 든 사람은 '아, 이것 봐라'라고 생각한다"며 "'아, 그럴 수도'라는 생각을 해야 꼰대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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