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제천 참사 100일.."지금도 소방차 진입 안돼"

2018. 4. 1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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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MBN 안전 특별기획입니다.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는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한데요. 100일이 지난 지금 현장을 가봤더니 여전히 도로에는 차량으로 빼곡하고, 소방차의 진입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조창훈·민경영 기자가 연속 고발합니다.

【 기자 】 지난해 말 29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구조에 나서야 할 사다리차는 주차된 차량을 치우는데 30분을 소모했고, 소방차도 무려 500m 길을 돌아와야 했습니다.

100일도 더 지난 지금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지 소방서에서 화재 현장까지 직접 이동해봤습니다.

큰길을 따라 움직인 시간은 6분 25초로 당시 7분 만에 모습을 나타낸 소방차와 비슷했습니다.

▶ 스탠딩 : 조창훈 / 기자 - "지금처럼 차 두 대가 서 있을 경우 차량 사이 간격은 소방차 통행에 필요한 3.4m에 미치지 못합니다. 현장 코앞까지 왔지만, 소방차는 더 이상 나갈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길로 돌아갔지만 주차된 차량이 빽빽하긴 마찬가지, 결국 3분 정도를 거리에서 버린 끝에 9분 36초 만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차한 시민들이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 스탠딩 : 조창훈 / 기자 - "일부 언론엔 불법 주차로 알려졌지만, 이처럼 하얀 실선이 그려진 곳은 합법적으로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차량 한 대 지나가기 빠듯하지만, 주차 자체는 불법이 아닌 겁니다."

대형마트와 상점들이 여전히 영업 중인 이곳을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상권을 띄우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 인터뷰(☎) : 담당 공무원 - "(참사) 건물로 인해 상권이 상당히 침체가 돼 있어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들어오는 시설물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겁니다."

제천시도 경찰 등과 협의해 부랴부랴 대안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할 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제천뿐 아니라 참사가 일어났던 다른 곳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입니다.

▶ 스탠딩 : 민경영 / 기자 - "지난 2015년 1월, 130여 명의 사상자를 냈던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입니다. 당시에도 불법주차로 소방차가 제때 들어가지 못하면서 큰 피해로 이어졌는데요. 지금은 어떨지 다시 점검해보겠습니다."

차들이 좁은 이면도로 양옆으로 빽빽하게 주차돼 있습니다.

승합차뿐만 아니라 작은 승용차들도 속도를 줄여 주차된 차량을 아슬아슬 피해갑니다.

소방차가 절대 지나갈 수 없는 수준입니다.

▶ 인터뷰 : 인근 주민 - "소방차도 못 들어오고 차를 대 놓으면…. 차를 못 대게 해야 돼. 원래는."

이 차들도 제천과 마찬가지로 엄밀히 말하면 단속 대상은 아닙니다.

의정부시가 이곳을 주차 금지 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올해 초, 아직 주민들에게 이를 정식으로 알리지 않아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속을 한다 해도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통로가 제대로 확보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장음) - "아니, 지금 (여기) 주차 못 하게 하려고 촬영하는 거예요."

실제로 비슷한 구조의 인근 골목은 오래전부터 주차 금지 구역이었지만 차들이 양옆으로 빽빽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소방청이 오는 6월부터 긴급 차량을 가로막는 불법 주차 차량은 보상 없이 강제 견인하기로 했지만, 이렇게 좁은 도로임에도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또 불법 주정차에 대한 과태료가 최근 오르긴 했지만 8만 원으로 그리 높지 않아 시민들이 잘 신경 쓰지 않는 점도 한몫합니다.

주차 차량 등 각종 장애물로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도로는 전국 약 1천5백 곳에 이릅니다.

▶ 인터뷰(☎) : 공하성 /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주차 가능 구역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추가로 소형 소방차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좁은 도로에도 진입이 용이하게 해야 합니다."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은 5분, 귀중한 시간이 주차 차량과 싸우는 데 낭비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민경영입니다. [business@mbn.co.kr]

영상취재 : 이우진·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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